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19층. 위층으로 올라가려고 하는 사람이 있는지 땡 하는 울림과 함께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타는 사람을 배려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의 한쪽으로 비켜선 뒤 무심코 시선을 든 나현이 엘리베이터에 타려던 여자와 시선이 마주쳤다.'강세경. '한눈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화려한 얼굴, 어깨를 덮는 굵은 컬의 풍성한 갈색 머리, 엉덩이를 살짝 덮는 원피스형 프린트셔츠에 편안한 청바지차림의 여자는 분명 강세경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현은 하마터면 비명소리를 토해낼 뻔했다. '나현의 놀란 눈이 세경에게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러나 그녀는 나현이 누군지 알아보지 못한 듯 했다. 낯이 익은 듯 기억을 더듬으며 살짝 찡그린 얼굴로 나현을 바라보는 세경이었다.'그렇게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고 하자 세경은 황급히 열림 버튼을 누르고 안에 올라탔다. '비스듬히 고개를 내린 나현은 어떻게든 자신을 진정시키기 위해 이를 악물고 들고 있던 종이 가방을 힘껏 움켜쥐었다. 자신을 바라보는 세경의 시선이 느껴졌다. '세경에겐 옆의 이 여자가 너무도 낯이 익었다. 누군지 기억해내려 했지만 떠오를 듯, 떠오를 듯하면서 떠오르지 않았다. '찡그린 얼굴로 25층을 누르려던 세경이 멈칫 했다. 이미 여자가 눌렀는지 25라는 숫자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여자의 목적지가 25층이다? 그러자 섬광과도 같이 떠오르는 여자가 있었다. '‘채나현’ 준일의 비서. 아니…… 지금은 준일의 아내인 여자. 그리고 준일의 아이를 가진 여자. '세경의 시선이 절로 그녀의 아랫배로 향했다. 아직 얼마 되지 않은 듯 하얀 원피스에 둘러싸인 배는 별 표시가 나지 않았다. '나현은 자신의 배를 바라보는 세경의 시선을 느끼고 더욱 안절부절 못했다. 머릿속은 이미 복잡하게 엉켜있는 생각들로 어지러웠다. '왜 이 여자가 이 호텔에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 여자가 25층을 누르려고 했다는 것이 못내 불안하고 이해가 되지 않는 나현이었다. '눈에 띄게 미인이라는 것 외에는 분위기가 판이하게 다른 두 사람이었다. '세경은 캐주얼한 청바지를 입었음에도 갈색의 화려한 웨이브가 어울리는 미녀지만, 나현은 길고 까만 생머리에 여성스러운 하얀 원피스와 노란 카디건을 걸친 고운 모습일 뿐. '당당한 모습으로 엘리베이터의 중앙에 서 있는 세경과 달리 나현은 왼쪽 벽의 거울 옆으로 바짝 붙은 채, 잔뜩 긴장한 얼굴로 불안한 듯 커다란 검은 눈동자를 굴리고 있었다. '“채나현 씨!”'이름이 불린 나현은 흠칫 놀란 눈으로 세경을 바라보았다. '‘이 여자가 나를 기억하고 있어?’'여유 있게 미소까지 머금은 세경이 나현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준일 씨 만나러 왔어요?”'순간 세경이 자신과 준일의 결혼을 알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준일의 이름을 말하는 그녀의 음성이 그렇게 다정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