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그녀 [01]''''“오랜만이군.”'오랜만에 고국에 귀국하는 걸 환영하듯이 햇살이 내리쬐고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날씨였다. 복잡한 공항 안에서 짐을 챙겨 인천국제공항을 나온 그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았다. 7년 만의 한국으로 귀국. 그런 그 앞에 검은색 승용차가 세워졌고, 운전석에서 내린 김 기사가 연방 죄송하다는 말을 내뱉으며 그의 짐을 챙겨드는 남자에게 고개를 한 번 까닥한 후 차에 올라탔다. 오늘 날씨는 참 맑았다.'“지훈 도련님 오랜만입니다.”'“네, 그렇죠.”'“바로 평창동으로 모시겠습니다.”'“네 김 기사 아저씨도 많이 늙으셨네요.”'“도련님이 이렇게 청년이 되셨는데, 제가 안 늙을 리가 있나요?”'“그런가요? 아버지는 요즘 어떠세요?”'“회장님도, 많이 쇠약해지셨는지 많이 힘들어하십니다.”'“아, 그런가요? 그런데 한국 참 많이 변했네요. 깨끗해졌어요.”'“도련님 피곤하실 테니 눈 좀 붙이세요. 도착하면 깨워드리겠습니다.”'김 기사 말에 지훈이 고개를 끄덕였다. 7년 동안 한 번도 간섭하지 않았던 한 회장이 갑자기 일주일 전 전화로 지훈에게 통보했다. 일주일의 시간을 줄 테니 한국으로 들어와 달라고 더는 내버려둘 수 없다고 했다. 7년 전에도 아무런 이유 없이 한국을 떠나겠다는 지훈은 한 회장은 말리지 않았다. 한 회장은 뜻밖에 흔쾌히 허락했다. 지훈의 상처받은 그 눈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지훈은 교통사고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성치 않은 몸으로 미국으로 떠났다. 지훈이 스무 살 이후 한 번도 와보지 못한 한국은 나름대로 많이 변해있었다. 왠지 외국인이 되어 한국을 방문하는 것 같이 그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무언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처럼…. '“도련님 도착하셨습니다.”'인터폰에 흐르는 김 기사 말에 부엌에서 도우미 아주머니를 돕던 김 여사는 빠른 걸음으로 7년 만에 한국에 들어온 지훈을 배웅하러 급히 뛰어나갔다. 그리고 곧 지훈의 모습이 보이자 눈물이 찔끔 흘러나오는 걸 참고 참아 이제는 너무 커서 안아줄 수 없는 지훈에게 폭 안겼다. 7년 동안 외국에 나가있던 지훈에게 들어오라며 부담을 주진 않았지만 못내 김 여사는 지훈의 빈자리를 크게 느끼고 있었다. 김 여사 친구들이 아들 자랑을 할 때나 아니면 몸이 아팠을 때, 지우나 한 회장이 잘 챙겨주긴 했지만 지훈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동창회나 모임에 가서도 아들 자랑에 여념 없는 친구들의 말에 김 여사는 여전히 쓴웃음만을 지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지훈이 돌아왔다. 김 여사는 기쁜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지훈아.”'“어머니, 돌아왔습니다.”'“우리 아들 얼마만이야. 보고 싶었어!”'“저도, 보고 싶었습니다. 어머니.”'“그런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윈 거니? 밥은 잘 먹고 다녔던 거야?”'“그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