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아! 와하하하! 아, 참. 미안……. 미안하오.”'찬현이 다짜고짜 달려오더니 그녀를 번쩍 안아 올렸다. 그러더니 이내 깜짝 놀란 듯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더니 마치 깨지기 쉬운 도자그릇처럼 살며시 내려놓았다. 마치 커다란 죄라도 지은 얼굴인 찬현을 보며 순선은 그제야 찬현이 왜 갑자기 머뭇거리며 당황스러워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혹시 아이라도 잘못될까 봐 걱정이었던 것이다. 처음 아이 아빠가 된 찬현은 자신이 너무 격하게 안아서 혹시라도 아이가 잘못되면 어쩌나하고 두려워하고 있음을 알 것 같았다.'“당신……. 놀랐군요.”'“아, 아니. 아이와 당신이 잘못될까 봐…….”'“음. 어쩌죠? 이래 봐도 당신과 내 아이인데 그렇게 약할까 봐요?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당신처럼 강인한 마음을 가진 아빠와 나처럼 옹골찬 체력을 가진 엄마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그만한 일로…….”'“정말?”'“예. 그러니까 그렇게 멀찌감치 떨어져 앉아 있지 말아요. 나 서운해지려고 해요. 와서 안아줘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고요. 당신 아이가 엄마에게 자신의 존재를 좀 심하게 내세우고 싶은가 봐요. 어서요.”'두 팔을 벌리고 그를 부르자 조금 망설이는 것 같더니 찬현이 순선에게로 걸어왔다. 그리고 다시 그녀를 품에 끌어 당겨 안아 주었다. 꼭, 따뜻하게,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한다고 귓가에 속삭이면서.'“음……. 역시 당신 품이 제일 좋은 약이긴 하네요. 막 식욕이 당기는 것 같아요.”'“그래? 뭘 먹고 싶소? 내가 뭐든 사다 줄 테니 말해 봐요. 응?”'“음……. 당신이 끓여 주는 하얀 쌀죽이오.”'“흰쌀 죽?”'“예. 왜요. 안 되는 건가요? 난 당신을 위해서 매일 아침 하얀 쌀밥을 따로 지어 드리는데. 알죠? 아버님과 어머님은 잡곡밥 좋아하시는 것. 그래서 늘 끼니때마다 제가 밥을 세 솥에다 짓고 있는 것. 그런데도 안 돼요?”'순선은 나 힘들었으니 알아달라는 투로 조금은 귀찮았다는 듯이 투정을 부려 보았다. 그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손을 휘저으며 찬현이 벌떡 일어나 앉더니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 놓기가 무섭게 서둘러 달려 나갔다. 그리고 조금 후 찬모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달려 들어와서는 한바탕 수선을 피웠다. 배가 아파 죽겠다는 둥, 다들 과부 속 뒤집어 놓으려고 작정을 했다는 둥, 온 얼굴이 눈물 반, 콧물 반이시더라며 무슨 심통이냐는 둥. 한바탕 시끄럽게 떠들더니 슬그머니 사라져 버렸다. 놀리려고 들어왔는데 반응이 없자 제풀에 지쳐 나가떨어진 것 같았다. '하긴 찬모의 입장에서 보면 놀랄 일이긴 했다. 아직 아내에게 죽을 끓여다 바치는 남편 얘기를 들어 본 적 없는 찬모의 입장에서는 두 사람이 하는 행동이 우습기도 하고 은근히 부아가 치밀기도 할 일이었다. 아마도 지금쯤 여기저기 다니면서 서방님이 단단히 새 아씨에게 미치신 것이 틀림없다며 흉 꽤나 보고 있을지도 몰랐다.'그러나 순선은 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녀 자신도 찬현이 정말 죽을 끓여 줄 것이라고 생각해 보지도 않았었던 일이기도 했고 그냥 농으로 던진 말에 그토록 정색을 하고 달려 나갈 것이라곤 예상조차 하지 못했었기 때문이었다.'“자아, 일어나 앉아 봅시다. 쌀을 물에 좀 불려뒀다가 해야 한다는데 그럴 틈이 없어서…….내 정성이니 그래도 한 술 떠 봅시다. 응?”'개나리 소반에 간장 한 종지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하얀 쌀죽을 끓여 들고 들어와 걱정스런 얼굴로 순선을 일으켜 앉히는 찬현 때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이렇게 대접 받아도 되는 것인지, 그냥 보고만 있어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데 직접 끓인 죽을 호호 불어가며 그녀에게 내밀고 있는 찬현 때문에 목이 멨다.'“고마워요.”'“뭐가 말이오?”'“너무 행복하게 해 주어서요.”'“……내가 할 말이오. 고맙소. 날 좋아해줘서, 나와의 혼인을 허락해 줘서, 내 아이를 가져 주어서. 그리고 못난 날 먼저 사랑해 주어서 고맙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