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은 흘러가는 구름을 바라보고만 있어도 기분이 좋았다.'연세대 축제는 언제나 신촌을 들썩거리게 만들었다. 호기심에 세현과 그곳에 발을 들여 놓은 게 화근이었다. 세현이 ‘희로애락’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는 천막 쪽으로 먼저 들어가더니 지율에게 손짓했다.'“지율아, 여기 앉자.”'“세현아, 우리 다른 데 가면 안 될까?”'지율이 부담스러운 얼굴로 속삭이듯 말하자 세현이 눈을 흘기며 말했다.'“네가 먼저 오자고 했잖아. 그냥 여기서 먹자.”'“기분이 좀 그래. 가자.”'“다 거기서 거기야. 빨리 앉아.”'세현이 먼저 자리에 앉자 그녀는 선택권이 없는 표정이었다. 주위의 시선들이 그녀를 사이에 두고 수군거렸다. 더더욱 자리가 불편한 건 대낮부터 술이 취한 한 남자가 옆자리에 앉아 몸을 이리저리 휘청거렸다. 뭐가 그리 괴롭고 힘든지 머리를 쥐어뜯어댔다.'“저 남자 왜 저래. 정신병자 아니야?”'지율이 입을 벙긋거리며 세현에게 눈짓했다. 그때였다. 무릎이 태평양처럼 나온 후줄근한 청바지에 목 주위가 축 늘어난 흰 티셔츠. 더 압권인 건 짝퉁 아디다스 슬리퍼를 달랑거리며 다리까지 흔들어대고 있었다. 그녀가 불안한 시선으로 옆 눈질을 하는데 갑자기 남자가 벌건 두 눈을 치켜떴다. 잠깐 동안이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세현아, 가자. 어서!”'“왜 그래.”'“저 남자 이상해. 빨리빨리!”'지율이 세현의 팔을 세게 잡아끄는데 옆자리에 앉아 있던 남자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천천히 옆으로 다가오더니 지율의 팔을 꽉 잡았다. 가까이서 본 남자의 얼굴은 경악스러웠다.'“저기…… 안녕하세요.”'하얀 치아를 드러내며 히죽거리는 남자의 표정은 더 가관이었다. 지율은 바퀴벌레를 쳐다보듯 남자의 손등을 툭 쳐냈다.'“이거 놔요!”'우악스럽게 그의 손힘은 대단했다. 남자의 몸은 뻣뻣하게 굳어가며 그녀를 뚫어지게 쳐다봤다.'“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