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 들은 것이 아니다.'말을 달리면서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빼곡하게 들어선 나무들 사이를 말 타고 달린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길을 잃지 않았다. 회귀하는 연어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분명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잠시 숨을 몰아쉬었다. 힘들어서가 아니었다. 머릿속에 울리는 목소리가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하게 만들었다.'한 시간 정도 달렸을까. 느낌상으로는 꽤 먼 거리를 온 것 같았지만 꼬불거리는 숲을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아는 그는, 실제로는 얼마 오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갑자기 꼴이 우습다는 생각을 했다.'파둔 숲은 넓다. 직선거리로 달려도 하루는 꼬박 가야하는 너비다. 그런데 어떻게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겠는가. 그리움이 깊어 슬슬 미쳐가는 게 아닌지 걱정스러웠다.'“멀리 떨어져 있을 때는 덜하더니 가까이 있다 생각하니까 더 심해지는군.”'피식. '고개를 떨구고 이 우스운 상황에 조소를 한 번 날렸다. 진형 회의 중에 뛰쳐나오다니. 천장아에게 뭐라고 설명한단 말인가. 다이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미친놈 보듯 쳐다볼 친구의 얼굴이 상상이 갔다.'그는 고삐를 잡고 말의 고개를 돌렸다. 지금부터라도 부지런히 가야 회의가 끝나기 전에 복귀할 수 있다. '“어디 가요?”'말에 박차를 가하려던 순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의문을 가득 품은 말투.'“나 여기 있는데 어디가요?”'그가 천천히…… '뒤돌아보았다.'고개를 돌리는 시간은 2초도 채 안 걸렸을 테지만 그 순간이 100년처럼 길게 느껴졌다.'풍성한 머리를 풀어 헤친 그녀가 이상하다는 듯 그를 보고 있었다. 고개를 갸우뚱한 모습, 홍조 띤 볼, 사람을 홀릴 듯한 강의 보르항.'그녀가 그를 향해 걸어왔다. 바짝 마른 나뭇가지들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서로 부딪치며 기분 좋은 소음을 만들어 냈다. 그는 감히 다가서지 못하고 바짝 얼어붙어 그녀가 다가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차가운 손이 볼에 닿자 그제야 꿈이 아닌 현실임이 자각되었다. 떨리는 손을 들어 그녀의 손을 잡아보았다. '차갑지만 촉촉한 감촉. 그가 사랑하는 여자의 손이다.'입을 벌려 오래간만에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다이…….”'그녀가 입을 맞추었다. 약간 건조한 듯 마른 입술이 그간의 마음고생 때문에 더욱 건조해져 있었다. 그녀가 사랑하는 남자의 입술이다.'“입술에 호랑이 기름이라도 발라야겠어요.”'“나……꿈꾸는 거 아니지? 하바로스처럼……죽을 때가 되어서 보고 있는 것도 아니지?”'그녀가 배시시 웃었다. '“부르느라 얼마나 힘들었는데 꿈이라는 말을 해요? 당신도 내가 부르는 소리 듣고 온 거잖아요.”'손을 맞잡은 두 사람의 머릿속에 헤어지던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는 그날 삼켜야 했던 울음을 비로소 터트릴 수 있었다. 눈물에 그리움을 쏟아내면서 하염없이 우는 그를 그녀는 꽉 안아 주었다. 1만 2천리……. 먼 거리를 돌아온 저의 남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