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우성그룹 회장실.'190cm의 큰 키에 늘씬하고 단단한 몸매, 그리고 사람들 시선을 단 번에 사로잡을 만큼 잘생긴 얼굴의 남자가 당당하게 회장실로 들어왔다. 남자가 들어서자 박 비서실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예의바르게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박 실장님.”'그의 이름은 정태진. 국내 10대 그룹의 하나인 우성그룹 정진우 회장의 장남인 그는 작년 33세의 젊은 나이에 우성전자 사장으로 취임했다. 다른 재벌 2세들과는 달리 대학 졸업 후 일반 직원들처럼 공채로 우성 전자에 입사한 태진은 가장 말단직에서부터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아무도 태진이 정 회장의 아들인 줄은 몰랐다.'하지만 채 1년도 지나지 않아서 그룹전체에서 태진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는 유명한 인물이 되어 있었다. 회장 아들이라는 게 밝혀진 것은 아니었다. '우성 그룹은 근무 년 수와는 상관없이 직원들 실적에 따라 승진점수를 부여하는 획기적인 인사체제를 실시하고 있었다. 태진은 한 달에 한 번씩 기획안과 보고서를 제출했었는데 대부분이 채택되어 그의 승진점수는 그룹 내에서 최고점을 기록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입사한 지 1년도 되지 않는 신입사원이 말이다. '그 후 대리, 과장, 부장을 거쳐 입사한 지 5년 만에 태진은 기획이사로 발령 나게 되었다. 오로지 실력으로 최단기간에 일반 사원에서 임원으로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 ‘전설적인 사나이’ 정태진이 정 회장의 장남이며 후계자였다는 게 나중에 밝혀지게 되자, 우성그룹은 그야말로 떠들썩했었다. 그리고 우성의 직원들 중에 태진에 대한 전설적인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33세. 젊은 나이의 태진이 그룹의 핵심기업이 우성전자 사장으로 거론되었을 때 이사회에서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우성 전자에 입사해서 7년 동안, 말단 사원 때부터 이사로 승진할 때까지 태진이 보여주었던 수많은 능력과 성과들에 대해 이사회는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었다. 사장으로 취임한 태진 역시 그들의 기대를 결코 저버리지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지금 당장 회장실로 오라는 연락을 받고 올라온 태진은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 아닌가 걱정스러워 박 실장에게 물었다. 정 회장이 태진을 회장실로 불러들이는 경우는 1년에 다섯 번도 되지 않을 정도로 드물었기 때문이었다. 의외로 박 실장이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다고 사장님을 부르시라는 지시가 계셨습니다.”' “귀한 손님?”' “예.”' “도대체 누가 왔다는 겁니까? 지금 한창 일하느라 정신없는데.”'태진은 미간에 살짝 주름을 잡으며 박 실장을 쳐다보았다.' “글쎄요, 어서 들어가 보시죠.”'누군지 알려주지는 않고 귀한 손님이라고만 말하는 박 실장을 뒤로하고 태진은 회장실 문을 노크한 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 “저 왔습니다.”'태진이 들어서자 회장실 정중앙에 있는 가죽 소파에 앉아있던 한 여자가 천천히 일어나는 게 보였다. 태진은 회장님 책상 쪽을 흘끗 바라보았다. 아버지는 계시지 않았다. ' ‘빨리 오라고 날 불러 놓고는 어디 가신 거지?’'그러다가 고개를 돌려 앞에 서 있는 여자 쳐다보았다. ' “……!”'세상 사람처럼 보이지 않을 만큼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자의 모습에 태진은 순간 넋을 빼앗겼다. 또한 도도하고 약간은 차가운 시선으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여자의 시선은 태진의 숨을 멈추게 할 정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