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런 느낌은 처음이라

따르릉따르릉, 요란하게 올려대는 알람 소리가 아침부터 골머리를 아프게 했다.

침대 위에 놓인 이불인지, 베개인지, 아무거나 꽉 끌어안았다.

킁킁, 코끝으로 스며드는 침 냄새 베개가 확실했다.

점차 시간이 지나도 꺼지지 않는 알람 소리에 벌떡 일어나 알람시계를 꺼버렸다.

“악! 진짜 스트레스야. 진짜 내다 버릴까 보다!”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볕이 이불과 닿을 무렵 온 세상이 먼지로 뒤덮이는 듯했다.

“먼지는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아침부터.”

희선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불을 그렇게 박차고 일어나니까 먼지가 일어나지! 그리고 스트레스받으면 시계를 갖다 버리든가!”

희선을 째려본 미주는 다시금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아, 스트레스.”

미주 방에서 나와 식탁으로 움직이는 희선이었다.

“저 성질머리는 언제 갖다 버리나 몰라.”

식탁에 앉아 희선은 선균의 앞자리에 앉았다.

“당신 닮아서 그러는 거잖아!”

안 좋은 건 다 남편인 선균 탓이었다.

잔소리에 선균은 신문으로 얼굴을 가렸고, 희선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빨리 나와서 밥 먹고 회사 가! 또 늦어서 애먼 바닥 부수지 말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미주는 방문을 열고 나와 바닥을 쿵쿵, 바닥은 차며 화장실로 걸어 들어갔다.

선균은 신문을 내려 미주를 힐끔 흘겨봤다.

“이젠 하다 하다 지구까지 폭행하네, 우리 딸.”

“신문 치우고 밥 안 먹을래?”

선균은 조심스럽게 신문을 옆 언저리에 고이 올려 두었다.

거울로 보이는 미주의 얼굴은 분홍색 헤어밴드에 퉁퉁 부은 얼굴이 가관이었다.

양치는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거품이 심하게 일어났다.

“악!”

찰나 양치를 잘못해 잇몸을 건드렸다.

“아파!”

입에 가득한 치약 거품을 내뱉자 하얀 거품 속 붉은 피가 섞여 나왔다.

“정말 아침부터 되는 일이 없어!”

목소리는 식탁까지 전해졌고, 희선의 꾸지람으로 이어졌다.

“네 성격이면 되던 일도 안 되겠다! 괜한 꼬라지 부리지 말고, 니 아빠 나가는 거 맞춰서 같이 차 타고 가!”

미주의 분노 게이지가 머리끝까지 차올랐고, 복식 호흡을 담아 희선에게 소리쳤다.

“됐어, 택시 타고 갈 거야!”

“아주 돈이 썩어나지.”

세면을 마친 미주는 구시렁구시렁 댔다.

“가면서 무슨 잔소리를 들으라고.”

“밥 안 먹을 거야?”

미주는 화장실 문을 열며 나왔다.

“밥에 귀신이라도 붙었어? 왜 이렇게 집착하는 건데.”

“엄마한테 말버릇하고는 저거 누가 데려갈까 몰라.”

“언제는 시집가지 말라며!”

희선은 선균을 바라봤다.

‘이 왠수.’

“빨리 가, 갈 수 있으면!”

‘나만 이 지옥을 겪을 순 없으니까.’

미주는 다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밥 먹고 화장해.”

“아 됐어, 요즘 아침 누가 먹는다고.”

선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일어나.”

희선은 아니꼽게 선균을 올려다봤다.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똥구멍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겠다.”

“가는 김에 미르 좀 깨워서 나와.”

“미르 아까 일어나서 학교 갔어.”

“벌써 갔다고?”

선균은 미르 방으로 움직였고, 방문을 열어 희선에게 보여줬다.

깔끔하게 정리된 방.

침대 위에 정리 정돈되어 있는 이불이 보였다.

“봐, 없잖아.”

“얘가 아침밥도 안 먹고!”

‘말했잖아. 코로 들어가는지, 똥구멍으로 들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미르라고 오죽하겠어.’

선균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낼 순 없었다.

아침부터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할 말을 못 해 답답함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차를 타고 가는 내내, 옆 조수석에 미주가 앉아 있어서 더욱 그런 걸까. 아니면, 아침밥 먹은 게 잘못됐는지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다.

스르륵, 창문을 내릴 때쯤,

“아빠 추워.”

바깥바람보다 더욱 싸늘하게 불어오는 미주의 말이었다.

“에어컨 바람보단 자연 바람이 더 좋아. 피부에도.”

“그래도 추운 게 더 싫어.”

선균은 미주의 눈치를 보며 창문을 올렸다.

“나 저기서 내려 줘.”

미주가 가리킨 곳에 차를 주차할 때쯤 미주는 선균에게 한마디 내뱉었다.

“아빠한테는 악감정 없으니까, 아침에 있었던 일들은 그냥 잊어. 다 엄마 때문이니까.”

“저녁에 데리러 올까?”

미주는 차량에서 내렸다.

“뭐하러 그래 피곤하게, 조심히 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게 문을 닫자 떨어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으며 선균은 회사로 이동했다.

“살살 좀 닫지. 차 오래돼서 문짝 떨어지면 어쩌려고.”

*

이미주.

직장 생활 3년 차, 나름 명문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취업해 벌써 스물여덟 살이나 먹어 버린 그저 그런 사람이었다.

‘매일 보는 이 회사, 신물이 난다.’

입구를 들어가기 전부터 답답함이 목 끝까지 차올랐다.

깊은 한숨을 내뱉고 들어가는 찰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걷는 도중 자연스럽게 출입구 자동 회전문에 몸을 넣었다.

쿵, 하고 머리를 찧었다.

“아앗!”

“푸핫.”

분명 웃음소리였다.

부주의한 탓에 원통에 머리를 찧은 건 둘째고, 낯선 남자의 웃음소리가 몹시 거슬렸다.

솔직히 말해 창피했다.

‘아씨….’

웃음을 머금고 내게 묻는 느낌이 강렬하게 피부로 전해졌다.

“괜, 괜찮으세요.”

‘이게 무슨 개쪽이야!’

얼굴이 일그러졌다.

‘쪽팔리니까 보지 말고 그냥 가자.’

다시금 몸을 넣자 회전문이 미주의 앞을 막았고, 반사적으로 뒤로 밀려났다.

“악!”

신음 소리는 정말이자 괴상망측한 목소리였다.

“아 쪽팔려…!”

미주는 옆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순식간에 엘리베이터 안으로 꽁무니를 숨긴 미주는 낯선 남자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8층의 버튼을 누르고 닫힘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러댔다.

설마 그 사람이 탈까, 초조한 마음에 버튼을 누르던 손은 더욱 빠르게 움직였다.

‘빨리 닫히라고!’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려 할 때쯤. 탕, 소리를 내며, 다시금 문이 열렸다.

번듯한 외모에, 다부진 몸, 185cm로 보이는 키, 정장 차림의 남자는 이상형이었다.

낯선 남잔데, 무조건 잘생긴 타입.

한동안 그의 얼굴을 빤히 쳐다봤다.

‘뭔데 이렇게 쓸데없이 잘생겼다냐.’

그럼에도 번득 정신이 들었다.

낯선 남자는 무심한 얼굴로 미주의 옆자리에 터벅터벅 걸어와 서더니,

“이마는 괜찮아요?”

‘아씨, 그놈이었어…!’

고개를 돌린 채 층수 버튼 앞으로 바짝 붙었다. 8층을 눌러 지우더니, 7층을 급히 바꿔 눌렀다.

“8층 취소. 7층.”

고맙게도 엘리베이터가 미주의 마음의 소리를 대신 전달해 주었다.

‘눈물 나게 고맙기도 해라…!’

“8층에서 일하시나 봐요.”

“아니에요! 잘못 눌렀어요.”

“7층은 제 회산데?”

‘왜 하필이면 7층에서 일하는 거냐고.’

“농담이에요. 8층에서 일하시는 거 맞네요.”

“…….”

뒤를 돌아 낯선 남자를 째려보며 미주는 남자를 치켜 봤다.

“지금 저 놀리시는 거예요?”

“놀리는 거 아니고, 예쁘다고요.”

띵동, 마침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걸어 나가던 낯선 남자의 입꼬리가 들썩임을 순간 포착한 미주였다.

‘뭐, 뭐라고? 잘못 들었나… 아니면 원통에 부딪힌 충격이 심했나 헛것이 들리네.’

스르륵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