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designer''''한신 자동차 창원 공장 본관 5층에 위치한 자재부 사무실.'점심 식사를 막 마친 여사원들이 주방에 모여 있었다. 약속을 한 것도 아니었는데, 하나같이 평소보다 빨리 식사를 끝낸 여사원들은 지금 자신들의 손에 쥐어져 있는 따끈따끈한 사보에 대한 얘기로 열을 올리고 있었다.'단연 그 화제의 중심에는 한신 자동차 회장의 아들 동혁이 있었다.'“영숙 언니 이것 봐. 한 상무님 이 사진 너무 멋있게 나왔지? 이 이지적인 모습이라니. 사진발 하나는 기가 막힌다니까…….”'사진을 집어삼킬 듯한 기세로 은비가 말했다.'“슈트발은 어떻고…….”'은비의 옆에서 은영이 맞장구를 치며 한 마디 거들었다. 그들은 자재부 사무실에서 silver sisters로 통하고 있었다. 한 회장의 외동아들 한동혁의 열혈 팬들인 그들은 회사 사보의 열혈 마니아였으며, 다른 사람들은 그냥 한 번 쓱 훑어보는 사보를 혹시나 동혁에 대한 얘기를 한 줄이라도 놓칠세라 꼼꼼히 읽어보며 그에 대한 애정도를 과시했다.'동혁에 대한 거라면 거의 초능력을 발휘할 정도인 그들은, 사보에서 동혁의 뒷모습은 물론 희미하게 찍힌 동혁의 모습까지도 놓치지 않고 찾아내어, 다른 여사원들의 찬사를 받을 정도였다.'뭐, 믿거나 말거나지만, 그들 책장의 명당자리에 위치한 보물 1호가 회사 사보라는 소문도 있다.'“근데 이렇게 매력적인 상무님이 왜 아직 혼자인 걸까?”'정말 그 이유를 모르겠다는 듯이 지현이 말했다.'“성질이 더럽잖아.”'영숙의 말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일제히 째려보는 시선이 영숙에게 쏠렸다. 영숙은 그런 그녀들의 반응을 조금은 즐기는 듯 했다.'“기집애들. 뭔 배우나 가수 팬클럽도 아니고 무섭다니깐……. 틀린 말 아니잖아. 좋아해도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언니.”'자신들의 우상을 그런 식으로 말하는 영숙이 얄미웠는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한 마음 한 뜻으로 주방 안이 떠나가도록 그녀들은 외쳤다.'그런 그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던 영숙은 그녀들의 따가운 질책이 더 이어지기 전에 얼른 화제를 돌렸다.'“근데 너희들 그 소문 들었어?”'무슨 큰 비밀이라도 되는 양 영숙이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은비를 비롯한 동혁의 열혈 팬들은 방금 전 영숙의 말에 기분이 상했던 터라 영숙의 말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영숙은 그런 그녀들을 보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래? 별로 안 알고 싶다 그거지. 아쉽네. 한 상무…….”'영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언제 그랬냐는 듯 똘망똘망한 눈빛들이 영숙을 향했다. 방금 전 까지 와는 180도 다른 그녀들의 반응에 영숙은 웃음 지었다. 그리고 지금 이 상황을 즐기는 듯 얼른 말해주기만을 기다리는 애절한 눈빛들을 외면한 채 한껏 뜸을 들이고 있었다. 보다 못한 은비가 영숙의 팔에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렸다.'“영숙 언니, 뭔데……. 빨리 말해줘요. 우리 예쁜 영숙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