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요. 이건 하기 싫단 말이어요.'-그래도 아버님께서 하라 하셨단 말이야. 어서 하자.'-싫어요.'맨발로 뜨거운 모래를 밟으며 수련을 하는 걸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는 화가 생전 하지 않던 투정을 부리자, 당황한 유랑이 화의 손을 잡아당기며 재촉했다.'-자꾸 그러면 화낸다.'아무리 잡아당겨도 엉덩이를 뒤로 쭉 뺀 채 하지 않겠다 버티는 화 때문에 유랑의 새하얀 이마 위로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그래도 싫어요. 이건 너무 아프단 말에요. '쓱 자기 앞에 붉게 변한 발바닥을 내보이며 울상을 짓는 화 때문에 유랑이 미간을 모으고 말았다. 자신은 남자라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지만, 화는 아니었나 보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벌건 발바닥을 보며 자신이 얼마나 멍청했으면 저리 될 때까지 몰랐을까 싶어 애꿎은 머리를 쥐어박으며 말했다.'-이렇게 될 때까지 왜 말 안했어?'괜히 자신에게 화가 나 머리를 높이자, 그런 유랑의 화난 모습에 화가 울상을 지으며 말했다.'-그럼 문주님께 혼나잖아요.'-화야…….'-지난번에 저 때문에 유랑 님만 혼나셨잖아요. 그런데 또 그러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너무 아파서…….'이젠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고개를 떨어뜨리는 화 때문에 유랑의 콧잔등이 시큰거려져 오고 말았다.'-바보.'-알아요.'-다음부터는 이렇게 아프면 나한테 바로바로 말해. 알았지?'-그럼 오늘 수련은 안 해도 돼요?'-훗, 그래. 서로 비밀로 하고 놀러 가자.'-와, 정말요?'-응. 내가 좋은 데 알아뒀는데 오늘 가보자.'-신난다.'그토록 아프단 발바닥이 감쪽같이 나았는지 화가 깡충깡충 뛰며 좋아라 하자, 유랑의 얼굴에도 함박꽃이 활짝 드리워졌다. 여기저기 보이는 문도들의 눈을 피해 지난주에 알아둔 장소로 온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활짝 웃었다.'-정말 멋지지?'거세게 쏟아지는 폭포수 소리도 너무 좋아 화가 유랑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이런 곳을 발견했어요?'-어제 파천전을 연습하다가 우연히 발견했지.'-와, 너무 좋다.'-더 들어가 볼까?'생각보다 더 좋아 하는 화 때문에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유랑이 사뿐하게 바위에서 내려서자, 그런 유랑을 바라보던 화가 미간을 모으며 고개를 저었다.'-그냥 여기서 봐요. 너무 들어가면 위험할 것 같아요.'-에이, 하나도 안 위험해.'-아니요. 물살이 너무 거세요.'아무리 보기 좋고, 폭포수 가까이 가고 싶다지만 큰 바위 위에서 내려다본 물살은 상당히 거세 보였다. 저런 물살에 휩쓸리면 아무리 무공을 한 자신들이라지만, 빨려 들어가 나올 수 없을 것 같아 화가 고개를 저으며 그를 말렸다.'-에이, 겁쟁이구나, 화는.'-유랑 님.'-겁쟁이 화라고 매일 놀려야겠다.'그때의 그 자만이란. 어린아이라 더 그랬는지도 모를 일이었다. 만류하는 화의 말을 무시한 유랑이 보란 듯이 폭포수 가까이 가기 위해서 몸을 날렸고, 순간 불어온 회오리에 펼치려던 무공을 완성하지 못한 채 그대로 물속으로 빠지고 말았다.'-유랑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