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초는 예정보다 일찍 삼 일 앞당겨 윤 회장으로부터 독립했다. 어차피 윤 회장이 그의 독립을 알았다고 하니 더 이상 시간을 질질 끌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는 시원은 했으나 섭섭한 기분은 전혀 들지 않았다. 윤초는 아주 홀가분한 걸음으로 윤 회장의 집 대문을 나섰다. '그는 몹시 들뜬 얼굴로 승용차 트렁크에 자신의 옷가방을 비롯한 간단한 짐 등을 빠르게 실었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 짐을 챙기고 있는 윤초의 모습을 대문 밖까지 배웅 나온 윤준은 덤덤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형은 언제 독립할 거야? 할아버지 허락이 떨어졌으면 나처럼 빨리 이 지옥에서 벗어나는 게 좋지 않겠어?”'“조만간 나가야지.”'그는 아직까지도 혜미가 윤초의 집에 머물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집들이 할 때 불러.”'“집들이 같은 거 안 할 거야. 그리고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이왕 이렇게 서로 독립생활 하게 된 이상 연락도 없이 불쑥 남의 집에 방문하는 건 삼가자고.”'물론 이 말은 혜미를 염두에 둔 윤초의 배려였다. 행여 연락도 없이 집으로 찾아온 윤준 때문에 그녀가 당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형, 나중에 봐.”'윤준을 향해 한 손을 신나게 흔들어 보인 윤초는 승용차를 몰고 저만치 사라졌다.'윤초의 승용차가 멀어지자 윤준은 허탈한 표정으로 멀거니 허공을 응시했다.'‘대체 할아버지의 속셈이 무엇일까? 어째서 느닷없이 나와 윤후를 이 집에서 내보내는 것일까?’'윤 회장이 어떠한 이유도 없이 스스로 자처해서 윤준과 윤후가 함께 살 집까지 마련해 줄 만큼 결코 인자한 성품은 아니었다. 분명 그가 알지 못하는 속내가 있을 것이다.'할아버지의 호의조차도 일단 의심부터 하게 되는 씁쓸한 현실에 윤준은 그리 썩 기분이 유쾌하지 못했다.''“혜미야! 주인님 왔다!”'현관 안으로 들어서기 바쁘게 윤초는 목청이 터져라 큰소리로 혜미를 불렀다.'“다녀오셨어요?”'세탁실에 있던 그녀는 윤초의 커다란 목소리에 부리나케 달려 나왔다.'“드디어 윤초 님께서 내 집으로 돌아왔어!”'손에 들고 있던 짐 가방은 거실 한복판에 내동댕이친 채 그는 어린아이처럼 소파 위를 방방 뛰었다.'“아침 식사 아직 안 하셨지요?”'“오늘 메뉴는 뭐지?”'“된장찌개입니다.”'“Ok! 일단 씻고 나올게. 급하게 나오느라 아직 세수도 못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