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5장 붉은 빛깔의 연꽃, 홍련(紅蓮)''''열두 폭 금박 박힌 스란단이 층으로 장식된 스란치마를 입고, 빨간 공단에 진주를 금실로 꿰어 붙이고 그 안에 향을 넣은 주머니인 진주낭자까지 차니, 은은한 향이 품어져 나오고 있었다.'자적색길에 황색과 다홍색의 색끝동에 한삼이 달리고 봉문 금박이 박힌 자적원삼을 걸치어 홍단대를 등 뒤에서 매어 보기 좋게 등 뒤로 드리웠다. '떠구지를 얹은머리에는 세 개의 떨잠이 아름드리 꽂아놓으니, 하늘에서 선녀가 하강한 듯 보이는 무영의 모습에 치장하던 아랫것들조차 넋을 잃고 바라볼 정도였으니 가례를 치르는 내내 면류관에 가리어져 훤칠한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단조차도 눈을 떼지 못하고 바라만 볼뿐이었다.'목이 금방이라도 부러져 나갈 듯 한 아픔을 더 이상 참지 못할 때쯤 다행히 의관 정제한 문무백관(文武百官)들의 하례(賀禮)를 받으며 무사히 목이 부러지지 않은 채 가례를 마칠 수 있었다. 이제 외명부와 내명부의 하례만 치르고 나면, 저하와의 동뢰연만이 기다리고 있으니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길이 없었다.'외명부의 하례를 다 받으며 고단한 하루의 기력이 다할 때쯤, 내명부의 하례절차인 양제가 들어 다소곳이 절을 올렸으나, 궁인당 소훈이 하례를 드리러 빈궁전으로 올 낌새를 보이지 않고 있었다.'옛부터 몇몇 상궁과 나인들은 윗전이 돌아가시면 그분의 위패가 세워진 빈소를 지키며 평생을 살다가는 경우가 많았다. 먼젓번 전빈궁마마를 뫼시던 한상궁도 그러했으나, 중전마마께 진언하여 무영이 자신의 빈궁전 최고상궁으로 봉하여 모자란 자신 곁에 있어 달라 부탁까지 하여, 이제부터 무영을 모시게 될 한상궁이 궁인당으로 나인까지 보냈으나, 배불러 쉽게 움직일 수 없다는 전갈만 가지고 돌아왔다. '하는 작태가 심히 고약하여, 한상궁이 직접 다녀왔으나 괜스레 뺨만 맞고 빈궁전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뺨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는 얼굴로 오늘 가례 치르신 빈궁마마를 뵐 수 없어, 차마 방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다른 용무를 보고 있던 한상궁을 무영이 불러들였다.'“한상궁, 외명부와 내명부의 하례가 끝나야지 오늘 내 가례가 완전히 끝이 나는 게 아닌가?”'“예. 그러하옵나이다. 빈궁마마.”'“헌데, 소훈이 아직까지 들지 않았음이오. 양제는 아까부터 들어있건만……. 아니, 한상궁 얼굴이 왜 그러한가?”'“아무것도 아니옵니다. 마마.”'아무것도 아니라 황급히 고개를 숙이는 한상궁이었으나, 얼굴에 뚜렷하게 나있는 손자국은 어찌 할 것인가…….'“누가 그리 하였는가? 한상궁이 맞을 짓을 하는 사람도 아니요, 더군다나 오늘은 세자저하의 가례가 있는 경사로운 날이거늘!”'“그것이…….”'말을 못하고 쩔쩔매는 한상궁의 태도에, 짐짓 위엄 있는 목소리를 내며 묻는 무영이었다.'“혹시 소훈이던가?”'“…….”'“고약하구나. 하례는 왜 오지 않고, 제 윗전의 상궁에게 감히 손을 대는가?”'“배가 불러 심히 피곤함에……오지 못한다 하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