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너이기에 사랑해

“휴! 수린아,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거니?”'지안은 결국 강현이 보낸 문자 메시지를 모두 보여주었다. 그리고 처음 만난 날부터 경찰서에 다년 온 일 그리고 어제의 일까지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었다. '“잘 해 봐.”'길게 말한 지안의 이야기가 무색해질 정도로 수린의 대답은 너무 간단한 한마디만 튀어 나왔다.'“너 그럴 때는 딱 우리 이모 보고 있는 것 같아. 아주 단순하게 정리하는 거.”'“이것처럼 단순한 게 어디 있어? 이 사람이 너 좋다하고, 너도 뭐 마음이 조금 있는 것 같구만. 그럼 된 거 아니야? 지훈 오빠랑 일도 함께하는 사람인데 그 사람이 너 데리고 장난하는 건 아닐 테고…….” '“그러니까, 날 언제 봤다고 무슨 꽃을 읊어대면서 의미까지 들먹거리느냐는 거지? 그게 좀 믿음이 안 간다는 거야?”'“지훈 오빠가 네 얘기를 많이 했을 수도 있지. 야, 내가 한 번에 정리해 줄까? 그 사람 진짜 마음이 어떤지.”'“?”'수린이 갑자기 지안의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통화내역을 눌러 마지막 문자메시지로 있는 번호에 퉁화버튼을 눌렀다.'“야, 너 뭐하는 거야?”'지안이 전화기를 빼앗으려 하자 수린이 그녀의 손길을 막아내며 가만있으라는 듯 입술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어디야?]'“안녕하세요? 저는 지안이 친구 강수린이라고 합니다.”'[아……네……, 안녕하십니까?]'“지금 지안이랑 속초에 와 있거든요. 그런데 아무래도 술이 모자랄 것 같아서요. 소주 두 병만 사다 주실래요? 속초 로망 펜션으로 소주 두 병만 가져다주세요. 로망 펜션이에요.”'수린은 씩 웃으며 통화를 끝냈다.'“뭐 하는 거야? 너!”'어이없는 표정으로 수린을 바라보았다. 수린은 계속 웃기만 했다.'“기다려 봐. 이 남자 여기로 우리 찾아오면 합격이고, 아니면 마음 접어.”'“뭐?”'“일종의 테스트. 뭐, 나야 이 테스트에 합격하면 난 찬성이지만, 평일에 황당한 주문을 받고도 두말 않고 달려온 남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너의 몫이야. 안 그래? 난 미끼만 던져 줬을 뿐이야. 낚든지, 버리든지 그건 네 몫이라고. 알아?”'“안 오면?”'“안 오면 그냥 버려야지. 당연한 걸 묻고 그래? 아마추어 같이.”'“수린아, 나 아마추어야.”'“그건가? 어쨌든 그 황당한 전화를 받고 다시 되묻는 전화를 안 하는 거 보니까 궁금한데, 어떻게 나올지? 우리 이거 빨리 마시고 가서 한숨 자자. 이따 저녁에 사오는 소주를 마시려면 일차는 여기서 접고 이차를 다시 시작해야 하니까. 자, 서지안의 새로운 연애사를 위하여!”'얼떨결에 지안은 수린과 건배를 했다. 그리고 연애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콩닥거렸다.''전화를 끊은 강현은 멍하니 전화기를 쳐다보았다. '천천히 다가가려 했다. 정말 아껴 주고 있다는 걸 그녀가 스스로 느낄 수 있도록 그렇게 은근하게 보살펴 주고 다독여 주고 감싸 안으려 했다. 그런데 어제 친구들의 깐족거림이 그의 마음을 자극했다. 어차피 어제 은근히 하나의 의미라며 고백 아닌 고백도 했고 차 키도 넘겨주었다. 이미 지안에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이상 주저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서 답도 없는 문자를 계속 넣고 있었다. 서운했지만 한 번 해준 답에 마음을 달래며 또 문자를 보내려 할 때 아예 전화가 걸려왔던 것이다. '그녀의 친구라는 수린의 주문이 너무 엉뚱해 다시 전화를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살짝 고민을 했다. 그러나 친구가 그런 전화를 했다는 것은 그녀가 친구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는 것을 증명한다. 더구나 말도 안 되는 그런 주문만 하고 전화를 끊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는 충분히 눈치 챌 수 있었다. '“서 부장, 잠깐 들어와.”'지훈을 호출했다.'“우리 내일 월드 스포츠센터 PT 2시에 있지?”'“네. 점심을 좀 일찍 먹고 출발하면 될 것 같은데요.”'“어제 그대로만 하면 될 것 같고……. 최선을 다 했으니까 뭐 나온 결과에 너무 흔들리지 말자고. 내일 PT도 최선을 다 하자. 그리고 다른 게 아니라 나 지금 어디 좀 간다. 내일 2시까지 월드로 바로 들어가거나 시간이 되면 사무실로 올 테니까 지금부터 나 찾지 마라.”'강현이 빠르게 책상 정리를 했다.'“어디 가시는데요?”'“지안이 잡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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