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혀 있던 콧속까지 뻥 뚫리고 있었다. 어느덧 가을과 겨울의 경계를 넘나드는 산의 공기가 서늘했다. 산자락을 타고 밀려오는 어둠을 흘긋 바라본 윤 소장이 슬슬 아이를 부르려던 찰나였다. 청량한 산 기운을 머금은 아이의 우렁찬 고함이 산을 들썩이게 만들었다. '“아빠아!”'아이가 짧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껑충껑충 달려오고 있었다. 동양인의 것이라고 하기엔 눈에 띄게 엷은 머리카락이 아이가 뛰어오를 때마다 찰랑거리고 있었다.'“내가 발견한 거 봐요!”'인적이 드문 깊은 산속, 떨어진 낙엽이 아이의 발에 밟혀 버석거리는 소리가 제법 커다랗게 들려왔다. '“작은 고양인데 많이 다쳤어요.”'아이가 품 안에 고이 숨겨 둔 까만 동물을 아빠에게 내보였다. 아이가 내보이는 동물을 찬찬히 들여다본 윤 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많이 다쳤구나. 어디서 발견한 거야?”'“쪼기 저쪽, 계곡 부근이요.”'어릴 적부터 자연과 함께 자란 덕이기도 하고, 윤 소장의 영향을 받은 탓이기도 했다. 아이는 동물의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일단 집으로 가자. 치료부터 해야겠다. 케이지에 넣어 갈까?”'윤 소장이 바닥에 내려놓았던 큰 배낭을 짊어지며 들고 온 케이지를 가리켰다. 그걸 바라본 아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이대로 안고 갈래요.”'“그러자, 그럼.”'아이는 진녹색의 파카로 감싸 품어 안은 새까만 고양이 한 마리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윤 소장의 뒤를 따랐다.'그들의 집은 산 중턱에 위치해 있었다. 언뜻 보면 펜션처럼도 보이는 통나무집은 야생 동물보호 협회 소속이자 산 지킴이로 활동하는 윤 소장의 일터이자 쉼터였다. 윤 소장과 부인, 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결실까지 함께 사는 통나무집은 잠시 쉬어가는 사람들의 쉼터로도, 야생 동물을 위한 병원으로도 이용되고 있었다.'“모해야, 이 아이는 고양이가 아니야.”'아이의 품 안에서 잔뜩 날을 세운 동물을 바라보던 윤 소장의 말에 모해가 두 눈을 깜빡거렸다.'“이리로 내려놓아 보련?”'아버지의 말에 아이가 파카를 열어 품 안에 있던 작은 생명을 내어 놓았다. 까만 몸에 비해 스카이블루의 투명한 눈이 빛나는 생명은 고양이에 비해 몸집이 크고 골격이 단단했다. '“표범이야, 이 아이는.”'“표……범?”'“흔하게 볼 수 없는 녀석인데 이런 녀석이 어떻게 이 산에 있누.”'윤 소장이 혀를 쯧쯧 찼다. 아직 엄마의 품에서 보호를 받아야 할 아기 표범은 밀렵꾼이 놓은 덫에라도 걸린 것인지 꼬리가 절단되어 있었다. '“아이, 불쌍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