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실에 앉아 창밖을 멍하니 내다보던 문주는 남편이 짐 더미처럼 던져놓은 아이를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 고민하느라 머릿속이 터질 것 같았다. 외로움 대신으로 결혼을 선택했던 것이 잘못이라면 잘못이었다. 사랑이 아니면 차라리 혼자이어야 하는 것을! '바보같이 부모님이 떠미는 대로 아무 생각 없이 결혼이라는 것을 하고 말았고, 또 미쳤다는 소리를 들어가면서 갓난아이를 안고 이혼이란 걸 해버렸다. 마치 아무도 박수 쳐 주지 않는 독백극을 마치고 난 사람처럼 공허하고 씁쓸했다. 결국, 혼자 미친 짓을 하고만 셈이다.'휴. '문주의 무거운 마음과는 상관없이 창밖의 햇살은 미치도록 화사하게 펼쳐져 있었다. 눈이 시려 감고 있자니 복잡한 머리를 이고 있어도 졸음이 밀려왔다. 사실 그동안 잠을 너무 못 잔 탓도 있다. 부산하게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쉬어 보는 것이 언제인가 싶었다. '여기저기 탈이 난 몸을, 이혼이라는 것을 하고 난 다음에야 돌아보게 되다니. 이혼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되었든 좋은 점이 하나라도 있어 다행이다.'‘은솔이는 잘 있을까?’'사랑 없는 억지 결혼이 딱 1년 반 만에 끝나버리자 부모님은 요사이 문주의 눈치를 살피느라 바빴고, 똑같은 이유로 문주는 부모님의 눈치를 보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남편에겐 손끝만치의 애정이 없었어도 아이는 한없이 예쁘고 사랑스럽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그 아이를 혼자 데리고 살아갈 것을 생각하면 암담하기 그지없기는 하지만 말이다. 문주는 앞으로 겪을 경제적인 어려움은 둘째 치고 아직까지 부모님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덜 자란’ 존재로 남는다는 것이 더욱 견디기 힘들었다.'“문주님!”'정확히 예약한 시간에서 한 시간 반이 지나서야 그녀가 호명되었다. 잔뜩 꼬여든 마음으로 이제 막 아주 갈퀴로 돈을 긁어모으는구나, 비꼬고 있던 참이다. 문주는 시시때때로 찾아드는 반갑지 않은 어지럼증을 대비하느라 아주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문주님?”'빨간색 뿔테 안경을 쓴 예쁘장한 직원이 문주의 이름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네.”'“이쪽으로 들어오세요.”'문주는 직원의 뒤를 따라 1진료실이라고 적힌 곳으로 따라 들어갔다. 의자에 앉아 잠시 기다리자 딱 보아도 의사인지 알겠는 진초록 상하의를 입은 남자가 얼굴을 다 가리는 흰색 마스크를 쓰고 바쁘게 들어섰다. '“문주님?”'“네.”'“어디가 불편하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