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걱정 말아요 그대

“저기 아가씨.”

“네?”

“한국 사람 맞지요?”

“네. 맞아요.”

“아이고, 다행이네.”

옆자리 앉은 아주머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녀는 아까부터 계속해서 다래를 힐끗힐끗 쳐다보는가 싶더니, 비행기가 이륙한 지 거의 한 시간이 지나서야 용기를 내 말을 걸어온 것이었다.

사실 다래가 소지하고 있는 얼굴은 질문을 망설일 필요가 전혀 없는, 누가 봐도 적중률 99%의 딱 동양인 얼굴이었다. 하지만 겁을 잔뜩 집어먹은 듯한 그녀의 동그랗고 큰 눈과 생전 햇볕을 못 쬔 것 같은 뱀파이어 피부는 살짝 동유럽과 몽골을 이어 주는 실크로드 어디쯤의 애매함 역시 갖추고 있었다.

다래는 아주머니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이유를 알기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한국 인천 공항을 출발해 미국 텍사스의 댈러스(Dallas) 국제공항까지 장장 열다섯 시간을 날아가는 이 긴 여정에서 옆자리에 누가 앉았느냐는 상당히 중요하고 민감한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말 한마디 나눌 수 없는 푸른 눈의 외국인이나 겨드랑이 냄새가 코를 찌르는 더러운 사람 옆에 앉아 열다섯 시간을 논스톱으로 날아간다고 생각해 보라! 8,000미터 상공에서 비행기 창문을 깨고 비상 탈출하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이거 달라쓰 가는 비행기 맞지요?”

“네, 맞아요.”

“하이고 다행이네. 난 비행기를 잘못 탄 줄 알고 어찌나 조마조마하던지.”

구수한 영어 발음을 구사하며 아까부터 다행이라는 말을 반복하는 아주머니는, 마치 비행기를 처음 타보는 사람처럼 안절부절못하고 계속해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근데 거기는 무슨 일로 가시는 거예요?”

“아, 우리 손주들 보려고. 우리 둘째 딸이 거기 살거든. 7년 전인가 없는 살림에 미국 유학을 보내 놨더니, 아니 글쎄 눈이 시퍼런 외국인 놈하고 눈이 맞아서 거기서 살림을 차렸지 뭐야. 지금 생각해도 어찌나 어이가 없는지.”

예의상 한마디 툭 던졌을 뿐인데, 전형적인 의지의 한국인 아주머니에게서는 묻지도 않은 인생썰이 속사포 랩처럼 줄줄이 쏟아져 나왔다. 다래는 어설픈 미소를 지으며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여 보였지만, 쉼표 하나 없는 아주머니의 수다 내공에 순간 아차 싶었다. 차라리 말 안 통하는 외국인이 더 편했을 수도 있겠다 싶었다.

“아니 근데 아가씨는 무슨 일로?”

“저는 댈러스 공항에서 환승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요.”

“다른 데 어디?”

“마이애미요. 플로리다에 있는.”

“마… 마이 뭐?”

“저기 미국 동남부 제일 끝에 있는 휴양 도시예요.”

“아… 놀러 가는구나!”

“하하, 아니에요. 어학연수 할 겸 휴식 겸 뭐….”

정곡을 찌르는 아주머니의 말에 다래는 말끝을 흐렸다.

아주머니는 실눈을 뜨며 그런 다래를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하더니 이내 입꼬리가 살짝 말려 올라갔다. 마치 7년 전 미국으로 시집간 자신의 딸을 보는 듯한 그 야릇한 눈빛. 다래는 그런 그녀의 시선이 심히 불편했다. 그 눈빛에는 약간의 비웃음과 함께 마치 너 진짜 공부하러 가는 거 맞아? 하고 무언의 질문을 던지는 듯한 뉘앙스가 강하게 담겨 있었다.

‘공부하러 가는 거 맞는데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넘어왔지만, 다래는 그 구차한 변명을 그냥 꿀꺽 삼켜 버리고 말았다. 굳이 비행기에서 처음 마주친 수다쟁이 아줌마를 상대로 우스꽝스러운 신경전을 벌이고 싶진 않았다.

“저기 죄송한데, 저 잠깐 눈 좀 붙일게요.”

“아이고 미안. 내가 너무 수다스러웠네. 나 신경 쓰지 말고 어서 한숨 자요.”

말은 그렇게 하고 있지만, 다래는 뭔가 더 할 말이 남았다는 듯한 아주머니의 표정과 움찔거리는 입술에서 알 수 없는 불안감을 느꼈다.

“그럼….”

말과 함께 아주머니의 시선이 느껴지지 않게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 재빨리 눈을 감아 버렸다.

이대로 열네 시간 동안만 잠들어 있자. 다시 눈을 떴을 땐, 황사로 뒤덮인 이 지긋지긋한 서울 하늘도 빠이빠이다!

저도 모르게 입술 끝에 미소가 번졌다.

“다래야, 부디 몸조심, 차 조심, 사람 조심해.”

“아이고, 우리 김옥순 여사. 걱정 말아요. 잘 다녀올 테니.”

엄마는 다래의 손을 붙잡고 놓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어울리지 않게 눈물을 글썽이는 엄마를 간신히 떼어내며 다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재빨리 택시에 올랐다.

“다래야, 부디 몸조심, 차 조심, 사람 조….”

막 출발하는 택시 차창 밖으로 엄마의 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다래의 온 신경은 방금 전 엄마가 움켜쥐고 놓지 않으려 했던 자신의 손으로 향해 있었다. 손끝에서 비릿한 생선 냄새가 올라왔다. 하루 종일 생선을 만지는 엄마의 손에서 옮겨 온 냄새였다.

지겹다. 이 냄새….

“악!”

다래는 저도 모르게 비명을 내질렀다. 옆자리에서 열심히 우걱우걱 땅콩을 먹고 있던 아주머니는 그 소리에 놀라 들고 있던 땅콩 봉지를 바닥에 탁 쏟아 버렸다.

“아이고 깜짝이야. 아가씨, 왜 그래? 꿈꿨어?”

“아… 아니에요.”

왜 엄마 꿈을 꿨을까? 집 앞에서 걱정 가득한 잔소리로 그녀를 배웅하던 옥순 여사의 얼굴이 문득 스쳐 지나갔다.

“아니긴, 제대로 악몽을 꿨나 보네. 쯧쯧.”

다래는 자신을 안쓰럽게 쳐다보는 아주머니의 시선을 살짝 무시한 채 자신의 앞에 놓인 스크린을 톡톡 쳤다. 비행기는 어느새 미국 상공을 날고 있었고, 댈러스 공항까지 대략 한 시간 남짓 남은 상태였다. 이제 슬슬 내릴 준비를 해야 할 듯싶었다.

Dallas/Fort Worth International Airport.(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국제공항)

환승 시간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은 것일까? 비행기가 연착되면서 가뜩이나 넉넉하지 못한 환승 시간이 더욱 촉박하게 돼버렸다. 한 시간 조금 넘는 시간 내에 입국 심사와 함께 짐을 환승 비행기로 트랜스퍼 시키면서 시큐리티 통과까지 모두 마쳐야만 했다.

“아 미치고 환장하겠네, 진짜.”

입국 수속 부스 앞에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다래의 얼굴은 점점 사색이 되어 가고 있었다.

어찌어찌하여 무사히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까지 모두 트랜스퍼 시킨 다래는 마이애미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국내선 터미널을 향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인천 공항만큼이나 큰 규모를 자랑하는 댈러스 공항은 국제선과 국내선이 이어지는 환승 통로가 꽤 멀었던 탓에 도보 이동은 불가능했고 모노레일을 통해 이동해야만 했다.

다래는 조바심에 발을 동동 구르며 초조하게 승강장에 서 있었다. 그렇게 똥줄이 바짝 타들어 갈 즈음 저만치 꼬마 열차가 레일 위를 미끄러져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빨리, 빨리!’

속으로 다그치며 다래는 한국인 특유의 급한 성격을 자랑이라도 하듯 빠르게 열차 안으로 돌진해 들어갔다. 그러나 그 성급함이 너무 지나쳤던 탓인지, 그녀는 그만 발을 헛디뎌 바닥으로 대차게 꼬꾸라지는 대참사를 일으키고야 말았다.

“엄마얏!”

그 위험한 순간에도 토종 한국인 다래는 본능적으로 엄마를 외쳤고, 그 처절한 외침과 함께 자신의 앞에 서 있던 남자의 등짝에 호되게 얼굴을 박았다.

“으악!”

누군가의 외마디 비명이 터져 나왔다. 졸지에 다래의 얼굴로 등짝 스매싱을 당한 남자의 입에서 튀어나온 소리였다. 남자는 난데없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묵직한 무게감에 잠시 휘청거렸지만, 이내 균형을 잡고 탁 버티고 섰다. 그리고 그는 상황 파악을 위해 재빨리 뒤를 돌아다보았고, 이어서 더욱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그 찰나의 순간에 자신의 앞에 선 남자의 재킷을 붙잡고 늘어졌던 다래는, 그가 갑자기 뒤를 돌아다봄과 동시에 졸지에 그의 품 안으로 훅 들어가 안겨 버린 것이었다.

“어엇!”

또다시 남자의 비명이 이어졌고, 쏟아지는 다래의 무게를 채 이기지 못하고 몸이 뒤로 기울었다. 쿵! 하는 강한 충격음과 함께 두 남녀가 보기 좋게 뒤엉켜 열차 안으로 쓰러져 버렸고, 때마침 문이 텅 닫히며 열차가 천천히 다음 승강장을 향해 전진해 나갔다.

열차 안에 타고 있던 몇몇 사람들이 수군거리며 그들에게로 다가왔다.

“Are you guys okay?” (당신들 괜찮아요?)

몰려드는 사람들에 놀란 다래는 튕기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자신의 밑에 대자로 깔린 남자에게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앗! 죄… 죄송합니다.”

“I’m okay. 아, 한국분이세요?”

“네?”

다래는 그제야 자신이 미국이라는 나라에 들어와 있음을 인지했다. 다짜고짜 한국말부터 튀어나왔음에 어이가 없어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리고 그 하고많은 사람 중에 하필이면 또 한국말을 알아듣는 사람 위로 넘어졌을까? 참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남자는 즉시 몸을 일으켜 세우며 옷에 묻은 먼지를 툭툭 털었다. 그 둘이 안전한 것을 확인한 주변 사람들은 뿔뿔이 흩어지며 다시 각자의 핸드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다래는 밀려드는 쪽팔림과 민망함을 삼키며, 자신의 밑에 장판처럼 깔려 버렸던 남자에게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아 진짜 죄송해요. 정말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뭐 그럴 수도 있죠, 뭐.”

“제가 환승 시간이 빠듯해서 그만… 정말 죄송해요.”

“진짜 괜찮아요. 안 다쳤으면 됐죠, 뭐.”

남자는 괜찮다며 씨익 웃어 보였다. 그런데 옷에 묻은 먼지를 털며 다래를 향해 웃던 남자의 표정이 갑자기 돌변했다. 그의 미간이 서서히 좁아지며 잠시 다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가 싶더니, 이내 놀라움 가득한 한마디를 뱉어냈다.

“너 혹시… 키위?”

“예?”

남자는 다래의 10년도 더 지난 고릿적 별명을 끄집어냈다. 다래는 이거 뭐지 하는 표정으로 그 남자를 가만히 올려다봤고, 순간 한 사람의 얼굴이 그녀의 머릿속을 탁 치고 지나갔다.

‘맙소사! 코찔찔이 변성태!’

그 놀라움도 잠시, 머릿속에 담아 두었던 그 원초적 단어가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채 그녀의 입에서 툭 튀어나와 버렸다.

“변태!”

그 말에 남자의 얼굴이 홍당무처럼 순식간에 훅 달아올랐다. 그는 10년도 넘게 잊고 있었던 자신의 더러운 별명을 굳이 언급해 주는 그녀의 센스에 몹시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2% 부족한 기억력이 잘못되지 않았다면, 그는 틀림없는 초등학교 동창 변성태였다.

그는 이름 덕분에 초등학교 내내 변태라는 너저분한 별명을 달고 살았던 불운의 아이콘이었고, 당시 특이한 이름 덕에 역시나 키위라는 별명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녔던 다래는 그에게서 일종의 동병상련을 느끼곤 했었다.

“흠흠. 오… 오랜만에 만났지만 서로 매너는 지키자.”

성태는 저도 모르게 주변을 살피며 헛기침을 몇 번 했다. 그는 놀란 토끼 눈이 되어 있는 다래를 한쪽 구석으로 데리고 간 뒤, 아까의 그 당혹스러움을 떨쳐내며 한층 차분해진 말투로 대화를 이어 갔다.

“뭔 이런 우연이 다 있냐? 황당하네.”

“그러게 말이다. 근데 네가 여긴 무슨 일로.”

다래는 말과 동시에 그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았다. 초등학교 때 얼굴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그녀가 기억하는 성태는 불명예스러운 별명과는 달리 아역 배우 같은 예쁘장한 얼굴로 교내에서 인기 꽤나 있었던 아이였다. 그러나 별명만큼이나 더러운 성격 때문에 아무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했던 아이기도 했다. 초등학교 때에도 같은 반임에도 불구하고 그리 친한 사이는 아니었건만, 졸업 이후 한 번도 마주친 적이 없었던 그를 이곳 낯선 땅 미국에서 마주치다니! 그것도 환승 열차 안에서 추잡하게 나자빠지면서.

“난 여기로 이민 온 지 좀 됐지. 부끄럽지만 아직 학생이라 공부 중이야. 이번 여름에 MBA 코스 끝내고 Ph.D. 과정 준비 중인데… 너는?”

차근히 말을 이어 가는 성태에게서 어렸을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진한 먹물 향이 느껴졌다.

“아 그래? 난 뭐 그냥 단기 어학연수 좀….”

다래는 말끝을 흐리며 겸연쩍게 웃었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코찔찔이 이미지와 다르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 꽤나 한 듯한 그의 말투에 저도 모르게 주눅이 들어 버리는 그녀였다.

알량한 자존심이었을까? 차마 그저 그런 회사 적당히 다니다가 때려치우고 허파에 바람이 들어서 여기에 왔다는 말까지는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 조금 더 솔직해지자면, 한국에서의 삶이 만족스럽지 못했고, 뭔가 인생의 새로운 전환점이나 도약을 위해서 조금 과감한 선택을 했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부모 잘 만나 미국 시카고 어딘가에서 2년이나 어학연수를 하고 왔다는 옆자리 입사 동기에게 매번 밀리는 듯한 그 더러운 기분을 주체할 수 없어 여기까지 온 거라고는 더더욱 말하고 싶지 않았다.

그런 다래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성태는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되물었다.

“그래? 어디로 가는데?”

“마이애미. 저기 플로리다주 남부에 있는.”

“아 진짜? 나 이번에 UF 쪽 생각하고 있는데!”

“유… 뭐?”

다래는 네가 뭔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듯 표정을 지었다.

“플로리다 대학교라고, 네가 지금 가는 플로리다주 북쪽 게인스빌 이란 도시에 있는 학교야. 나 거기 지원서 넣고 지금 결과 기다리는 중이야.”

“아 그래?”

“와우! 우리 잘하면 또 보겠는데?”

성태는 신기하다는 듯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다래는 너무나도 달라진 그의 성격과 완전 미국 사람 같은 과장된 몸짓에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이곳 낯선 땅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들은 그 옛날 초등학교 때보다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편, 그 신기함의 이면에는 초등학교 때의 까칠하고 차가운 성격은 온데간데없고 제법 사교성이 좋고 유연해진 성태에 대한 약간의 이질감이 존재했다.

‘네가 그 대단한 학교에 진학하기 전에 내가 먼저 미국을 뜰 듯싶다.’

다래는 굳이 자세한 얘기는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우연히 만난 건 무척 반가운 일이지만 저도 모르게 왠지 아이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자신을 느꼈다.

초라한 현실에서 도망치듯 멀리 날아온 이곳에서, 모든 것을 다시 설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이곳에서, 새로운 시작이라 믿었던 이곳에서 다래는 결국 그녀의 과거를 기억하는 그 누군가에게 또다시 주눅이 들어버리고 말았다. 잔인한 현실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입에서는 그런 진짜 속마음과는 정반대의 말이 튀어 나갔다.

“그래. 그랬음 좋겠다.”

“그럼 너 미국은 처음 온 거야?”

“응.”

“혼자?”

“응.”

“용감하네. 혼자 여길 올 생각도 다 하고.”

“이 나이에 무슨… 그러는 넌?”

“난 가족 이민을 온 거라… 미국 온 지도 꽤 오래됐고… 아 참, 너 아직 미국 전화번호 없지? 일단 지금 쓰고 있는 번호랑 너 메신저 아이디 줘봐.”

“아… 어.”

다래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주섬주섬 자신의 메신저 아이디를 넘겨주며 다소 의아하단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이에 성태는 그 시선을 예상했다는 듯 씨익 웃었다. 그는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온 다래가 조금 걱정이 되었던 것인지, 그녀의 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찍어 주며 말했다.

“위급 상황에 전화할 곳 한 군데쯤 있음 좋잖아.”

순간 다래의 얼굴에 어설픈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

‘뭐야 이 오지랖은? 부담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