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미친 거지? 미쳤어. 내일 뉴욕에 간다는 인간이 밤을 꼴딱 새고 들어와? 너 짐도 다 못 쌌잖아.”'“야 파란아, 스타킹 못 봤어? 어? 나 급해. 빨리 찾아 봐.”'“스타킹을 왜 나한테 찾으래?”'말은 그렇게 하면서 이파란은 속옷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 팬티와 브래지어 서너 개를 들쳐 봤는데도 보이지 않자 이번엔 얼굴이 서랍 안으로 들어갈 만큼 처박고는 안쪽까지 마구 헤집기 시작했다.'“너 오늘도 나가냐? 내일 출국인데 오늘까지 출근해서 일을 하래? 그 회사도 미친 거 아니야?”'“내일 출국이니깐 나가서 인사하고 와야지. 야! 화장 괜찮냐? 잘 먹었어? 마스카라가 좀 뭉친 거 같지 않냐?”'“고약한 술 냄새도 네 화장품 냄새에 묻혀 나지도 않는다. 기술은 좋아 가지고 아주 작품을 완성했구만. 무슨 계집애가 밤새 술을 마시고 들어오냐?”'“그만. 네가 시어머니냐? 오늘도 얼마나 바쁜데. 짐 싸고 저녁에 또 약속도 있단 말이야. 애들도 만나야 되고 그 사람도 만나야 되고.”'전신 거울 밑에 철퍼덕 앉아 끝났다고 생각한 화장을 또 만지고 있는 하늘을 보며 파란은 한숨을 내쉬었다. 꼭 자신의 분신 한쪽이 떨어져 나가 맘에 안 드는 짓만 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너 진짜 내 쌍둥이 동생 맞니?’ '쌍둥이 자매의 이름은 파란 하늘. 3분 먼저 태어난 언니가 이파란. 그리고 뒤에 태어난 동생 은 이하늘. 이름처럼 파란과 하늘은 겉모습만큼은 완벽한 쌍둥이다. 하얀 피부색과 짙은 쌍꺼풀이 있고 많은 사람들이 매력적이라고 하는 두툼하고 붉은 입술도 파란과 하늘 모두 똑같이 갖고 있었다. 볼거리도 홍역도 같이 했고 둘 중 한 사람이 먼저 아프면 반드시 남은 사람도 아픈 쌍둥이. 하지만 쌍둥이라 해서 성격이 똑같거나 생각이 모두 같을 수는 없는데 사람들은 그런 걸 잘 모른다. 같은 것을 보면서도 다른 생각을 하는 온전한 다른 자아를 가진 사람들인데 말이다. 물론 동시에 같은 행동, 같은 말을 하거나 심지어는 같은 옷을 사오기도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다른 부분들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렇게 쌍둥이로 25년을 같이 살았고 싸운 시간보다는 재밌게 보낸 시간이 많았는데도 이럴 때 보면 이해 안 되는 쌍둥이 동생 때문에 파란은 짜증이 나기도 한다. 화장을 일 년에 몇 번 하지도 않고, 출근할 때면 하다못해 비비크림조차도 안 바르고 출근할 때도 있었던 파란과 매일 아침마다 한 시간씩 치장에 시간을 쏟는 동생 하늘은 아주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하늘도 늘 그런 파란을 보며 두 사람이 정말 쌍둥이인지 엄마에게 가끔 묻고는 했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하늘은 파란에게 언제나 비슷한 충고를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