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배낭을 메고 죽어라 내달린 새아는 아파트 현관에 들어서자마자 신발을 내팽겨 치듯 벗어버리고 고함을 지르며 방으로 달려 들어갔다.' “아아 아아악! 어떻게! 늦었다, 늦었어!”'서둘러 옷을 갈아입고 주섬주섬 전 날 챙겨 두었던 옷가지며 세면도구들을 방금 메고 온 배낭에 쑤셔 넣었다.'“그러게 어지간히 억척 좀 부려라. 배낭 여행간 다고 하는 날까지 꼭 그렇게 아르바이트를 해야 했어?”'남동생 형기가 팔짱을 끼고 문가에 서서 핀잔을 주었다.'“오늘까지 일한 아르바이트 비를 당겨서 받은 거야. 인간 이새아 남의 돈 떼먹고 놀러 갈 수는 없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 여자 아니겠어?”'“몇 시 비행기인데?”'“밤 9시”'흘깃 책상 위의 전자시계를 보니 7시가 다 되어갔다.'“움마나야, 미치겠다. 나 그냥 갈 테니까. 뒷정리 좀 부탁해!”'그녀는 허둥지둥 깽깽이 발로 신발을 신으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여권이랑 다 챙겼어?”'형기가 그녀의 뒤통수에 대고 외치자 그녀는'“응!”'하고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막 도착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 버렸다. 한바탕 난리 법석을 떨고 나간 새아의 뒷자리는 그야말로 폭탄을 맞은 것처럼 엉망이다.'“아휴. 이게 다, 뭐야! 그러게 배낭여행 간다는 사람이 가방 하나 사지. 코딱지만 한 가방 가지고 뭘 어디를 간다고!”'그는 투덜거리며 뒷정리를 하다가 침대 밑에 떨어져 있는 작은 가방을 발견하였다.'“이건 또 뭐야?”'핑크색 귀여운 손가방을 열어 보니 거기엔 앙증맞은 팬티가 여러 장 들어있었다.'“어휴. 아무튼 못 살아. 1주일 내내 팬티 한 장으로 살겠구먼. 그것도 만리타국에서…….”'그는 혀를 끌끌 차며 팬티가 들어있는 가방을 서랍에 아무렇게나 집어넣었다.'비행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어쩔 수 없이 택시를 잡아 탄 그녀는 돈도 돈이지만 빠듯한 시간 때문에 가는 내내 안절부절 못하다가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황급히 택시비를 지불하고 공항 티켓 팅 하는 곳으로 전속력으로 달려갔다. 방송에서는 필리핀 직행 K항공사 비행기 탑승객들을 향한 안내 방송 멘트가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8시 42분, 아직 시간이 남았어!’'그녀는 초고속으로 출국 절차를 밟고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빨리, 빨리.’'조바심을 내며 차례를 지켜 금속 탐지기를 통과 한 후, 드디어 비행기 입구에 도착하였다.'“어서 오세요, 손님. 가시는 내내 편안한 여행이 되 시길 바랍니다.”'상냥한 항공사 직원은 그녀에게서 항공권을 받아 확인을 한 후, 자리를 안내 해 주었다.'“헥, 헥. 헥! 안 늦은 거죠?”'숨이 목까지 차올라 말도 제대로 못 잇던 그녀는 직원이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자리를 찾아갔다.'“어이구야. 헥헥…….”'날개 옆 자리에 앉아서 그녀는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부여잡고 가방에서 물을 꺼내어 벌컥벌컥 마셨다. 그녀는 언제 어디를 가든지 항상 물을 가지고 다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