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장''''탈칵!'조사실과 연결된 방문이 열리며 이소빈 검사가 들어왔다.'“자백했나요?”'이십 대 후반의 그녀는 검찰청에서 인기녀였다. 하지만 정작 그녀는 그런 것에 관심이 없는 듯 보였다. 수많은 남자들이 대시를 했지만 초지일관 묵묵부답으로 한결같이 차가운 모습만 보여주었다.'“검사님 오셨어요? 아마도 오늘은 빨리 집에 갈 수 있을 운명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운명의 여신이 저희한테 손을 흔드는 건지, 용의자 황달진이 이미 모든 것을 시인한 상태거든요.”'이번에 소빈과 같은 사건을 맡은 신진섭 형사가 기분이 좋은지 웃으면서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그래요?”'“예! 이 검사님, 어떻게 할까요? 바로 조서를 꾸며서 넘길까요? 범인도 모든 것을 자백한 상태고 하니…….”'유부남인 신 형사는 오랜만에 집에 들어가 잘 수 있다는 생각에 들떠 있었다.'“잠시만 두고 보죠.”'소빈이 조사실과 연결된 방에서 반반사 필름(특수코팅 된 조사실의 거울)을 통해 안의 상황을 보면서 입을 열었다.'“예-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이미 저 자식이 자백을 다 했는데요.”'신 형사는 자신의 들떠 있는 기분에 찬물을 끼얹는 소빈을 쳐다봤다.'“뭔가 석연찮은 부분들이 보여서요. 죄송한데 지금 조사실에 계신 박 형사님께 처음부터 다시 용의자에게 심문을 해달라고 해주시겠어요?”'“그거야 어렵지 않죠! 잠시만 기다리세요.”'“네! 수고스럽겠지만 부탁드릴게요.”'다른 것도 아니고 의심쩍은 부분 때문이라는데, 어쩔 수 없지 않는가? 진섭은 박도형 형사가 있는 조사실로 가기 위해 방을 나섰다.'신 형사가 나가자 소빈은 다시 반반사 필름을 통해 용의자 황달진을 쳐다봤다. 그녀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용의자 황달진의 행동을 하나부터 열까지 매서운 눈빛으로 관찰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여러 살인범들과 다르게 말쑥한 회사원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짧게 깎은 머리만 제외한다면 그냥 지나쳐도 모를 평범한 사람 같았다.'신 형사가 조사실에 들어오고 박 형사가 소빈이 있는 쪽을 바라봤다. 그녀의 의중을 알아들었다는 제스처로 살짝 웃어 보였다. 신 형사가 조사실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자 박 형사의 심문이 처음부터 다시 시작됐다.'“황달진! 미안한데 다시 한 번만 처음부터 진술해 줬으면 하는데!”'“괜찮습니다. 그럼, 형사님 어디서부터 할까요?”'남자치고는 가는 고음의 목소리로 고분고분하게 대답했다.'“다른 부분은 우리도 다 아는 사실이니까, 범행 동기부터 시작하지. 어때?”'“좋습니다!”'“범행 동기가 뭐지? 살인을 저지를 목적으로 여고생을 끌고 간 건가?”'“아닙니다.”'“그럼?”'자신이 이미 모든 진술을 받아 적은 종이를 보면서 도형은 볼펜을 똑딱 거렸다. 처음 진술한 것과 맞아떨어지는지 보기 위한 행동이었다.'“죽일 의도는 없었습니다. 잠시…… 형사님도 아시지 않습니까? 남자들의 짐승 같은 욕망…….”'“욕망 때문에 그랬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