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가십걸

회사 휴게실은 김 대리와 은지 씨의 또 다른 근무지였다. 오늘도 변함없이 휴게실로 출근 도장을 찍으러 온 그들. 그런데 오늘따라 김 대리와 모닝 수다를 즐기고 있는 은지 씨의 텐션이 한껏 올라가 있었다.

“대박 사건.”

“뭔데?”

“저 주말에 남친이랑 동네 카페 갔다가 다래 씨 봤어요.”

“그게 왜? 너네 같은 동네 사는 거야 진작에 알고 있던 건데 뭐.”

김 대리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은지 씨는 그게 핵심이 아니라며 크게 심호흡하며 말을 이어 갔다.

“겁나 잘생긴 외국 모델하고 있었다니깐요!”

“뭐? 외국 모델 뭐?”

김 대리는 황급히 먹던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되물었다.

“미친 비주얼로 카페 안에 남자들을 죄다 오징어로 만들어 버렸다니깐요. 실제로 보면 대리님도 오줌 지릴걸요.”

“그 정도야? 설마 남친은 아니겠지?”

“남친이냐고 물어보니까 아니라고는 하는데, 제 눈으로 분명 그 조각상이 다래 씨의 허리를 이렇게 박력 터지게 빡 감아쥐는 걸 봤다니깐요.”

은지 씨는 라이언이 했던 행동을 재연해내며 한껏 열을 올렸다.

“허어얼… 뭐야? 그 신입….”

“절 보고는 기겁해서 도망치듯이 나가 버리는데, 뭘 더 물어볼 수가 있어야죠. 아, 저도 너무 궁금해 미치겠어요. 정확하게 무슨 사이인지.”

은지 씨의 제보가 아침부터 김 대리의 호기심을 강하게 자극하고 있었다. 어리바리 찐따 신입에게 숨겨 둔 존잘 남자친구가 있다는 쇼킹한 뉴스에 김 대리의 심기가 심히 불편해졌다.

가뜩이나 새로운 훈남 신입 성태 씨와 초등학교 동창이라는 그 이유 하나만으로도 괜히 얄미운 마당에 아주 대놓고 미움 적금을 붓고 있었다.

​

모닝 농땡이 후 사무실로 돌아온 은지 씨와 김 대리는, 언제나 그렇듯 산더미같이 쌓인 업무에 정신없이 타이핑을 하고 있는 다래 옆을 스윽 지나쳐 갔다. 그런데 김 대리는 갑자기 가던 걸음을 탁 멈추고 다시 다래 곁으로 슬쩍 다가오더니 그녀의 파티션에 삐딱하게 기대서며 말을 걸어왔다.

“신입.”

“네?”

“성태 씨 어디 갔어?”

“인사 팀장님이 부르셔서 잠깐.”

“그래? 성태 씨는 인사 팀장님하고 친한가 봐? 허구한 날 거기에 불려 가 있네.”

“뭐 시킬 일이라도 있나 보죠.”

“신입이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성태 씨 매니저라도 돼?”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지. 김 대리는 말도 안 되는 핑계를 대며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지고 있었다. 누가 봐도 작정하고 시비를 거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다래는 단전에서부터 끓어오르는 화를 눌러 참으며 표정 관리를 하려 애썼다.

“신입, 성태 씨랑 초딩 동창이라 했지?”

“아, 네.”

“성태 씨, 여친 있어?”

“아니요. 제가 알기론 없어요.”

“그래? 그럼 나 좀 소개해 줘봐.”

“네?”

“왜? 안 돼? 다래 씨는 눈 돌아가게 멋진 외국인 모델 남친 있다면서. 나는 연애 좀 하면 안 되나?”

“네? 모델 남친이라뇨?”

“은지 씨가 그러던데, 주말에 남친이랑 동네 카페에서 데이트하는 거 봤다고.”

그 말에 다래는 맞은편에 앉은 은지 씨를 지그시 바라보았고, 은지 씨는 몹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원망 섞인 다래의 시선을 획 피했다. 졸지에 김 대리 전용 안테나에 고자질쟁이가 돼버린 꼴이었다.

“아… 남친 아닌데….”

“아 뭐 그건 내 알 바 아니고, 그래서 나 밀어 주기 싫은 거야? 성태 씨랑 좀 잘해 보고 싶은데….”

김 대리는 화려하게 잘 다듬어진 자신의 손톱을 내려다보며 뽀로통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다래는 그 능글맞고 뻔뻔한 작태를 보고 있자니 속에서 쓴물이 훅 올라왔지만, 애써 꾹 눌러 삼켰다.

‘아오 진짜 저걸… 넌 길에서 행인으로 만났으면 바로 머리끄댕이였어. 슬기로운 회사 생활을 위해서 오늘도 내가 참는다 진짜.’

계속된 그녀의 무개념 발언에 주먹이 부르르 떨렸지만, 그보다 더한 꼴을 수없이 많이 보아 오며 정신 수행을 게을리 하지 않았던 다래는 여유롭게 대꾸했다.

“그렇찮아도 제가 김 대리님 어떻냐고 저번에 슬쩍 물어봤었어요.”

“아, 그래?”

그 말에 김 대리 얼굴에 급 화색이 돌았다. 아까의 그 똥 씹은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다래 가까이로 바짝 몸을 숙여 물었다.

“그래서, 뭐래? 성태 씨가 뭐래?”

“아, 뭐 아직은 본 지 며칠 안 돼서 잘 모르….”

때마침 인사 팀장과의 미팅에서 돌아온 성태가 활기차게 인사하며 사무실로 들어왔다.

“좋은 아침입니다!”

다래는 재빨리 입을 꾹 다물어 버렸다.

‘성태야 미안해. 일단 내가 좀 살고 보자.’

다래와 김 대리 사이에 어떤 모종의 거래가 오고 갔는지도 모른 채 그들 옆으로 다가오는 성태는 뭣도 모르고 예의상 멘트를 날렸다.

“대리님, 오늘 원피스 예쁘네요.”

“그래? 이번 주말에 나온 따뜻한 신상이야. 정말 나랑 잘 어울려?”

성태를 바라보는 김 대리의 눈은 이미 하트가 되어 있었다.

“네. 뭐 워낙 옷걸이가 좋으시니.”

비위도 좋아라. 아주 마무리 멘트까지 확실하게 서비스해 주셨다. 성태의 설탕무침 립서비스에 입이 귀 끝에 걸린 김 대리는 다래 갈구기를 멈추고, 봄나비처럼 팔랑팔랑 날아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착각은 김 대리의 자유지만, 막상 일을 저질러 놓고 보니 그 후환이 조금 두려웠다. 다래는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존경의 눈빛으로 성태에게 감사 인사를 올렸다.

“쇤내를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진 인턴 선비의 덕목이니라.”

“인턴님, 멋지십니다.”

“나도 알아. 나 멋진 거.”

성태는 쌍엄지를 치켜드는 다래를 향해 점잖게 미소 지었다. 세 치 혀로 김 대리를 제자리로 신속 정확하게 쫓아 준 성태 덕분에 다래 마을에는 다시 조용한 평화가 찾아왔다.

“어서 와 라연이. 오늘도 출근했네?”

시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그새 라이언의 얼굴이 눈에 익은 몇몇 아주머니들이 그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좋은 아침이야 라연 총각.”

“헤… 헬로우우.”

어설픈 영어 인사를 건네는 아주머니들, 그들은 왜 입술에 빨간 루즈를 바른 것인가.

“나는 안 보이냐?”

오직 라이언에게만 쏠리는 관심과 인사에 옥순 여사는 퉁명스럽게 맞받아쳤다. 앞서 걸어가고 있는 옥순 여사에 대한 인사는 생략된 지 이미 오래였다.

라이언은 그들에게 가볍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Good morning, everyone.”

그렇게 아침 댓바람부터 시장 아주머니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으며 시장 선거 출마하듯 입장한 라이언은, 저만치 옥순 여사의 생선 가게 앞에 늘어선 줄을 보곤 흠칫 놀라고 말았다. 아직 개시도 하지 않았건만 마치 입소문을 타고 전국 맛집을 찾아온 손님들처럼 대기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아이그. 왜 이렇게 늦었어?”

“나 애들 학교 보내 놓고 바로 나왔는데 벌써 내 앞에 열 명이나….”

줄을 선 아주머니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생선 장사를 시작한 이래 이런 호황은 없었다. 얼떨결에 소비자의 니즈를 충분히 만족시킨 새로운 판매전략 덕분에 옥순 여사의 생선 가게 매출이 500%나 폭등해 버렸다.

아침 일찍부터 들이닥친 손님 러쉬 때문에 옥순 여사와 알바생 라이언은 한숨을 돌릴 틈도 없이 바로 장사를 개시할 수밖에 없었다. 이젠 제법 손발이 맞아 옥순 여사는 부지런히 생선을 자르고, 라이언은 옆에서 열심히 그것을 봉지에 담아 주었다. 봉지를 건네주는 라이언의 손을 스치듯 주물덕대는 고객님들을 보아하니, 내일 아침에는 더욱 긴 줄이 예상되었다.

그렇게 하루 종일 빡센 노동량에도 불구하고, 라이언은 불평 한마디 없이 옥순 여사를 도왔다. 그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잠시 손님이 없는 틈을 타서 요령 있게 빈 박스들과 가게 주변을 정리하며 싹싹하게 일을 처리했다.

옥순 여사는 땀에 흥건히 젖어 있는 그에게 아이스 믹스 커피 한 잔을 건넸다.

“라연아, 시워언하게 이거 한 잔 먹으면서 잠깐 쉬어.”

“Oh, Coffee break. Thanks.” (“오! 커피 타임. 고마워요.”)

자그마한 종이컵을 받아 든 라이언은 그제야 굽었던 허리를 펴며 손에 쥔 커피를 한 모금 호로록 마셨다.

“맛있어? 굿?”

“Wow, this coffee is so amazing!” (“우와! 이 커피 진짜 맛있어요!”)

처음으로 달달한 한국 스타일 믹스 커피를 먹어 본 라이언은 그 환상적인 설탕 크림 반반 조합에 실로 놀랍다는 탄성을 내질렀다.

옥순 여사는 그럴 줄 알았다며 가게 한편에 놓인 간이 의자에 앉았다. 그녀는 말없이 벽에 기대서 믹스 커피를 음미하고 있는 라이언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그 과묵하고 우직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집에서 귀공자처럼 곱게 자랐으며, 태어나서 먹고살기 위한 노동이란 걸 해본 적이 없다던 다래의 말이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기본적으로 타고난 머리가 좋아서 그런 건지, 한번 가르쳐 준 일은 절대 까먹지 않았고,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것들도 막힘없이 척척 해냈다. 옥순 여사는 그의 요란하지 않은 성실함이 참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잠깐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있을 때, 누군가 그들 곁으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어이구, 안녕하십니까.”

그들 앞에 두 명의 장정이 버티고 섰다. 손에 찬 금시계와 플라워 무늬 셔츠가 몹시 인상적인 두 남자는 옥순 여사의 가게를 이리저리 훑어보았다. 전혀 손님처럼 느껴지지 않는 수상한 그들을 보며, 옥순 여사는 앉은 뱅이 의자에서 일어서며 물었다.

“누구… 세요?”

“아, 저희는 저기 시장 맞은편 땡땡 마트 수산물 코너에 물건을 납품하는 사람들인데.”

“그런데요?”

“요 며칠 거기 마트 판매량이 이유 없이 급감하면서 납품량이 반으로 줄었어요. 그래서 그 원인을 찾고자, 이렇게 그냥 주변 시장 조사를 나왔습니다.”

“아… 아….”

옥순 여사는 무슨 연유로 그들이 이곳에 찾아왔는지 단박에 알아차렸다. 바로 그들의 주요 납품처인 땡땡 마트의 수산물 코너에 갑자기 들이닥친 매출 급락 한파 때문이었다.

품질과 신선도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혹시 가격이 문제인 건가 싶어 주변 상권을 싹 다 뒤져 봤지만, 그들보다 더 싸게 물건을 납품하는 곳도 없었고, 그 대형 마트보다 더욱 싼 가격에 판매가 이루어지는 곳 또한 없었다. 그러던 중 최근에 판매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는 옥순 여사네 생선 가게 소식을 듣고 이곳까지 직접 찾아온 것이었다.

“그래서 뭐가 문제라는 거지요?”

옥순 여사는 양미간을 좁히며 일면식이 전혀 없는 그들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아니 뭐… 혹시나 아주머니가 어디서 값싸고 불량한 물건을 슬쩍 가져다 쓰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원산지는 제대로 표기하신 건지 뭐….”

“뭐요?”

“저는 그저 이쪽 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뭐 일종의 책임감을 갖고,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서.”

“말도 안 되는 소리 그만하고, 조용히 가던 길 마저 가세요.”

옥순 여사는 남자의 말을 거칠게 탁 잘라냈다. 남자가 왜 그런 비아냥거리는 말투로 시비를 걸고 있는 건지 눈치 못 챌 옥순 여사가 아니었다. 옥순 여사가 정당한 방법으로 장사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 그는, 어떤 꼼수를 부린 건지 알아내기 위해 슬쩍 밑밥을 던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말장난과 시비에 일일이 대꾸해 줄 필요는 없었다.

“아니 아줌마 그냥 몇 가지 확인 좀 하겠다는데 왜 화를 내십니까?”

“당신들… 내가 좋은 말로 할 때 그만 가.”

“뭐라고요?”

남자는 옥순 여사의 말에 인상을 팍 쓰며 한 발자국 더 가까이 다가섰다. 이에 옥순 여사 역시 지지 않고 그를 더욱 가열하게 노려보았다.

이때, 돌아가는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라이언이 즉시 그들 사이를 막아섰다. 남자는 자기보다 머리통 하나는 더 큰 라이언을 슥 올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아하, 동네 아줌마들을 죄다 끌어모은다는 그 알바생이 너구나?”

“What did you just say?” (“너 방금 뭐랬냐?”)

“허참 희한하네. 한국말 할 줄 몰라?”

“Excuse you!” (“뭐라고!”)

남자는 라이언을 삐딱하게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한마디 툭 던졌다.

“이봐, 말 안 통하는 양키 알바는 빠지고, 사장끼리 얘기하게 비키라고.”

라이언은 그들이 뭐라고 하는 건지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다. 하지만, 옥순 여사의 표정과 남자의 어투로 봐서는 그저 옆에서 방관만 할 상황이 아님을 직감했다. 라이언은 다시는 눈에 잔뜩 힘을 주며 남자의 어깨에 손을 턱 얹었다.

“Hey, Knock it off! I don’t give a shit about you and your problems. Get the fuck outta here!” (“이봐, 그만해! 당신 문제는 내 알 바 아니고, 당장 여기서 꺼져!”)

거친 악센트와 함께 그의 헤이즐 눈동자에서 강력한 레이저빔이 쏘아져 나왔다.

앞에 선 남자는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얘 뭐래니?”

옆에 있는 동료에게 넌지시 물었다. 동료 역시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Oh my god….” (“맙소사.”)

그가 뭐라는지 전혀 알아듣지 못하는 상황, 라이언은 탄식을 자아냈다. 아무리 눈을 부릅뜨고 협박조의 말을 날려 봤자, 이건 그냥 개소리 멍멍이였던 거다. 그냥 벽에 대고 왈왈 혼잣말을 지껄인 거였다. 안타깝게도 어느 외국인의 간절한 외침은 결코 그들의 달팽이관에 닿지 못했다.

이때, 잠자코 돌아가는 모양새를 지켜보고 있던 옥순 여사가 자신의 앞을 막아선 라이언의 팔을 탁 잡았다.

“라연이 넌 잠깐 물러서 있어.”

“옥쑨 요사… Hold on….”

“라연이, 무브!”

옥순 여사는 라이언을 옆으로 탁 밀쳐냈다. 그리고 어이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두 남자의 앞에 탁 버티고 섰다. 천천히 워밍업을 하듯 목을 좌우로 뚜둑 꺾는 옥순 여사. 곧이어 그녀의 육두문자 드립이 시작되었다.

“이런 쉬발! 어디서 조카 십팔색 크레파스 같은 존만한 게 어디서 염병하고 지랄이야.”

“아줌마!”

훅치고 들어오는 그녀의 욕설에 발끈하는 남자들. 그러나 옥순 여사는 전혀 개의치 않고 차근히 랩핑을 이어 갔다. 비트는 필요 없다. 이미 그녀의 욕은 플로우를 타고 있었다.

“어디서 내 제사상에 약과나 탐낼 어린노무 시키들이 깝치고 있어. 확 창자를 꺼내 줄넘기 이단 뛰기를 해버릴랑가.”

남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라이언마저 입이 떡 벌어져 그녀를 바라보았다. 정확히 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된소리와 강한 악센트에서 엄청난 다크함이 느껴졌다.

‘이건 마치 뉴욕 브루클린 할렘가 스웨그.’

언더그라운드 흑인 래퍼의 콘서트를 스테이지 1열에서 감상하고 있는 듯한 이 느낌!

“확 옥수수를 털어서 짤짤이를 해버리기 전에, 개소리 그만 지껄이고 꺼져 이것들아!”

“아니, 이 아줌마가 미쳤나?”

“그래. 너 말 잘했다. 너 진짜 미친년이 어떻게 하는지 함 보여줄까? 엉? 여기서 개진상 진흙탕 싸움 한 번 보여줘?”

옥순 여사는 삿대질을 해가며 그들에게 바짝 다가섰다. 그들은 그 대단한 기세에 눌려 주춤하며 뒤로 살짝 물러섰다.

“너 내가 해양수산부 국립 수산물 품질 관리원에 연락해서 내 물건 검사받아서 문제없다고 나오면 어떡할 건데?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단순히 너희들이 아무런 증거 없이 이렇게 남의 가게 쳐들어와서 영업 방해한 거면, 나도 가만히 안 있지. 그땐 나도 깡패가 되는 거야.”

“무… 무슨 그런 말을….”

“더 살벌한 말 듣고 싶지 않으면 당장 꺼져엇!”

옥순 여사의 일갈성이 터졌다. 그 소리에 맞춰 일제히 옥순 여사의 생선 가게로 몰려드는 시장 안의 수많은 눈들. 더 이상 이곳에서 소란을 피워봤자 서로에게 좋을 게 없었다. 두 남자는 살짝 눈치를 살피는가 싶더니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튕기듯 뒤돌아서 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