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프롤로그''''여자는 물을 풍로에 얹어 놓고, 안으로 들어와 눈을 감은 채 서서 방 안 온도를 가늠해 보았다. 아기가 목욕하기에 온도가 적당하다 싶을 정도로 따뜻한 느낌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물이 끓는 사이 싸개와 베넷저고리, 아기에게 발라줄 로션과 파우더, 그리고 유아용 면봉을 잡기 편한 곳에 사용할 순서대로 가지런히 놓았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여자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녀가 방바닥에 늘어놓은 유아용품을 유심히 보았다. 씻기자마자 아기의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손쉽게 입히기 위해 차곡차곡 쌓아 놓은 겉싸개, 속싸개, 베넷저고리, 그리고 기저귀가 조금 흐트러져 있었다. 여자는 그것을 바로잡은 다음에야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임신을 안 순간부터 유아용품 매장을 힘들게 찾아다니며 사다 둔, 푸른색 플라스틱 욕조를 방 가운데에 놓고 찬물을 받아 놓았다. 물이 끓자 아기에게 가장 알맞은 온도가 될 때까지 오른손에 든 주황색 플라스틱 바가지로 뜨거운 물을 여러 번에 나누어 부으면서 왼손으로 물이 잘 섞이도록 휘휘 저었다. 욕조에 적당량의 물이 채워지자 팔꿈치 안쪽을 물속에 넣어 본 여자는 적당한 수온이 되었다는 생각에 아기를 목욕시키기 위한 준비를 마무리했다.'- 엄마가 섬 그늘에…….'목욕준비를 하는 동안 여자의 콧노래가 쉼 없이 이어졌다. 그녀의 자장가는 슈베르트의 자장가에서 모차르트로, 어느새 구전 자장가로 이어졌다. 그리고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는 수많은 자장가들은 늘 ‘섬 집 아기’로 끝이 났다. 아기가 엄마의 자장가에 졸음이 겨운지 내내 앙증맞은 하품을 해댔다.'- 재후야, 우리 뽀글뽀글 하자.'그지없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하는 여자의 얼굴이 미소로 밝게 빛났다. 아기가 목욕이 싫은지 칭얼거리며 쪽쪽 엄지를 빨기 시작했다.'‘우리아기, 엄마가 머리를 감겨줄게.’'여자는 한 손으로 아기가 가누지 못하는 목을 받쳐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아기의 머리를 서둘러 감겼다. 따뜻한 물의 감촉이 좋은 모양인지 아기가 방긋 웃었다. 엄마도 마주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딘지 모를 슬픔이 묻어나는 미소였다.'본능적으로 느꼈을까? 아기가 엄마의 기분을 돋우어주려는 듯 앙증맞게 웃으며 눈을 맞추었다'놀라지 않도록 엉덩이를 적시고 슬그머니 물에 담그자, 아기가 항의하듯 야무지게 쥔 주먹을 휘두르며 칭얼거렸다.'욕조에 담긴 아기에게 부드러운 손길로 물을 끼얹는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딘지 모르게 얼이 빠진 듯도 보였다. 엄마의 슬픔을 느낀 것일까? 커다란 눈을 데굴데굴 굴리던 아기가 엄마와 눈이 마주치자 까르르 웃었다.'- 넌 더러운 피야. 넌…….'아기의 얼굴 위로 굵은 물방울이 툭, 떨어졌다. 여자의 눈물이었다.'- 난 널 사랑하고 싶지 않아. 그러니 그렇게 웃지 마.'낮은 흐느낌처럼 새어나오는 탄식으로 여자의 목이 쉬어 있었다. 여자의 표정이 점점 더 흐려지자, 아기가 불안한 듯 다시 엄지를 빨기 시작했다. 무의식적으로 아기의 몸 위에다 물을 끼얹는 여자의 손놀림이 서서히 느려졌다.'잠시 후, 모든 움직임이 사라지고 불안한 정적이 찾아왔다. 고요함이 깊어지던 순간, 아기는 욕조 깊은 곳에서 끊임없는 사투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