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윤호의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싸늘했다.'이른 아침 윤호의 전화를 받으면서 지금 당장 만나자는 그의 날카로운 음성에 지원은 좋지 않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했다. 좋지 않은 일이라는 건 뻔 했다. 분명히 결혼에 대한 일일 것이다. 결혼에 대한 일이라면 무슨 일일까? 혹, 윤호의 평창동 어머니가 이 결혼을 기어이 진행시키면 당장에 극약이라도 마시고 말겠다며 폭탄선언이라도 한 것일까? 극약이 아니라면 결혼식장에 가려거든 내 몸을 지르밟고 가라고 엄포를 놓은 걸까?'윤호가 지원과의 결혼을 공식 선언했을 때 윤호의 가족들은 한 사람도 빼놓지 않고 모두 반대했다. 가족뿐만이 아니라 회사 사람들까지 거들고 나서며 다시 생각하라고 윤호를 못살게 했었다. '윤호의 지원의 결혼을 극렬반대 하는 이유는 참 단순했다. 지원이 윤호와 절대,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물론 두 사람은 아주 잘 어울렸다. 누군가 솜씨 좋은 사람이 최상의 실력을 발휘해 그려놓은 커플처럼 잘 어울렸다. 가족들이 말하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은 지원이 속한 집안의 형편없는, 보잘것없는 배경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 '윤호의 배경과 지원의 배경을 비교해보자면 어느 정승이 10년 동안 공들여 지었다는 방 100칸짜리 기와집 저 뒤꼍 귀퉁이에 하인들의 숙소로 쓰기 위해 하룻밤 만에 뚝딱 지어치운 방한칸짜리 초가지붕이 끼어들어 있는 꼴이었다. 그러니 윤호의 가족들이 곱게 볼 리가 없었다. 배경 좋고 인물 좋고 머리 좋은 여자가 윤호의 짝이 되어보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그 멋진 여자들을 다 제쳐두고 볼품없는 윤지원이라니. 말 그대로 극렬반대였다.'지원은 윤호의 가족들에게 네 번이나 불려나가야 했다. 윤호의 평창동 어머니, 누나 그리고 이모라는 분과 작은아버지라는 분까지 참 알뜰하게도 번갈아가며 지원을 불러냈고 협박했다.'당장 윤호의 곁을 떠나지 않으면 가만두지 않겠다는 말부터 시작해 윤호에겐 결혼할 여자가 따로 있다는 뻔한 거짓말도 했고 니 따위 구질거리는 것이 어디 감히 윤호를 넘보느냐는 원색적인 인신공격도 서슴지 않았다. 윤호 곁을 떠나지 않으면 매운 맛을 제대로 보여줄 것이며 2년을 넘기지 못하고 니 스스로 이혼해달라고 빌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윤호의 기족들에게 시달렸던 일을 지원은 말하지 않았다. 당장 윤호에게 모든 것을 고해바치며 무서워 못 견디겠으니 당신이 막아 달라 부탁하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뒤꽁무니에서 윤호의 가족들이 어떤 위협을 가하더라도 결혼준비를 진행되고 있었고 결혼만 하면 그 누구도 자신을 건드릴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런 치졸한 협박 따위는 결혼만 하면 다 없어질 것들이라고 생각했고 믿었다. 윤호의 마음만 흔들리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리고 윤호의 마음은 절대 흔들리지 않았다. '결혼은 3주일 뒤. 어제 주얼리 샾에서 결혼예물을 찾아왔고 오늘은 가봉을 끝낸 웨딩드레스와 피로연드레스를 입어보기로 되어 있었다. 윤호와 점심시간에 만나 드레스를 입어보고 함께 점심을 들기로 했는데 윤호는 아침 7시가 조금 지난 이른 시간에 지원에게 전화를 걸어왔다.'“지금 나올 수 있나?”'윤호의 목소리가 이상했다. 화를 억누르고 있는 듯한 음성. 그에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지금요?”'“30분 후에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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