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라라라……. 라라라라…….”'아영은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따라 흥얼거리며 말간 창밖을 바라보았다.'오전 내내 닦아놓은 창 너머로 만개한 벚꽃길이 한눈에 들어왔다. 서울 사람들이 봄만 되면 한번쯤은 구경을 나온다는 여의도 일대의 벚꽃 잔치를 그녀는 쉬는 날만 빼고는 날마다 보고 있었다. '개화부터……, 낙화까지…….'여과 없이 비춰 들어오는 햇살은 눈을 찌푸릴 만큼 강렬했지만, 아영은 아까부터 줄곧 창밖에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 위로 오랜만에 희미한 평온함이 떠올랐다. 유리창에 바짝 다가앉은 채 아영은 자신의 야윈 어깨에 내리 쬐이고 있는 햇살을 즐기고 있었다. '턱!'활짝 핀 벚꽃과 햇살로 봄을 한껏 만끽하고 있던 아영은 자신의 뒤로 설핏 다른 사람의 인기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놀란 몸을 움직이기도 전에 어깨 위에 손이 하나 얹어졌다.'아영의 무릎 위에 놓여있던 CDP가 둔한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굴렀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구석진 곳을 향해 물러나는 그녀의 서슬에, 상대방이 더 놀란 듯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하이고마! 아영이 너 죄 지은 거 있냐? 왜 그렇게 놀라냐, 놀라길! 간 떨어지는 줄 알았네! 아휴…….”'아영은 그때서야 상대방이 같이 일하시는 김씨 아주머니임을 알아차렸다. '“점심시간 끝났다구 몇 번을 불러두 못 알아먹드만, 딴생각 했나보네? 봄바람 부니깐 싱숭생숭해서 놀러 라도 가구 싶은 갑지? 킥킥. 그래두 그렇지 뭔 생각을 그리 골똘히 했길래 꼬리에 불붙은 망아지처럼 화다닥 튀어 올라?”'“아, 예. 그냥, 음악 듣느라…….”'말끝을 흐리며 아영은 바닥에 떨어진 CDP를 주우려 몸을 굽혔다. 내뻗은 자신의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슬픈 버릇. 뒤에서 다가오는 사람들에게는 도대체 언제나 적응이 되려는지…….’'아영의 입가에 씁쓸한 미소가 떠올랐다. 표정을 감추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는 많이 큰 작업 모자를 푹 눌러 썼다. 마른 몸에 걸쳐진 헐렁한 작업복과, 등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다 올려 묶어서 모자를 눌러 쓴 그녀의 모습은, 마치 형 옷을 주워 입고 나온 꼬마아이처럼 보였다. '“이눔의 건물 오지게 크기두 하네. 웬 놈의 유리는 이렇게 많은 건지. 그치?”'“아, 네.”'“창은 어얼추 다 닦은 듯싶지? 창 닦는 것만으로도 하루 반나절이 걸리니 원. 그래두 해가 좋아서 다행이네. 다 닦아 놓구, 비라두 와봐. 복창세 터지지! 그쟈?”'김씨 아주머니는 아영의 기분과는 상관없이 계속 말을 쏟아내며 그녀의 의견을 묻고 있었다. 아영은 아주머니의 질문에 짧게 대답을 하며 CDP를 작업복의 큰 포켓에 집어넣고는,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았다. 햇살 좋은 창가를 떠나는 것은 아쉬웠지만, 퇴근 시간인 3시까지 일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서둘러 나머지 작업을 마쳐야 했다. 사실 오후에 해야 할 일이 그다지 많은 것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