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 1. 객식구 등장.''''pm 10:30분'남들은 슬슬 잠을 잘 그 시간에 부스스 눈을 뜨며 시계를 본다.'“벌써 이렇게 됐나? 뭔 시간이 이리도 잘 가?”'벅벅 배를 긁으며 하품을 하고 일어난 그녀는 제일 먼저 냉장고로 향했다. 역시 사람은 깨어 있을 때 제일 먼저 배가 고픈가보다. 꼬르륵 소리가 배 전체에 울리며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다. 냉장고 가득 먹을 것이 천지에 소주, 맥주 그리고 안주거리가 가득가득 완전 소중한 냉장고를 보면 행복감에 저절로 입이 벌어진다. 그래, 그랬으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실상은 그렇지 않다. 통은 크면서 안에 저장하고 있는 거라곤 먹다 남은 오이 반 개에 유통기한 지난 우유 그리고 바닥을 드러낸 생수, 쉬어 꼬부라진 김치가 든 작은 통이 그녀의 식량 전부였다. '“정말 뭐 이래. 편의점까지 가야하나? 귀찮아 죽겠는데. 확 굶어버려?”'꼬르르륵!'굶는다는 말에 결사반대하듯 뱃속에서 배고픔을 호소하고 있었다.'“알았다, 알았어! 때 되면 꼭 아우성이네. 어디 안 먹고 사는 법 좀 없나?”'그녀는 투덜투덜하며 지갑을 들고 편의점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녀는 그날 그냥 배고픔을 참고 있었어야 했다. 그랬으면 그 녀석을 만나지 않았을 텐데…… 그놈과의 악연이 시작될 줄 누가 알고 있었으랴! '신이시여! 왜 제게 이런 시련을!'허벅지를 찔러가며 산 세월이 어언 30년이다. 뭐 지금도 현재진행중이지만 언젠가는 백마 탄 왕자님이 나타나겠지 하는 망상에 사로잡혀 아직도 착각 속에 빠져 살고 있다. 뭐 살면서 한 번은 백마 탄 왕자가 나타난 줄 알고 좋아했는데 알고 보니 백마 파는 장사꾼이었나 보다. 가진 게 없다고 무시하고 그냥 지나치는 거 보면.'[야이, 미친년아! 꿈 깨라 응? 돈이라도 많으면 젊은 놈이라도 붙지. 이건 능력도 없어요. 얼굴도 안 돼요. 아얏! 그래 얼굴은 뭐 그냥 봐줄만하다. 그렇다고 직장이 탄탄한 것도 아니잖아?]'친구라는 년은 불쌍하게는 생각하지 못할망정 대못으로 가슴팍이나 쑤셔 박는 잔인한 말만 지껄이고 못된 년, 나쁜 년!'혼자 별의별 망상에 빠져 투덜거리면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갔다. 늦은 밤이라 그런지 삼각김밥도 떨어지고 샌드위치도 없다. 그다지 땡기는 게 없어 컵라면을 집어 들었다. '“음, 물도 떨어졌지? 가만있어 보자 생수가 어디 있더라…….”'음료수가 가득한 진열대에서 생수를 찾다가 맥주 캔을 보니 맥주가 당겼다. 맥주 캔 한 개를 집다가 망설이며 하나를 더 집어 들었다.'“에잇 모르겠다.”'원성이 자자할 뱃속 생각은 접어두고 또 다시 술을 집어 든 그녀는 맥주 캔 2개와 과자 3, 4개 그리고 생수 1병과 컵라면을 들고 계산대로 향했다. 바코드를 열심히 찍어대는 편의점 알바생이 가격을 말하자 그녀는 당당하게 지갑을 열고 돈을 내려했다. 그러나 돈이 달랑 5천원 밖에 남아있질 않았다. 지갑을 빼꼼히 쳐다보던 알바생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며 이상하게 쳐다보았다.'“도, 돈이 모자라네요. 이, 이것만 살게요. 죄송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