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사내가 한 사람에게 예를 취하고 탁자에 둘러앉았다. 유성의 명으로 다시 부용각 지하에 모인 염홍과 이태기가 그들이었다. '가볍게 서로의 안부를 전하다 최근 황궁을 뒤집었던 사건을 염홍이 먼저 물었다.'“현 사는 그게 독인 걸 알고 마셨사옵니까?”'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당시의 상황이 떠올라 유성의 미간에 옅은 골이 파인다. '“그렇다.”'“현 사도 참 무모하군요. 독을 알렸어야지, 쯧.”'아현이 쓰러지고 유성이 그녀를 살리기 위해 얼마나 애써왔는지 이태기를 통해 소식을 들어온 염홍이었다. '“미련한 성격을 어쩌겠는가. 은으로도 검출되지 않는 독이라 본인도 긴가민가 했나보더군.”'유성의 말을 들으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염홍은 눈을 설핏 가늘게 떠 미심쩍게 상대를 보았다. '“하온데 전하. 소신이 궁금한 것이 있사옵니다.”'“무엇이냐?”'“현 사를 치료할 때 전하만 계셨다 들었습니다. 근데 어찌 독을 제거할 수 있었습니까?”'그걸 물을 줄 알았다는 듯 유성의 입가가 자신만만하게 올라간다.'“우호군, 이걸 보아라.”'유성이 술잔을 쥔 손을 들어 내용물이 잘 보이도록 앞으로 내밀었다. '그것을 지켜보던 염홍의 눈이 서서히 커지기 시작한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황태자의 손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고 땅이 흔들리는 것도 아니었다. 헌데 잔에 들어있는 내용물이 부글부글 끓으며 넘쳐흐르고 있었다.'“이, 이게!”'“지금까지 숨겨온 실력이다.”'“분명 제가 전해주었던 비급은 난해하여 습득하기 어렵다고……, 설마!”'“그 설마지.”'쨍그랑!'부글거리는 정도가 심해진다 싶더니 급기야 잔이 깨져버리고 말았다. '“무공성취가 어느 정도시길래…….”'말을 잇지 못하는 염홍을 향해 이태기가 정중한 자세로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