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프롤로그
우리 집에 엄친아가 왔다.
그 뭐든 잘한다는 엄친아 말고 그냥 엄마 친구 아들!
스물여섯 살의 청년!
그러니까 내가 열일곱 살 때 열 살이었던 그 꼬꼬마가 이렇게 컸다니!
내 키는 변함이 없는데 내 가슴팍에 닿을까 말까 했던 그 녀석의 키는 이제 내가 한참 올려다봐야 할 정도로 커졌고 뽀송뽀송 말랑하니 동그랗던 얼굴은 언제 이렇게 각이 진 거니?
남성미 물씬 풍기는 이목구비에 푹 빠질 듯한 깊은 눈!
게다가 웃으니 소년 같은 해맑음까지!
이러면 안 되는데 나 왜 떨리는데?
내 센서는 이렇게 위험을 감지하고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우리 부모님과 함께 있을 때는 그토록 살가운 아들의 모습으로 부모님의 마음까지 모두 사로잡아 버린 시끼!
부모님은 이제 나와 이 자식을 비교질까지 하신다. 딸보다 애교 많은 아들이라고!
엄마한테 솔직하게 말할 수도 없고 이 녀석의 은밀한 유혹에 이제는 집에서 편히 쉴 수조차 없다. 하지만 영리한 이 녀석의 유혹은 참 묘하게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나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이눔의 시끼의 스킬!
이건 어려서 해맑은 거니?
아니면 너 선수니?
아무리 생각해도 후자다!
그렇다면 이 자식이 날 갖고 논 건데?
서른세 살, 이 나이에 그런 장난에 심쿵하다니!
이 자식! 나한테 완전 빠져서 헤어 나오지 못하게 해버리겠어!
하지만 일곱 살 어린 엄마 친구 아들이다.
잘 되도 문제, 안 되도 문제인 이 녀석!
엔조이로 놀다 그냥 헤어질 수도 없다!
근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이 녀석을 그냥 두자니 미치겠다.
이 누나를 이렇게 성나게 하다니 가만두지 않겠어!
노련한 누나의 스킬로 널 킬 해버리겠어!
그렇게 다짐했지만······.
개뿔!
누나의 스킬은 애초부터 이 녀석에게 먹힐 리 없었고 오히려 이눔의 시끼의 스킬에 빠져서나는 헤어 나오지 못하고 진짜 대책 없는 사랑에 빠지는데······.
이제 본격적인 러브 스토리에 들어갑니다!
흔하디흔한 연상연하 커플의 사랑 이야기!
하지만 흔한 그 이야기에 심쿵할 당신!
조금만 엿보고 들어가요. 우리!
***
‘이 자식 또 잡아! 근데 오늘은 안 돼! 누나 진짜 민망하다고! 최소한 그 능글거리는 표정은 좀 짓지 말든지······.’
녀석은 내가 집에 온 이후로 계속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미안.”
하고 돌아서자 녀석이 내 뒤통수에 대고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다.
“작품 완전 좋던데!”
나는 뒤를 돌아볼까 말까 짧은 순간에 숱하게 고민했다.
‘작품? 무슨 작품? 혹시 그거?’
여기서 의연하게 대처해야 했다.
‘그래. 생각을 달리했잖아! 별거 아니야!’
나는 태연하게 뒤돌아서 물었다.
“뭐?”
녀석은 어느새 내 뒤에 바짝 다가와 있었다. 내가 뒤돌아서자 녀석의 품에 안길 듯 둘 사이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주방에서 2층으로 가는 복도에는 조도가 낮은 부분 조명만 있어서 실내는 살짝 어두웠다. 녀석의 얼굴을 비추는 부분 조명이 반짝였다. 녀석의 촉촉한 입술은 더욱 매끄러워 보였다.
그 입술로 녀석이 대답했다.
“누나 취향이 그런 줄 몰랐네.”
나를 놀리듯 다시 능글맞게 웃고는 녀석은 식탁으로 돌아갔다. 잠시 굳어 있던 나는 녀석에게 쪼르륵 달려가서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았다.
“그거 내가 보는 거 아니야! 누나 친구 알지? 왜 말한 적 있잖아! 유부녀인데 남편 때문에 그런 거 관심 많다던! 그 누나가 장난으로 저장해 둔 거야!”
녀석은 심심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더니 내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뭘 그렇게 당황해? 나도 다 알아! 여자도 그런 거! 누나 나이가 몇 갠데……. 외롭겠지……. 빨리 시집가야 하는데…….”
“야! 이강준!”
나는 드디어 폭발하고 말았다.
“그래! 내가 본 거다! 내가 다 엄선해서 모아 둔 컬렉션이야! 됐냐? 흥!”
녀석은 재미있다는 듯 키득대다가 결국은 배를 잡고 껄껄 웃어 젖혔다.
‘정말 이 자식이! 나를 이렇게 놀려?’
나는 헤드록으로 녀석의 목을 꽉 조였다. 내 힘이 약한지 녀석은 전혀 개의치 않고 계속 웃어댔다. 더욱 힘을 주어 녀석의 목을 조였다. 그제야 녀석도 힘들었는지 캑캑댔다.
“너 이걸로 나 다시 놀리면 죽는다! 항복이지?”
“알았어!”
팔을 풀자마자 녀석이 식탁에서 일어나 나를 꼭 안았다. 녀석의 넓은 가슴에 폭 안긴 나는 완전히 녀석의 품에 갇힌 꼴이 되었다.
미리보기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