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나쁜 놈, 못된 놈, 두고 봐! 너, 이 자식! 꼭 내 앞에서 무릎 꿇게 하겠어. 한 번만 봐 달라고 눈물콧물 다 흘리면서 사정하게 만들 거야! 날 놓친 걸 땅을 치며 후회하게 만들어 줄 거라고!’ '22년 동안 제일 싫어했었던 운동. 몸 움직이는 것을 너무 싫어해서 한 정류장의 거리조차 버스를 탔고, 고등학교 때까지 체육 성적은 늘 최하위만 달리던 그녀가 새벽 5시에 일어나 이를 뿌득뿌득 갈며 운동을 하기 시작했다.'악몽 같았던 그날 이후, 이슬은 꼭 일주일 동안을 자신의 자취방에 처박혀 나오지 않았다. 아니, 나올 수가 없었다. 바보같이 아무것도 모른 채 그 나쁜 자식의 한낱 유흥거리로 전락한 자신이 싫었고, 너무나 초라해 보였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손가락질하며 쳐다보는 것만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정말 죽고 싶다는 생각만 가득했던 일주일. 너무나도 슬프고 힘들었지만 평소의 습관처럼 배고프면 밥을 먹었고, 입이 심심하다는 생각에 과자도 먹었고, 멍하니 있으면 그 나쁜 놈이 생각나 잊으려고 또 먹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눈뜨자마자 먹는 걸로 시작해서 자기 전까지 먹는 걸로 끝냈다.'그렇게 반 폐인 상태로 일주일을 보낸 후에야 겨우 정신을 차린 이슬은 그동안 제대로 씻지도 않아 더러운 자신의 모습을 내려다보며 한숨을 쉬고는 동네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동안의 묵은 때를 벗겨 낸 이슬이 두려운 마음으로 눈을 꼭 감은 채 체중계 앞에 섰다. 감은 눈을 슬며시 떠 자신의 몸무게를 확인하는 순간, 체중계를 부숴 버리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다. 당장이라도 주저앉아 떡하니 63에 가 있는 바늘을 뽑아 버리고 싶었다. 단 일주일 사이에 4킬로그램이나 쪄 버린 것이었다. '집에서는 고등학교 때 입던 헐렁헐렁한 고무줄 체육복을 입고 있었기에 4킬로그램이나 쪘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두려운 마음으로 전신 거울을 보니, 헐렁했던 체육복은 몸에 딱 맞았고 얼굴은 팅팅 부어 눈도 반밖에 떠지지 않았다. 거기다 잠드는 순간까지 입에서 떼지 않았던 군것질거리들 때문인지 얼굴에는 울긋불긋한 여드름이 한가득 자리 잡고 있었다. '‘땅딸보만 한 키에, 굴러다닐 것 같은 몸매, 못생긴 얼굴, 거기다 여드름까지! 킹카인 내가 미치지 않고서야 그런 폭탄을 진심으로 사귀겠냐? 요즘 안 그래도 걔가 꿈에 나타나서 미치겠다. 완전 악몽이야, 악몽!’'‘걔는 아마 마흔 살까지 처녀일 걸? 두고 봐. 걔가 또 지 주제는 생각도 못하고 눈만 높거든. 아무리 내가 좋다고 했기로서니 자기 꼴은 생각도 안 하고 덥석 사귀는 거 봐라. 솔직히 걔 주제에 언감생심 내가 가당키나 하냐? 학교 최고의 킹카인 나와 그런 폭탄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