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연(緣)

'프롤로그'
'''' “세인아, 세인아! 좀 일어나 봐. 응?”'' 이 여사는 자고 있는 딸을 흔들어 깨웠다. 늘 차분하고 조용한 이 여사의 것이라 하기엔 지나치게 다급한 목소리였다. '' “아이, 왜 엄마…….”'' 세인이 짜증을 부리며 이불을 머리 위로 덮었지만 이 여사는 비몽사몽인 딸을 억지로 일으켜 앉혔다. 세인은 베개에 기대앉아 자꾸만 감기는 두 눈을 손으로 비볐다.'' “무슨 일인데 그래?”'' “유준희가 누구야?”'' “유준희?”'' 얼굴 위로 부스스하게 흘러내린 머리칼을 쓸어 올리던 세인의 손길이 멈췄다. 잠이 확 달아난 딸의 얼굴에 이여사는 확신이 담긴 미소를 지었다.'' “엄마가 준희 선배를 어떻게 알아?”'' “글쎄, 너랑 어떤 사이냐니까?”'' “그냥 동아리 선배야.”'' “그냥 동아리 선배라는 사람이 결혼하자고 해?”'' 이불을 끌어당겨 침대에 몸을 누인 세인의 눈이 번쩍 뜨였다.'' “결혼이라니?”'' “방금, 잠실 너희 작은 엄마한테서 전화 왔더라? 유한전자 둘째아들 유준희가 형님 딸 세인이를 색시 삼고 싶다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느냐고.”'' “농담이지?”'' “내가 아침부터 딸내미 상대로 실없이 우스갯소리나 늘어놓는 엄마니?”'' 맙소사, 정말 미쳤나봐.'' 세인은 기가 막힌 나머지 할 말을 잃었다.' 유준희로 말하자면 있는 집 자식답지 않게 소탈한 성품이 맘에 들어 그저 편하게 어울렸던 학교선배일 뿐이었다. 세인은 준희가 장난처럼 반복하던 프로포즈를 이런 식으로 실현시켜 올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 선배 농담에 두 집안 어른들 오해한 거야.”'' “얘, 오해할 농담이 따로 있지. 어떻게 혼담이…….”'' “나 너무 피곤해, 엄마.”'' “그래, 알았어. 있다 얘기하자.”'' 딸의 얼굴이 짐짓 심각해지자 이 여사는 더 묻고 싶은 마음을 접고 방을 나왔다. '' 세인은 엄마가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즈음 수화기를 들고 다급하게 버튼을 눌렀다. '' -여보세요.'' “선배, 무슨 일을 이렇게 해?”'' 준희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그녀는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오, 세인! 벌써 들었구나?'' “이런 법이 어디 있어?”'' -어디 있긴, 여기 있지. 곧 제대로 청혼할게. 우리 어머니가 당장 결혼하고 싶어하는 걸로 오버해버리시는 걸 어떡하냐. 화내지 마, 세인아.'' 그녀는 준희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이렇게 짜증스러웠던 적이 있었나 싶었다.'' “난 아직 결혼할 생각 같은 거 없어.”'' -알아.'' “선배, 몇 번을 말해야 해? 난 선배랑 결혼할 생각이 없다니까!”'' -한세인 정말 화났나보네? 세인아, 기왕에 말 나온 거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결혼이 너무 이르면 약혼도 괜찮아.'' “…….”'' 준희가 귀찮게 들러붙는 여자들을 떼 내기 위해 만만한 그녀를 끌어들여 연인인 척 위장했을 때도 세인은 이만큼 화가 끓지는 않았었다. '' -세인아?'' “끊을게. 다시는 이런 일로 서로 언성 높이는 일 없길 바래.”''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린 세인은 무릎을 세우고 고개를 묻어버렸다.'' 미쳤어, 최악이야!'' 세인은 눈을 들어 벽에 걸린 사진을 보았다. 자신의 곁에 서서 부드러운 미소를 띠고 있는 사진 속 남자를 바라보며 그녀의 표정이 서글프게 일그러졌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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