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정문학''''차가운 눈송이가 마치 벚꽃이 흩날리듯 하는 어느 추운 겨울날. '아무도 없는 텅 빈 빈소에 홀로 앉아 숨죽여 눈물을 흘리던 지수는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가 죽어버렸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안녕이란 인사 한마디 나누지 못하고 그렇게 보낸 어머니란 존재가 너무 아까워서 지수는 큰소리를 내어 울지도 못했다.'늘 마시는 게 술이었고 늘 하는 짓이 자신의 부인과 하나 밖에 없던 딸내미를 구타하는 것이 전부였던 아버지의 일상을 견디다 못한 그녀는 자신의 딸 지수를 데리고 집을 뛰쳐나왔다. 그때 그녀가 가지고 있었던 돈은 고작 10만원이 전부였다.'몸을 파는 일은 제외하고 안 해본 일 없었던 그녀는 지수 나이 13살이 된 해 폐렴이라는 병에 걸리기도 했지만 일을 멈출 수는 없었다. 희망이라는 것은 없었다. 하루 살기도 너무 벅차 희망을 노래할 시간이 그들에게는 없었던 것이다.'그러나 신은 공평하다 했고, 그녀에게도 희망이라는 것이 생겨났다. 그녀가 일하는 구석진 식당을 자주 찾는 남자가 하나 있었는데, 그녀를 짝사랑 했던 모양이었다. 대기업 사장이라는 위치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그녀를 보기 위해 늘 이 식당에 와서 점심을 먹었고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가 싫지 않았던 그녀는 결국 마음을 받아드리기로 했다.'여기서부터 희망이 시작되었다.'스쳐가면서도 보지 못했던 멋진 저택에 살게 된 지수는 피아노를 배울 수 있어 좋았고 예쁜 옷을 입을 수 있어 좋았고 굶지 않아서 좋았으며 학교에서 자신과 놀아주는 친구가 생겨 좋았고, 자신의 어머니 입가에 미소가 끊이질 않아 좋았다.'그러나 그녀의 존재가 못마땅하던 남자의 아버지는 남자가 암으로 세상을 떠난 후부터 두 모녀를 모질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게다가 남자는 전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지수보다 3살 많은 딸 민정이 어찌나 심보가 고약한지 늘 지수를 괴롭히기 일쑤였다. 그래도 희망을 놓지 않았다.'어렵게 잡은 희망을 놓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하지만 지수가 이제 막 스무 살이 된 무렵 그녀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이제 희망이라는 단어는 지수에게 존재하질 않게 되었다.'자신의 어머니의 장례엔 그 누구 오는 사람이 없었다. 늘 자신을 괴롭혔던 언니도 얼굴을 찌푸리며 겸상도 마다했던 할아버지도 어느 하나 그녀의 죽음을 슬퍼하는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마음마저 시리게 하는 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 억지로 눈물을 참으며 숨을 죽이던 지수는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