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록달록 단풍이 버썩 말라 떨어지기 시작한 매종산(魅鍾山)의 한 중턱. '매종산은 도성 근교치고 산세의 험준함이 단연 으뜸이라, 봄, 가을에나 심마니들이 찾을까 화전민조차도 척을 두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곳이다. 이같이 찬바람이 휭 부는 겨울초입은 더구나 사람 그림자를 구경하기란 심히 요원한 일이었다. '사박사박.'산짐승이 지나가는 소리일까. 아니다. 놀랍게도 어린계집이었다. 그렇다면 길을 잃은 걸까. 그것도 아니다. 시무룩한 기색은 있어도 여기가 어딘지 몰라 산을 헤매는 모습은 아니었다. '어린계집은 아이답지 않게 눈빛이 살아있었으며 걸음걸이는 씩씩하고 제법 당찼다. 나이는 많게 잡아봤자 일곱에서 여덟 정도로만 보였다. 투박한 활을 사선으로 멘 채 자신의 몸통만 한 나무통을 양손에 쥐고 있었고, 곱상한 외모와 어울리지 않게 옷차림은 색이 바랜 허름한 무복이었다. '“휴, 동물을 어디서 구하지?”'아이 특유의 맑고 고운 소리였다. 여아의 이름은 ‘아현’으로 작은 몸에 비해 실제 나이는 열 살이었다. '아이는 작았다. 한해가 다르게 쭉쭉 크는 아이들의 특성상 고작 여덟으로 보인다는 건 그만큼 왜소한 체격을 가졌다는 말이 된다. '“스승님이 잡아 오랬는데.”'불만보다 스승의 명을 완수하지 못할까봐 그것이 더 걱정인지 귀여운 입에서 한숨이 간간이 터져 나온다. '아현은 스승과 함께 매종산 기슭에 지어진 작은 초가에 기거하고 있었다. '스승은 아현이 네 살이 되던 해부터 손에 검을 쥐어주며 무공을 가르쳤고, 수련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져 적지 않은 성취를 이룩하여 왔다. 그는 무술 연마를 빙자한 심부름을 종종 시켰는데, 지금과 같이 물 긷기와 저녁거리가 될 만한 동물 잡아오기도 그것에 속했다. '가을만 되도 매종산은 춥다. 성큼 다가온 겨울은 더더욱 그렇다. '아현의 입에서 끊임없이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입김이 그것을 증명한다. 매종산의 혹독한 겨울을 아는 동물들은 가을부터 동면에 들어가므로 요즘같이 흙이 바짝 언 시기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동물이란 동물은 꼬리털 구경하기도 여간 힘들지 않다. 그래서 아까부터 계속 한숨이 나왔던 것이고. '“그 많던 토끼와 꿩은 다 어디로 간 거야? 휴우, 물부터 긷는 게 좋겠지?”'그래도 두 가지 중 한 가지는 거뜬히 할 수 있는 일이라 계곡이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목표가 정해지자 느릿한 발걸음이 제법 빠르게 앞으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