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폐하의 아침

프롤로그''''그날은 무척이나 더웠다. 뉴스에선 매시간 기록적인 폭염이라며 떠들어댔다. 아스팔트는 끈적이며 녹아내렸고, 햇볕은 살을 태울 듯 이글거렸다. '그 여자는 횡단보도 앞에 서 있었다. 길을 건너오는 사람들에게 그녀는 한쪽 팔에 낀 네모난 바구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밀었다. 환한 웃음과 함께. '더위에 짜증난 사람들이 여자를 보고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매달 정도로 그녀의 웃음은 상쾌한 것이었다. 8월의 무더위 속에 서 있는 게 아니라 차가운 계곡 아래 발이라도 담그고 있는 것처럼 시원해 보였지만, 사실 그녀의 얼굴은 이미 발갛게 달아오른 상태였다.'신호가 바뀌고 사람들의 왕래가 뚝 끊겼다. 잠시 나무 그늘 아래로 피해도 좋으련만 그녀는 햇볕을 받으며 그대로 서 있었다.'멀거니 하늘을 올려다보던 여자의 시선이 신호등 앞에 정차한 차로 향했다. '검은색 자동차는 조용히 붕붕거리고 있었다. 뒷좌석의 창문이 내려져 있었고, 여자 쪽을 빤히 바라보던 그와 여자의 눈이 정면으로 마주쳤다.'뚫어져라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잠시 머뭇거리던 여자가 생긋 웃으며 차로 다가왔다. '“오늘 정말 덥죠? 개업 기념으로 가게에서 구운 쿠키를 나눠드리고 있어요.”'그녀는 투명한 포장지에 예쁘게 싼 쿠키를 창문 안으로 들이밀었다. '“맛있는 차와 쿠키가 드시고 싶다면 한번 찾아주세요. 가게 이름은 「실버 스푼」입니다. 저기 골목에 간판 보이시죠?”'여자의 내민 손에 들린 쿠키와 웃음 띤 얼굴을 몇 초간 바라보던 그가 천천히 손을 내밀어 과자를 받았다. 여자의 웃음이 더 환해졌다. 한여름의 햇살보다 더 따사로운 빛이 그 웃음에 넘쳐났다. '그는 그 웃음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감사합니다. 꼭 한번 찾아주세요.”'신호가 바뀌었다. 여자가 뒤로 물러섰고 차는 그대로 출발했다. '창문을 올리고 그는 여자가 준 쿠키를 내려다보았다. 먹음직스럽게 보이는 과자는 아직 따끈따끈했다. 여자의 온기 때문일까? 아니면 무더운 날씨 탓일까? '“오늘 정말 덥죠?”'그 말은 땡볕 아래 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서 있던 여자가 할 말이 아니었다. 최소한 목덜미가 서늘할 정도로 에어컨이 돌아가는 자동차에 타고 있던 그에게 할 말은 아니었다.'하지만 상쾌한 웃음을 띠고 있던 것은 그가 아니라 여자였다. 그는 그 이유가 쿠키에 있기라도 한 것처럼 손에 쥔 과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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