프롤로그''''“뭐라꼬? 딸!”'하늘이 무너졌다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벌어진 오 씨의 입은 좀처럼 닫힐 줄을 몰랐다.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에서 그가 얼마나 실망을 했는지가 굳이 묻지 않아도 고스란히 드러났다.'“와요? 얼굴이 와 푸르딩딩 해가꼬 금방이래도 숨 넘어갈 듯 할딱거리는데?”'힐난의 눈초리였다. 진주댁의 옆으로 쭉 째진 눈초리에는 못마땅함이 가득 차 있었고, 말투 역시 삐딱하니 퉁퉁거렸다. '하지만 먼 산만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던 오 씨는 그 말도 들리지 않는 듯 방문만 쳐다보며 거듭 끙끙거리는 신음만 흘리고 있었다. 그리고 미련이 남는 듯 진주댁을 바라보며 다른 대답을 원하는 사람처럼 애절하게, 그리고 다급하게 재촉했다.'“진짜고? 진짜 딸이 맞노? 울음소리가 저토록 우렁찬디 진짜 딸 맞나? 아니재? 지금 내 놀리려고 장난친 거재? 사실대로 말해도고. 내 아들 낳으니께 니 심술부리는 거재?”'“그럼, 내가 괜한 아들을 딸로 바꿨다는 기요? 아들 낳으면 기차 타고, 딸 낳으면 비행기 탄다고 하는디 뭘 그렇게 서운해 하소? 서운하면 또 낳으면 되재. 딸 맞소. 내 말이 못 미더우면 들어가 확인해 보던가. 들어가지도 않고 와 내한티 지랄이고?”'대청마루에 주저앉은 오 씨는 혹시나 했지만 딱 부러지는 대답에 아연 질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래도 설마 했었다. 태몽도 호랑이를 때려잡는 꿈을 꿨기에 아들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런데 딸이란다. 갑자기 허파에 잔뜩 들었던 바람이 몽땅 빠져나간 것처럼 허무하고 몸에서 힘이 쭉 빠졌다. '“에이, 말짱 황……이데이.”'“애 아비가 돼서 황이라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한다요? 얼른 들어가서 애 얼굴이라도 보고 수고했다는 말도 좀 하고! 애 낳느라 고생한 여자 안에다 놓고 이게 할 소린교? 사람 그카믄 천벌 받는데이. 아들이면 어떻고 딸이면 어떻다고!”'하긴 그렇다. 고생을 하면서 사지를 오간 아내의 건강보다 딸인지 아들인지에 정신이 팔려 수고했다는 말조차 하지 않은 자신의 무신경함을 탄식하며 그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오 씨는 넋을 놓고 앉아있던 마루에서 일어나 문고리를 잡아 당겼다. 그리고 보고 말았다. 아들인지 딸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갓난아이를! '그는 힘든 산고에 지친 아내의 옆에 뉘어진 그 작은 아이를 멀거니 바라보았다. 딸이란 말에 들었던 서운함이 고물거리며 아직 태중의 붉은 기운을 품고 있는 신생아의 모습을 보니 눈 녹듯 사라졌다. '“미, 미안해요.”'“별소릴 다 한데이. 이리 와봐라, 내 딸이란 말이재?”'조금은 민망했지만 오 씨는 밖에서와 달리 환한 웃음을 지은 채 아내의 손등을 살갑게 토닥였다. 그리고 금방 씻겨 아내가 바느질한 베냇저고리를 입혀 포대기로 감싸놓은 아이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