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까지 숨어든 이유를 말하라.”'그의 목소리가 무겁게 방안을 울렸다. 생각해보니 이 여인은 처음 만난 그때도 검을 품고 있었다. 어쩌면 처음부터 자신을 노린 것일지도 모른다.'그녀의 움직임을 조금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듯 그는 그녀의 버둥거리는 다리를 자신의 다리로 내리누르며 몸 위로 올라탔다. '숨 막히는 짓누름에 은소낭은 힘겹게 숨을 토했다.'“내가 무슨 일로 왔는진 네 놈이 더 잘 알게 아니더냐!”'여자의 한 맺힌 말투에 휘율은 눈썹을 꿈틀댔다.'“누가 보낸 것이냐?”'“내 모든 유녀를 대신해 천하의 여색 밝힘증인 네 놈을 고자로 만들어줄 테다!”'그녀가 이를 악다물며 소리쳤다. 휘율은 그 모습에 알 수 없는 안도감이 들었다. 솔직한 눈빛엔 자신을 원망하는 기색 이외엔 아무것도 묻어있지 않았다. '적어도 누군가가 보낸 살수는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무섭게 쏘아보는 여인의 모습을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심술보가 툭 하고 터져버렸다. 그는 이내 평소의 짓궂은 미소를 띠며 입술 끝을 미세하게 올렸다.'“후훗, 날 고자로 만들어서라도 다른 유녀에게 보내고 싶지 않다는 뜻인가? 그때의 내 손길이 그리도 좋았더냐, 이 야심한 시각에 찾아올 만큼 말이다.”'생각지도 못한 그의 반응에 은소낭의 눈동자가 풍랑을 만난 배처럼 흔들렸다. '하! 할 말이 없다. 대체 이 사내는 뭘 믿고 이런 소릴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여댄단 말인가.'일어나 귀싸대기를 날리고 싶어도 사내의 몸에 눌려 꼼짝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가 이토록 억울했던 적은 처음이었다. '“헛소리 말고 비켜라!”'여인의 말을 무시하며 그는 그녀의 코앞까지 얼굴을 내렸다.'“내가 비키면…… 조금 전처럼 네가 내 아랫도리를 벗겨낼 것이 아니더냐.”'휘율의 말에 그녀의 얼굴이 붉은 매화 꽃잎보다 붉게 물들었다. 단순히 그가 내뱉은 말 때문이 아니었다. 입술이 닿을 만큼 얼굴을 내린 그의 숨결이 바로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이었다.'“무, 무슨 그런 막말을!”'“허면 방금 전 내 바지매듭은 왜 잡고 있었던 것이냐?”'“그, 그건…….”'“말로는 고자를 만들기 위해서라 하지만, 실은 내 품에 안기고 싶어 찾아온 것이 아니더냐?”'“닥쳐라!”'“솔직하지 못 하구나.”'뜨겁게 와 닿는 그의 입김에 은소낭의 심장이 폭주하듯 날뛰었다. '“다, 당장 더러운 면상 치워!”'“훗, 그건 생각 좀 해 본 뒤 결정하마.”'말이 끝남과 동시에 남자의 따듯한 입술이 은소낭의 입술을 눌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