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리링. 노이로제에 가까운 초인종소리에 승재는 치를 떨었다. 오래도록 팬임을 자처하고 찾아오는 여인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삼일 전에는 옆 동에 산다는 아주머니 팬이 사인을 받겠다고 지난번에 출간 된 책 <붉은 그림자>를 다섯 권이나 가지고 왔었다. 접대성 표정을 짓고 사인을 했다. 영양가 없는 찬사의 인사에 딱 질려버렸다. 문을 괜히 열었다는 자괴감에 빠져 스스로를 원망했다. '그제는 제과학원에서 배워서 만든 빵을 가지고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팬이 왔었다. 문을 열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경비실에 맡기고 갔다.'“작가님, 안 계세요? 새 글 썼는데 좀 봐 주세요!”'오늘의 벨소리 주범은 고교생인 유리다. 젠장. 이름은 왜 기억나는지. 골수팬은 연예인에게만 생기는 부류가 아님을 승재는 잘 알고 있다. 그들의 과한 관심이 생활을 어떻게 망가뜨리는지도 뼈저리게 겪고 있는 당사자였으니까. '벨소리와 막무가내로 두드리는 문소리도 애절하리만치 애원하는 외침도 철저히 무시했다.'문전박대는 하지 않았던 예의도 이제는 그에게서 찾아볼 수가 없어졌다. 기본적인 친절과 예의만 차렸음에도 팬이라는 사람들과 아파트주민들의 관심세례는 끝이 없었다. 한없이 시달린 탓에 이제는 그 기본조차 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제기랄.”'컴퓨터의 자판을 두드리던 손을 멈췄다.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 집중력이 흐트러져버린 것이다. 이번에 쓰는 글의 중반에서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른다. 되풀이되는 일련의 외부의 방해가 그의 참을성을 벼랑 끝으로 몰아내고 있었다.'짜증스럽게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화를 삭이는 한숨이 길게 뱉어졌다. 더 이상 사람들에게 시달리고 싶지 않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조용한 환경이 절실히 필요했다. '“한계야.”'생각만 하던 것을 실천으로 옮길 때가 왔다. 글을 쓰던 프로그램을 끄고 익스플로러 창을 띄웠다. 전국 어디라도 좋으니 조용한 생활권을 찾을 때였다. '얼굴도 이름도 알리지 않고 주민들과 인사도 하지 않고 스스로를 격리시키고 살겠다.'단호한 결심에 인터넷에 올라온 부동산 정보를 낱낱이 훑어가기 시작했다.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하이에나처럼 눈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