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유산 상속 되다. 선영 빌라로 GO~!'''' 며칠동안 머리를 감지 않았는지, 기름기가 줄줄 흐르는 머리카락을 고무줄로 묶고, 고등학교 체육복으로 연상되는 지금은 입을 것 같지도 않는 눈에 튀는 새파란 색 체육복에 왼쪽 다리부분은 종아리까지 걷어올리고 발꿈치부분은 다 헤진 양말에 눈에는 한 개, 두 개 눈곱도 달고 손은 쉬지 않고 과자를 들어올리며 열심히 입 운동을 하고 컴퓨터 모니터에서 눈 한번 떼지 않고 있는 이 머리 아픈 노처녀는 올해 스물한 살도 아닌, 서른 한 살의 노처녀, 이선영이다.' 그녀는 현재 프리랜서 작가로 활동중이다. 그러나 말이 좋아서 프리랜서이지, 글을 쓴지 십여 년이 다 되어 가는데 여태껏 출판한 책이 단 한 권인 그야말로 백수. 만날 출판사에 소설을 갖다 바치면 퇴짜 맞는 게 일인 여자. 여태껏 결혼할 남자 한 명도 없이 본인은 굳이 화려한 솔로라고 우기지만 타인들이 봤을 때는 궁상맞기 짝이 없는 노처녀. '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일은 남들에 대해 관찰하는 것. 그러나 겁은 무지하게 많아서 몰래 몰래 관찰한다. ' 그런 그녀에게 빌라가 하나 떨어졌다.' 아버지가 지난주에 돌아가시고 난 후, 변호사가 많지도 않은 유산을 정리하는데, 유언장에 그녀에게 빌라를 하나 물려준다고 한 것. 이게 모든 사건의 발단이다. 그녀는 절대로 집에서 이사가고 싶지가 않았지만, 월세로 있는 이 아파트는 소란스럽고 거기에다 주인집에서 얼마나 까다로운지, 결국, 그녀가 집을 옮기기로 결정하고 말만 듣던 빌라를 한 번, 찾아가 본 것이다. ' 이런 젠장. 이 빌라는 원래 그녀가 살던 동네에서 훨씬 많이 떨어져 있었다. 언제 아버지가 그런 곳에 빌라를 하나 지어 놓았는지 전혀 알지 못했었다.' 이사비용이 만만치 않게 들 것 같은데. 그보다 문제는 당장 밀린 전기 값과 기타 세금이다. 이제 이 세상에 단 혼자 남겨진 그녀는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 가야 할텐데, 이럴 때 생각하면 부모님들이 자기에게 형제하나 만들어주지 않은 게 너무나도 원망스럽다. ' 그래서 그녀가 결국 생각해 놓은 게 하나 있다면 바로 이 빌라에 세를 놓는 것이다. 어차피 이 빌라를 처분하지 않는 한, 제산 세를 내야 할 테고 또, 계속해서 책이 퇴짜 맞으면 그녀는 당장 길거리에 나앉아야 할 처지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그래서 지금 열심히 광고지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과연 그녀의 뜻대로 잘 될까? 뭐, 그거야 좀 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