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그렇게 부르지 마. 나, 석현이야. 설마, 내 이름까지 잊어버린 것은 아니지?”'그가 그녀의 두 손이 자신의 몸을 밀어 내려고 하자 단단한 자신의 손안에 가두고는 욕망으로 가득한 어두운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는 그에 대한 원망도 그리움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는 것 같은 눈동자를 보고 있고 싶지 않아 다시 그녀의 가슴으로 입술 낙인을 찍기 시작했다.'처음 그녀를 가진 밤. 그날의 그녀는 고작 20살의 어린 여자아이였다. 물론 그도 고작 23살의 어린 남자아이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들이 처음 육체적인 결합을 했을 때 그녀와 그는 둘 다 고통스러워 끝까지 함께 달려가지 못했다. 여자의 몸을 처음 경험한 그는 스스로를 통제하는 법을 몰랐고 남자를 처음 받아들인 그녀는 고통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그렇게 고통스런 기억으로 남겨진 첫 경험이후 다시 서로의 몸을 안게 될 때까지 몇 개월의 시간이 지나야 했다. 고통을 잊어버려서 다시 안게 된 것이라 아니라 그 고통을 다시 겪을지라도 서로를 안고 싶어 애가 탈 지경으로 서로에게 미쳐 있던 그들이 스스로 선택한 밤. 그 밤 두 사람은 진정한 여자와 남자가 되었다.'그렇게 진짜 남자와 여자가 된 이후 일 년여 동안 서로에게 미쳐 있던 그들은 해가 떠오르는 새벽이면 늘 지친 몸으로 집으로 돌아와 서로의 몸 안에서 잠이 들었다. 삶이 너무 힘들고 어린 그들에게 서로의 몸을 나눠 가지는 것은 위로였고 기쁨이었다.'불현듯 왜 그녀와 함께 했던 그 처음의 날이 기억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고통스러워 어쩔 줄 몰라 하던 그녀의 몸을 안고 그 혼자 자신의 욕망을 풀어내느라 그 자신조차 고통스러웠던 그 기억이 그에게 온전하게 다시 되살아났다. 얼마 전 그녀를 다시 안았던 그날 그녀의 얼굴이 처음을 함께 하던 그날의 얼굴과 같았다는 생각과 함께.'“미안해.”'자신의 나신을 마음대로 탐닉하던 그의 입술이 순간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이내 그의 머리가 자신에게서 멀어졌다. 침대 발치에 등을 돌리고 앉아 거친 숨을 고르던 그가 이윽고 툭 내뱉었다. 미안하다고. 뭐가 미안하다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그의 말에 그녀는 가운을 여미며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등으로 잔물결이 지나가는 것 같았다.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지금 그는 괴로워하고 있었다.'“언제 왔어요?”'“조금 전에. 자. 피곤한 것 같던데.”'“피곤했었나 봐요. 미안해요. 온 것도 모르고 자고 있었네요.”'“아냐. 피곤하면 잘 수도 있지.”'“나, 이제 잠…… 깼어요. 그러니 날 봐요.”'그녀는 그가 자신을 찾아 온 목적을 이룰 수 있게 해 주고 싶었다. 아니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가 필요한 것은 그녀의 몸이고 그녀는 그의 요구에 따라야 할 의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다. 사실은 그가 불러 일으켜 놓은 그녀의 몸이 온통 그를 원하고 있었다. 그에게 익숙한 그녀의 몸이 오랜 시간 잊고 있었던 기억을 되찾게 된 것이 언제인지 모르지만 잠시전의 그의 손길과 입술의 감촉으로 그녀는 온 몸이 달아올라 있었다. 마치 남자의 손길에 노예가 되어버린 것처럼 익숙하게 몸 안 깊은 곳에서 그녀도 몰래 그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