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으로 들어서는 남자를 발견한 순간, 햇빛은 벌어지는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두리번거리던 그 남자가 곧장 자신에게로 다가와,'“이달빛 씨?”'라고 물었을 땐 백 년 묵은 산삼을 발견한 심마니처럼 속으로 ‘심봤다!’를 외쳐대기까지 했다.'몸을 착 감싸는 슬림한 검은 슈트가 환상적인 바디라인-가늘고 긴 다리, 보기 좋게 벌어진 어깨, 선이 가늘어 더욱 길어 보이는 기럭지-을 부각시키고 있었고, 가까이 들이밀어진 얼굴은…… 잠시 숨 좀 쉬고. 너무나도 하얀 얼굴에 눈썹을 살짝 가릴 정도로 내려와 있는 머리카락 아래로 보이는 검고도 깊은 두 눈동자와 마주하고 있노라니 혼이 쏙 빠져나가는 기분이었다.'그저 그의 실물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저런 사람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다는 걸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얼굴만 보고 가기엔 너무나도 아까웠다. 마음속으로부터 안 된다는 절규가 들려오지만 햇빛은 결국 입을 열고야 말았다.'“네, 이달빛이예요. 강백우 씨 맞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