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모 생활을 하며 오죽 할 일이 없었으면 여인이 승마를 배울 생각을 다 했을까요?” '“악사는 또 어떻구요? 속 편하게 유람하는 것도 아니고…….”'“별수 없지요. 왕녀라곤 하나 구중궁궐에만 있었으니 무얼 알겠습니까.”'“아무렴 어떻습니까. 그 몇 가지를 제한 일로 번거로운 일을 만들지 않으니, 우린 수고를 던 셈 아닌가요?”'사신단은 왕녀가 좋을 대로 하게 내버려 두었다. 목이 쉬어 말을 하지 못하는 것도 짜증스러울 텐데, 괜히 하려는 일에 반대하여 분란을 일으킬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저희들의 두 번째 목적이 왕녀의 성정을 파악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상기했다.'“뭐, 까탈스럽게 굴지 않으시는 것으로 보아 특별히 예민하거나 신경질적인 것 같진 않습니다.”'“모송에서부터 모셨다는 시종과 시녀, 악사를 빼곤 별달리 말을 거는 상대가 없으셨습니다.”'“낯을 가리는 것일 수도 있겠군요.”'“고귀한 분이니 아무나와 말을 섞고 싶지 않아서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그렇다고 보기엔 오만한 구석이 눈에 띄지 않았습니다.”'“오만을 갖지 않은 왕족은 없습니다.”'사신단 대표가 국지적으로 변하는 대화의 흐름을 다시 큰 주제로 끌고 왔다.'“자, 그래서 경들이 보기엔 왕녀님의 성정이 어떤 것 같습니까?”'“그리 물으셔도…….”'“예, 좀 그렇죠. 고뿔 때문에 길게 말씀을 못하시니 그 이상은…….”'“음. 그렇겠군요.”'특별히 이렇다 할 특징이 없는 것이 왕녀의 성정이라 정의내린 사신단은 그들이 왕녀에 대해 캐내려는 것만큼, 왕녀도 그들에게 저를 숨기기 위해 애를 쓰고 있으리라곤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시간이 날 때면 모여서 속닥거리는 저희들을 왕녀의 악사가 지켜보고 있으리라고는 더더욱 상상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