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앙!'문이 꾹 닫힌 서재에서 흘러나오는 굉음에 그 앞을 지나가던 가정부가 몸을 가볍게 떨었다. 해리포터도 접근하기 힘들다는 비밀의 방, 서재를 지나칠 때마다 이따금 들렸던 소리 중 가장 큰 것을 보아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았다. 고양이도 죽인다는 호기심에 발걸음을 지체하다가는 불똥 튄 옷자락을 수습할 수 없음을 익히 알고 있는 가정부의 발걸음이 빨라졌다.'[지금……, 지금, 지금!]'오크제의 값비싼 앤티크 책상의 각 귀퉁이를 양손으로 잡아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지탱한 중년 남성의 뒷모습이 위태했다.'[안 돼, 레이첼! 이번만큼은 나도 용서할 수 없어.]'다시금 둔탁한 소리가 책상을 갈랐다. 단단하게 쥔 주먹이 책상 위에서 부들부들 떨렸다. 주먹 사이에는 종이 한 장이 형편없이 찌그러져 있었다.'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비서는 회장님에 대한 가정부의 전언을 듣자마자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웬만해선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비서가 2층에 도착했을 땐 회장이 서재의 문을 열고 나오고 있었다.'[회장님!]'비서의 부름에 회장은 온화하게 미소를 지었다. 굉음과 함께 들렸다는 고함 소리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평소와 다를 것 없이 포커페이스를 자랑하는 기업 총수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변호사를 부르게. 그리고 당장 뒤를 밟도록 지시해.]'[……네?]'[레이첼, 나의 레이첼이 사라졌어!]'평온한 얼굴로 가면을 만들었음에도 분노로 떨리는 주먹은 그 화를 떨쳐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쪽지 한 장을 움켜쥔 채 사시나무처럼 떠는 회장의 주먹을 주시하고 있던 비서가 곧장 고개를 들었다.'[회장님…….]'[찾아! 기필코, 무슨 수를 써서라도 찾아.]'[알겠습니다. 곧바로 데려오도록…….]'[아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