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이런 때에 전학이라니 꽤 드문 일인데요.”'“전학이라기보다 입학이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겠죠. 중학교도 제대로 졸업했다고 보기 힘들고 입학한 고등학교도 거의 얼굴도 안 보이다가 또 전학을 갔구요. 전학 간 학교에도 적만 뒀지 학교를 전연 안 나간 모양이에요. 실력이야 보장한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역시 조금 걱정이에요.”'“민 선생 담임 맡은 지 한 삼년 됐나? 순탄하게 몇 년 보내고 난데없이 시험 치는 기분이겠군요. 그래도 별일이야 있겠어요. 교장 선생님이 어련히 알아서 조처해 주셨을까. 생활기록부 살펴본 건 괜찮지 않았어요?”'“그것도 뭐라 말하기 애매한 게, 결석 일수를 통틀어 보면 겨우 진급했다 싶은 수준인데다 간간히 문제를 일으켜서 근신처분 받은 것도 있고 정학 기록도 눈에 띄거든요. 그런데도 선생님들 평해 놓은 거 보면 ‘조용하고 성실하게 학업에 임함’ 같은 모순되는 말이 지배적이고. 성적은 그럭저럭 뛰어난 편이지만, 수재라고 보기엔 조금 무리라고 할까요. 과학고도 거뜬하다는 평은 아무래도 과장이 아닌가 싶어요.”'“머리는 똑똑한데 공부에 흥미가 없었던 애 아닐까요? 어울리는 애들 때문에 휘말려 다니다가 늦게야 철들고 공부로 돌아섰는지도 모르죠. 왜 그런 애들 간혹 있잖아요. 어느 날 갑자기 치고 올라와서 두각을 나타내는 케이스.”'“저도 그런 거였으면 좋겠는데요. 애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지 않았으면 싶지만…… 그래도 미리부터 너무 낙관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 유이야, 언제 온 거야?”' 토요일 오후의 한가한 교무실 안에서 도란거리며 말을 나누던 여선생 두 사람 중, 몇 번이가 한숨을 땅이 꺼져라 쉰 단발머리 쪽이 어느 샌가 바로 뒤쪽에 와서 서 있는 남학생을 보고 지레 놀라 목소리가 커졌다. '“들어오면서 노크했는데 전혀 모르셨나 보네요. 놀라게 해드렸다면 죄송합니다.”'“아니, 놀란 건 아니고. 괜찮아, 별다른 비밀 이야기를 한 것도 아니니까. 그래, 학생회 회의는 다 끝난 거야?”'“네. 열쇠는 이쪽에 두겠습니다. 그럼.”' 막 인사를 하고 돌아서려는 유이를 보고 유이의 담임선생이기도 한 단발머리 선생 쪽에서 급히 이름을 불러 세웠다. '“잠깐만, 온 김에 부탁 하나 하자.”' 천천히 돌아보는 유이의 얼굴은 아주 무표정해서 전혀 살가워 보이지 않지만, 그 무표정한 것이 바로 유이가 짓는 표정의 전부라는 걸 이젠 알고 있는 담임선생 쪽은 아무렇지도 않게 웃는 낯으로 말했다.'“지금 교실에 가면, 사복을 입은 여자애가 한명 있을 거야. 월요일부터 우리 반에서 같이 공부할 아인데 미리 교실에 가본다고 해서 열쇠하나 달랑 들려서 보내놨거든. 반장인 네가 가서 학교 안내 좀 해주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어차피 월요일에 해야 할 일이니까 크게 상관은 없겠지?”'“전학생입니까?”'“음, 그런 거지. 낯선 곳에 와서 마냥 좋지만은 않을 테니까 되도록 친절하게 대해줘야 한다. 알겠지, 반장?”'“……그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