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은 발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집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이면 가족들 모두가 정신없이 바쁠 시간이니 조심만 한다면 충분히 아무도 모르게 자신의 방까지 안전하게 입성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주위를 살피는 다운의 눈이 날카롭게 빛이 났다. 가족들의 소리로 웅성거리는 식탁이 있는 다이닝룸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운은 발끝으로 선 채 긴 다리를 재게 놀려 자신의 방이 있는 이층 자락에 도착했다. 이제 이 층계만 빨리 올라간다면 우선은 급한 상황은 면할 수 있겠다는 희망이 보였다. 물론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는 임시방편이라는 것을 알지만 어쩔 수 없었다.' 다운은 자신의 방에 들어서서야 긴장으로 단단히 굳어 있던 등을 쭉 폈다. 온몸에서 자근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긴장도 긴장이지만 몸에 익지 않은 일에 다운의 근육들은 너도나도 작은 비명들을 질러대고 있었다. 다운은 주먹을 동그랗게 쥐고는 어깨며 하루 종일 고생한 다리를 토닥토닥 두드렸다. 그리고는 침대에 길게 몸을 뉘였다. 천장을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 힘들어. 죽겠다.”' 씻고 누워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한번 늘어져 누운 몸은 좀체 일으키기가 쉽지 않았다. 그저 이대로 잠들 수 있었으면 싶은 생각만 들었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이 길어지자 의지와 상관없이 스르르 눈이 감겼다. 하지만 다운의 눈은 이내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 떠졌다. 급히 몸을 일으키고 소리를 일으킨 주인공이 누구인지 살폈다. 놀랐던 다운의 눈은 방문을 연 사람을 확인하자 안도의 빛을 띠면서 다시 풀썩 무거운 몸을 눕혔다. 언니의 눈빛을 보니 완벽하게 잠입했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는가 보다.' “한다운!”' 화가 잔뜩 난 것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하지만 별로 효용이 없다는 것을 언니는 아직도 모르나 보다. 약효는 없지만 그래도 그녀에게 반응은 해주어야 한다는 생각에 다운이 한껏 불쌍한 표정을 만들어 언니인 아름을 보며 말했다.' “언니야. 나 진짜 피곤해. 정말 죽을 것 같아. 오늘은 그만하면 안 돼?”' “그만하긴 뭘 그만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다운의 다 죽어가는 표정에 마음이 약해지려고 하는 자신을 느끼며 아름이 고개를 살짝 저으며, 자신이 단호하게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로 말하며 다운에게 다가왔다. 하지만 아름의 이야기에도 다운은 눈도 뜨지 않고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름은 그런 다운의 모습을 보며 그녀의 침대 가까이 있는 책상의 의자에 다가가 앉았다. 정말 다운의 얼굴에는 피곤이 가득 넘치고 있는 것이 분명하게 보였다. 아름은 독하게 마음먹고 따끔하게 이야기를 하고자 해놓고서도 그 모습에 금세 마음이 약해져서 다운을 안쓰러운 얼굴로 보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