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골목으로 들어서자 빨갛게 타들어가는 담뱃불이 어둠 속에서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겁이 난 소은이 그 앞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자 하얀 연기를 내 뿜으며 어둠속에서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그 모습에 놀라 그녀가 뒤로 한발 물러서자 남자가 피우던 담배를 그녀 앞으로 튕겼다. '남자는 제법 나이가 들어 보였다. 작은 키에 배가 나와 있어 평범해 보일 수도 있지만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막다른 골목이라 가족이 아닌 이상 올 사람이 없는 곳이었다. 소은은 손에 쥔 가방에 힘을 주며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가방에 든 거라야 손수건과 돈 삼천 원이 다였지만. 그때 등골을 오싹하게 하는 저음의 목소리가 밤 공기를 가르며 날아들었다.'[박 사장 딸인가?]'자신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기에 빚쟁이 라고 생각한 소은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도박 빚으로 끌어다 쓴 사채가 많은 터라 빚쟁이들이 하루 가 멀다고 들락거려 엄마와 옆집으로 피해 있곤 했었다. 그녀가 생각에 빠져 있을 때 어둠 속에서 여러 명의 남자가 튀어나와 그녀의 입을 막자 겁에 질린 소은이 사력을 다해 팔다리를 휘둘렀지만 누군가가 그녀의 얼굴에 주먹을 내리꽂자 의식을 잃고 말았다. '[형님 아가 너무 어린데요. 우데 팔아먹기나 하겠습니까?]'명구는 쓰러지는 어린 여자를 보며 인상을 썼다.'[박 사장 말로는 21살이라던데, 잔말 말고 차에 실어]'검은 옷의 남자는 새로 담배를 꺼내 물며 기절한 소은의 얼굴과 몸을 뜯어보곤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반항하는 여자를 어떻게 길들여야 하는지, 돈 떼먹고 도망간 놈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명구는 온몸이 축 늘어진 소은을 들쳐 엎고는 어둑한 골목을 빠르게 빠져나와 검은 승용차의 뒤 좌석에 의식을 잃은 소은을 천천히 내려놓고는 얼굴을 내려다 봤다. 누가 봐도 어린 10대처럼 보였다. 그는 자신이 하는 일이 못 마땅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최 사장하면 이 바닥에선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악독하기로 소문난 사채업자였다. 그의 돈을 떼먹고 달아난 사람이 없을 정도로.''검은 승용차가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도로를 빠르게 질주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