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ue. 착각은 자유, 상처는 나의 몫

“The night is long that never finds the day.

(밤이 아무리 길어도 아침은 찾아온다)”

교수님께서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명대사에 대해 열렬히 설명하시던 중이었다. 앞을 바라보고 있는 수많은 학생이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무섭게 고개를 숙이고 필기를 시작했다. 여느 때와 같이 현지에겐 그다지 흥미가 느껴지지 않는 수업이었다. 차라리 맥베스 영화를 바로 보여주시지…라고 생각하던 찰나, 창가 쪽에 앉아있던 그녀의 귀에 똑…똑…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몽상하느라 받은 F를 만회하기 위해 듣고 있는 계절학기지만 현지는 또 창문 밖만 바라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어쩌지… 우산 안 가지고 왔는데….’

종하는 항상 그녀의 대각선 앞자리에 앉아있었다. 그와의 물리적 거리는 항상 미묘했다. 그의 향기와 온기는 느낄 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바라보거나 실수로라도 닿을 수 있는 거리는 아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드디어 끝난 강의. 수업이 끝나자마자 종하는 챙겨온 검정 우산을 들고 쏜살같이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현지가 눈에 담은 건 그였지만 우산을 핑계 삼아 말을 걸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난 걸까? 그녀는 알 수 없는 그녀만의 직감을 믿었다.

‘지금이 타이밍이라고. 그리고 그가 우산을 같이 쓰지 않을 리가 없다고.’

현지보다 삼분은 먼저 나간 종하는 이미 건물을 빠져나가고도 남았을 텐데 입구에 가만히 서 있기만 했다. 복도 끝에서 그에게 점점 다가갈수록 꼿꼿하고 바른 자세로 떨어지는 빗방울을 눈에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기… 혹시 방이동 살지 않아요?”

잠시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던 그녀가 그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

“네? 네.”

종하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3216 버스 같이 타던… 맞죠?”

현지는 확신을 가지고 물었다. 그녀는 드디어 3년간의 기다림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라 믿었다.

“저 아세요? 처음 뵙는 것 같은데….”

그러나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은 그녀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었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착각했나 봐요.”

현지의 얼굴은 한층 더 붉게 달아올라 뜨거워졌다. 그녀는 그의 옆을 재빨리 지나 비를 맞으며 집으로 향했다.

***

‘띵동~!’

가뜩이나 크게 틀어진 노랫소리에 신경이 날카로워진 종하가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며 더 취한 척을 했다.

‘띵동~!’

‘띵동~!’

‘띵동~!’

아무도 대꾸를 안 하니 화가 난 건지 연속으로 세 번 초인종이 울렸다.

“Shit! Anybody, please! (제길! 누가 좀 가라, 제발!)”

그의 옆에 앉아있던 마리사가 화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더니 테라스를 벗어나 1층을 향해 빠르게 계단을 내려갔다.

“Who is this? (누구?)”

마리사가 큰 목소리로 물었다.

“Packages. (소포 왔어요.)”

미간을 잔뜩 찌푸린 백인 우체부가 말했다. 누가 들어도 짜증이 잔뜩 나 더는 말을 걸지 말라는 것이었다.

“There are two for Marissa, and one for Jongha Kim.

(종하 씨한테 하나, 마리사씨한테 두 개 왔습니다.)”

“Okay. Thanks. (네, 감사해요.)”

마리사가 문을 쾅-하고 세게 닫았다. 양손으로 세 개의 소포를 한 움큼 쥔 그녀가 계단을 빠르게 올라 다시 테라스로 돌아갔다.

“Guys! You guys are freakin’ idiots. (야 이, 머저리들아.)”

그녀가 종하의 소포를 먼발치에 앉아있는 그에게 던지며 외쳤다. 깜짝 놀란 종하의 배 위로 소포가 떨어졌다. 마리사는 반대편에 있는 테이블로 가서 자신의 소포 두 개를 뜯었다. 옷과 화장품이 배달 온 것이었다. 양주를 마시며 고개를 까딱거리던 종하는 자신의 소포가 뭔지 흔들어봤다.

‘뭐지…?’

둔탁한 것 같지마는 가냘픈 소리가 나 뭔지 쉽게 가늠할 수 없었다. 직사각형의 얇은 서류 모양의 상자. 그는 상자를 뒤집어 누구에게 왔는지 확인했다.

“Huynji Kim (김현지)”

이름을 보는 순간, 그는 멈칫했다. Seoul, South of Korea (서울, 한국). 한국에서 온 것이었다. 종하는 눈을 마리사에게 돌려 그녀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그녀가 알면 누구에게 온 것이냐고 물을 것이 분명했다. 새로 구매한 화장품을 정신없이 발라보는 마리사. 그녀는 그를 신경 쓰지도 않았다. 그녀는 핸드폰 카메라를 셀카 모드로 바꾸고 빨갛게 칠한 입술을 뻐끔거리며 sns에 올릴 사진을 찍어댔다. 그는 그 틈을 타 마지막으로 남은 양주를 조용히 잔의 바닥까지 들이키고 테이블 위에 소리가 나지 않게 잔을 올려 뒀다. 그리고 몇 번 과하도록 고개를 흔들거리며 큰 소리로 울리는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는 척을 했다가 다시 한번 마리사의 눈치를 봤다. 여전히 그를 신경을 쓰지 않는 마리사 덕에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쏜살같이 1층으로 내려갔다. 그는 널따란 주방의 한가운데 위치한 아일랜드 식탁 위에서 택배를 뜯었다.다른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들릴 만하게, 그 정도 소리의 크기로 침을 꼴깍 삼켰다. 박스를 뜯자 나온 건 얇은 노란색의 공책이었다. 분홍색의 잔 꽃 무늬와 초록 잎사귀들이 공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었다. 그는 첫 표지를 넘겼다.

‘김종하.’

공책의 첫 장의 가운데에는 검정 펜으로 그의 이름이 적혀져 있었다.

“Jongha, are you leaving? (종하야, 갈 거야?)”

그의 여자친구 마리사가 2층 계단에서 얼굴만 빼꼼 내밀고는 큰 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공책 중앙의 자신의 이름을 넋 놓으며 바라보던 그가 흠칫하고 놀랐다.

“Y… Yes! I’ll call you. Bye! (어…어! 전화할 게!)”

당황한 종하가 대답하며 말을 더듬었다.

“Why are you leaving so early? (왜 그렇게 일찍 가?)”

종하의 대답을 들은 마리사가 되물었다. 마리사의 물음에 대답도 하지 않고 그는 소포 박스와 공책을 들고 허겁지겁 현관문을 나섰다.

#Part 1. 첫눈에 반했다

한눈에 봐도 고급 자재로 지어진 아파트, 오늘 친구들을 모은 마리사의 집이었다. 그가 굳게 닫힌 문을 뒤로하고 일 층에 주차해 놓은 흰색 레인지 로버에 올라탔다. 여전히 파티를 즐기고 있는 그의 여자친구와 친구들이 틀어놓은 음악 소리가 아파트의 아이보리색 벽을 넘어 요란하게 들려왔다. 혹시나 창문 너머로 그녀가 지켜보지 않을까 그는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다음 블록까지 차를 몰았다. 숨을 크게 한번 들이마신 그는 주차구역에 차를 세웠다. 그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전장에 나가는 전사라도 된 양 이제 준비됐다는 듯, 눈을 번뜩 뜨더니 한껏 비장한 표정을 지으며 오른손으로 첫 장을 넘겼다.

“뭐지?”

당황한 그의 입에선 혼자만의 생각이 튀어나왔다. 더 휘둥그레진 그의 큰 눈. 첫 장을 넘기자 나타난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그림이 있었다.

‘추상화…?’

그다지 그림에 흥미가 없는 그는 더 당황스러웠다. 진한 파란색부터 연해지는 하늘색까지… 같은 푸른 색조를 띄지만, 깊이가 다른 음영의 수채화들이었다. 얼핏 보면 하늘을 표현한 것 같기도 하고 뒤집어 보면 바다 같기도 했다. 푸른 바람, 물결의 향연, 그 아련하면 서도 황당함을 자아내는 그림이 넉 장이나 들어있었다. 다섯 장 째 넘겼을 때 드디어 다른 그림이 나왔다. 흰 배경에 검정 펜으로 그린 하트들. 그리고 그 하트 안을 채운 이리저리 꼬인 굵은 선들. 검은 선들과 흰 선들이 섞여 마치 얼룩말의 무늬 같은 느낌을 만들어냈다. 그림에 문외한인 그가 봐도 긍정적인 의미의 하트는 아니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그림의 바로 뒷면에 영어로 몇 줄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You love me tender and then hurt me deep (당신은 나를 부드럽게 사랑해주다 깊은 상처를 주네)’

그는 글을 읽자마자 바로 알아차렸다. 대학을 다니던 시절, 우연히 몇 번 마주친 그녀를 다시 보게 된 문학과 영화 계절 학기 수업 시간에 흘러나온 음악의 가사였다.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그의 귀는 빨개지고 심장은 가파르게 뛰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거의 십 년 전에 짝사랑한 여자가 영화처럼 생생히 기억나는 것. 그리고 그때처럼 다시 가슴이 뛰는 것. 그는 손에 들고 있는 공책에 집중할 수 없었다.

‘똑똑똑-.’

그때, 그가 주차해놓은 차의 창문에 누군가 노크를 했다. 그는 화들짝 놀랐다. 금발의 낯선 백인 여자였다. 그녀는 자신의 주차 구역이라며 비켜달라고 손짓을 했다. 종하가 멈춰 섰던 곳은 지정된 주차 구역이었다.

“Sorry. My mistake.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네요.)”

종하는 창문을 살짝 내리고 사과했다. 여자의 구겨진 미간을 보니 재빨리 차에 시동을 걸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차를 몰고 곧바로 집으로 출발했다. 평소라면 10분이면 올 길을, 혼을 빼고 운전해 길을 잘못들은 종하는 30분이나 걸려 집에 도착했다. 대리석으로 장식된 깔끔한 로비와 은빛으로 빛나는 고급 엘리베이터가 일 층을 장식하고 있었다. 그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간 곳은 도심 중심에 있는 아파트의 최고 층이었다. 스튜디오형의 모던한 인테리어. 뉴욕에 와서 산 지 4년째. 마리사와 함께 살았던 처음 1년을 제외하곤 다른 곳으로 옮겨가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게 한, 첫눈에 반한 곳이었다.

‘왜 하필 저 택배만 오늘….’

쳇바퀴처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일상 속에서 간만에 휴가를 낸 종하의 평안한 오후는 현지의 택배 때문에 흔들리기 시작했다.

***

그날 밤, 그는 잠들기 전 늘 마시던 와인 한 병을 주방에 있는 와인 냉장고에서 꺼내 들었다. 그가 거실에 있는 소파로 가 테이블에 놓인 잔에 새빨간 와인을 따랐다. 병을 내려놓자마자 그가 와인을 한 모금 꼴깍 삼켰다. 드디어 찾아온 안정과 차분함에 그가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리고 다시 숨을 푹-하고 내쉬었다. 그가 일하는 월가에서는 술이 없으면 잠들지 못하는 사람들이 흔히 보이던 모습이었다. 그는 한참을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셨다 내쉬기를 반복했다. 그리곤 테이블에 놓인 핸드폰을 들어, 한국에 있는 자신의 대학 동기인 승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뉴욕과 한국의 시차에도 몇 번의 통화 연결 음 끝에 빠르게 전화가 연결됐다.

“어, 종하야! 무슨 일이야!”

여전히 그의 단짝인 승우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야, 김현지 기억하지? 대학교 이학년 여름 방학 때, 우리랑 같이 계절학기 들었던….”

“어, 당연하지! 걜 어떻게 까먹냐, 근데, 왜?”

생뚱맞게 이상한 질문을 한다는 냥, ‘왜?’하고 물어보는 승우의 목소리에는 당황스러움이 깃들어 있었다.

“아니, 나한테 소포가 왔어.”

“뭐?!”

안 봐도 그가 깜짝 놀란 게 눈에 선하게, 그의 목소리는 핸드폰이 떠나가라 커졌다.

“도대체 내가 사는 데는 어떻게 알아….”

종하가 말도 끝내기 전에 승우가 끼어들었다.

“종하야, 근데 나 지금 막 사무실 도착해서, 일 좀 보고 이따 바로 연락할 게!”

“어… 어… 그래.”

종하는 아주 잠시 동안 벙찐채로 전화기를 쥐고 있었다. 그가 한참을 침묵하다 식탁 위의 충전기에 들고있던 핸드폰을 꽂았다. 취기가 알딸딸하게 오른 그는 씻지도 않은 채로 신발과 양말만 벗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매일 경제 신문을 보던 그의 두 손은 현지의 공책을 쥐고 있었다. 신기하면서도 싱숭생숭한 마음에 그가 입술을 한번 깨물었다. 그의 눈은 빠르게 연속해서 깜박이더니 이내 스르르 감겼다.

***

‘Good morning! Wake up!’

‘Good morning! Wake up!’

‘Good morning! Wake up!’

‘Good morning! Wake up!’

우렁차게 울리는 알람 소리에 눈을 뜨니 어느새 아침이었다. 종하는 한 손으로는 시계를 위쪽을 눌러 끄고 다른 한쪽 손으론 슬며시 뜬 눈을 비볐다. 7시 30분. 출근 한 시간 전이었다. 늦지 않으려면 얼른 일어나서 신속하게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었다. 그대로 입고 잔 셔츠와 양복 바지가 말려 올라가 몸에 끼어 불편함이 고스란히 느껴지고 있었다. 그는 셔츠의 단추를 위에서부터 차례대로 풀며 빠른 걸음으로 화장실로 향했다. 어제 빼먹은 샤워를 빠르게 하고나서 그는 머리를 대충 수건으로 털어 말리고 잘 다려진 깃의 흰색 셔츠에 베이지색 면바지를 옷장에서 꺼내 입었다. 그 다음 윤기가 나도록 머리를 가지런히 빗고 마지막으로 손목시계를 차려는 순간, 아니, 늘 손목시계를 벗어 두던 협탁 모퉁이에 놓여있어야 할 시계는 없고 현지의 공책만 있었다.

“분명 어제 손에 쥐고 잠든 것 같았는데….”

“내가 다시 한번 술을 마시면 등신이다.”

그가 작은 목소리로 혼잣말을 했다. 완벽주의 성향이 짙은 그는 시계 하나로 자책을 했다.

‘도대체 어디에 둔 거지…?’

종하는 집안 곳곳을 훑었지만 어디에서도 그의 시계는 찾을 수 없었다. 어느덧 회사로 출발해야 하는 시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현지의 공책을 챙기는 것은 잊지 않았다.

“젠장!”

시계 탓일까? 전날 평소보다 많이 마신 와인 탓일까? 여전히 완벽하지 않은 아침 준비가 맘에 들지 않은 지, 종하는 현관문 뒤에서 욕을 뱉고 나왔다. 그는 늦을세라 뛰어서 지하철을 타러 갔다. 허름한 지하철 밖으로 이따금 보이는 뉴욕 하늘은 맑고 푸르렀다. 몇 정거장 지나자 맨해튼에 도착한 그의 눈 앞에 여기저기 바삐 움직이는 금융맨들이 빠르게 지나갔다. 월스트리트에선 흔하디 흔한 아침 풍경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늘 들리는 카페로 향했다.

“One iced americano and blueberry bagle, please.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이랑 블루베리 베이글 주세요)”

“Here you go. (여기 있습니다.)”

그가 주문을 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커피와 베이글이 나왔다. 카페에서 나오는 그의 한쪽 팔과 옆구리 사이엔 현지의 공책이 끼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베이글을 먹으며 빠른 걸음으로 회사 건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은 윌스트리트의 초고층 빌딩 12층에 위치한 그의 회사였다. 그는 졸업 후 미국으로 와 월가의 알아주는 금융맨이 되었다. 원체 숫자를 좋아하는 그였지만 이렇게 전 세계 금융인들의 꿈, 월가에 당당히 입성할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Good morning! (다들 좋은 아침!)”

종하가 우렁찬 목소리로 동료에게 인사를 하며 사무실에 들어섰다. 그의 동료도 눈은 모니터를 향해 있었지만, 입으로는 반갑게 인사에 화답했다. 그가 그런 동료들에게 눈웃음을 보이며 자리에 앉았다. 그는 어제 일은 아무것도 기억 안 난다는 듯 평정심을 유지하려 노력했다. 그가 컴퓨터를 켜고 장이 열릴 시간을 대비해 본격적인 준비를 시작했다.

‘데이터… 데이터….’

그는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장이 열리기 전 그가 늘 치르는 의식 같은 것이었다. 감성을 철저히 배제하고 기계적으로 굴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근무 시간 동안에는 온전히 일에만 몰두하려 늘 노력하는 종하 였지만, 오늘만큼은 자꾸만 키보드 옆에 놓인 현지의 공책에 시선이 돌아갔다.

'Shit! (젠장!)’

그는 책상 서랍을 열어 그녀의 공책을 휙-하고 던지듯 집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