립스틱을 바르는 손이 덜덜 떨렸다. 잠시 후면 모든 게 끝날 것이다. 복수는 달콤하다고 누가 그랬던가? 그렇게 짓밟아주겠노라, 당한만큼, 아니 적어도 그녀의 심정 반에 반만이라도 그 잘난 여자가 알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 수단이 되어줄 남자는 강해도 너무 강했다. 과연, 이 모든 것을 밝혔을 때, 그녀가 온전하게 여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녀는 반쯤 흘러내린 시트에 드러난 남자의 단단한 몸에 시선을 던졌다. 밤새, 그는 그녀를 가만두지 않았다. 몸을 빼앗겼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실감이 나도록 제 몸의 소유권을 넘겨준 채 제대로 유린당했다. 남자는 대단한 정력가였고, 한두 번으로는 끄덕도 하지 않을 만큼 만족을 모르는……. '순간 남자가 뒤척이자 하얀 시트가 흘러내렸고, 끝없이 그녀를 가졌던 남자의 몸이 여지없이 드러났다. 긴팔과 아름다운 손, 단단한 근육으로 뭉쳐진 복부, 매끄럽게 빠진 허벅지와 듬성듬성 난 털 때문에 검게 보이는 다리까지. 그의 몸 어느 하나도 그녀에게 닿지 않았던 곳이 없었다. 불과 여덟 시간을 같이 보냈을 뿐인데 참으로 많은 부분을 허락했다 싶었다. 그는 그녀가 기꺼이 자신을 내어놓도록 온갖 기교와 힘을 발휘했다. 그는 자신만만했고, 여자에 대해 모르는 게 없을 정도로 능수능란했다. 또한 놀라울 정도로 섬세해서 그녀의 작은 숨소리만으로도 어느 지점에서 민감하게 반응하는지 찾아냈다. 그녀는 이 남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준 것 같았다. 그런 적은 처음이었다. 또,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나누는 방법이 그렇게 다양한지도 처음 알았다. 어쩔 때는 너무 적나라하게 자신이 드러나서 수치심에 움츠러들었지만, 그는 그것조차 허락지 않았다. 거울 속에서 그녀는 자신의 은밀한 행위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걸 보고 더욱 흥분했고, 더 뜨겁게……. 발정 난 고양이가 따로 없었지. '그녀는 괴상한 신음소리를 내지르며 그를 소유하고 싶어 안달을 했다. 그는 그럴 때마다 자만심에 젖은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에게 조금씩, 조금씩 그를 내어주었다. 그는 그녀가 성급하게 달려들도록 감칠맛 나게 움직였다. 그러면서 그녀가 그를 삼킬 때마다 그에 자극 받은 듯 그녀가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커졌다. 그는 그녀 안에 신경 줄을 튕기듯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툭툭 건드리며 드나들었다. 어느 순간 그녀는 호흡조차 잊고 그에게 열중했고, 끝날까 봐 아쉬워하며 쉬, 쉬를 연발하며 그를 안았다. 애초에 이렇게 즐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아니, 구역질이 나도록 끔찍할 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그런 생각할 틈조차 주지 않았다. 그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아찔한 키스를 나눈 그 순간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는 순간, 그는 그녀의 긴 머리를 틀어쥐어 고개가 젖혀지도록 뒤로 넘기고는 소나기 같은 키스를 퍼부었다. 그 바람에 벌어진 입술 사이로 거침없이 들어온 혀끝은 그녀의 입 안이 얼얼해지도록 집요하게 입 안을 훑고 핥고 빨아댔다. 그 순간부터 그녀의 몸은 이미 주인의 의지를 떠난 거였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그녀는 이미 수차례 그와 몸을 섞은 후였다. '‘성민, 보고 있어? 나 더 이상 너만의 여자가 아냐. 다른 남자에게 나의 모든 것을 줘버렸어. 네가 날 안았던 그 어떤 방법보다 더 깊었고, 더 뜨거웠어. 기분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