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프롤로그''''여자 나이 스물아홉에 접어들어 계란 한판을 향해 달려 나가다 보면 평소보다 조금 많은 생각을 한다. 물론 많은 생각을 하고 그것을 영양가 있게 쓴다면 20대의 마지막 장을 장식하는데 있어 그것보다 더 충만한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문제는 그 좋은 머리로, 그 좋은 나이에 상상하는 것이라고는 전혀 쓰잘머리 없는 잡스런 것들이 태반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리고 그의 앞에 선 그의 배꼽 친구는 제 머리 속에 쓸모 있는 면모나 유용한 구석이라고는 눈곱만치도 없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는 듯 사람을 기함하게 만들었다.'“나랑 잘래?”'거두절미한 서희의 발언에 그는 흠칫 놀라며 입안에 있던 맥주를 그대로 품어낼 수밖에 없었다.'“뭐?”'“자자고. 에스(S), 이(E), 엑스(X). 섹스. 몰라?”'친절하게도 스펠링까지 일러주는 서희의 작태에 연후는 못들을 것을 들었다는 것을 머리를 빙빙 흔들었다. 작은 거실 내 자욱한 고기 연기 때문에 그의 뇌가 잠깐 이상을 일으킨 것일 수도 있다. 뇌는 아주 섬세한 것이라고 했으니 그럴 가능성도 있을 터였다. 혹은 그의 귀가 이상을 일으킨 것일 수도 있었다. 연후는 그가 토해낸 맥주를 닦기 보다는 검지를 들어 애먼 귓구멍만 팠다.'“뭐하니?”'“내 귀가 미쳤어.”'“무슨 개소리야?”'인상을 찡그린 서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연후는 쉬지 않고 귀를 팠다. 새끼손가락으로 후비적거리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이제는 고개를 옆으로 하고 찰싹찰싹, 귀를 때리기 까지 했다. 귀는 곧 벌겋게 달아올랐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자학하는 줄 알 것이다. '“자학해?”'“…….”'퉁명스레 말을 내뱉었으나 여전히 연후는 반응이 없었다. 서희가 신경질적으로 손을 뻗어 연후를 말리려고 했지만 연후의 움직임은 멈춰지지가 않았다. 그러나 그 행동은 뒤이은 서희의 말에 거짓말처럼 멈춰졌다.'“나랑 자기 싫어?”'“…….”'그가 미친 것이 아니라 서희가 미쳤다.'그의 뇌가 미치거나 그의 귀가 미친 것이 아니라 서희의 정신이 이상해진 것이었다.'“……너 약 먹었냐?”'“왜? 너 그거 잘한다며?”'기가 막혀서 한마디 내뱉으니, 도리어 한 술 더 뜨는 서희를 보는 연후의 시선이 황망했다.'“넌 치마만 두르면 다 O. K.아냐?”'연후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박서희, 아무리 치마 입어도 너만은 제외야”'방실거리는 그녀를 향해 이를 갈며 내뱉은 말에도 서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후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연신 싱글거리는 서희에게 연후는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도 되지 않았고,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다.'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연후를 보던 서희가 약간의 침묵 후에 말을 덧붙였다.'“Por probar, nada se pier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