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들어 놓은 피조물 중 가장 아름다운 것은 단연코 남자의 육체이다. 특히 갖고 싶은 욕심이 절로 나게끔 하는 이 남자의 육체는 정말 아름답다. 군살 하나 없이 전체적으로 탄탄한 몸매, 쭉 뻗어 내린 아름다운 팔의 곡선과 평평한 아랫배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빨간 매니큐어가 세련되게 돋보이는 여자의 긴 손가락이 우아하면서도 강한 남자의 어깨선을 훑어 내렸다. 선명한 식스팩이 새겨진 복부를 지나 꽉 조인 허리선을 육감적으로 쓸었다. 새끼줄을 꼬아 놓은 듯 강인한 팔 근육을 손가락으로 통통거리며 짚어 올라다가다 넓은 가슴을 혀끝으로 살짝 맛보았다. 달콤했다.'빨간 혀는 뱀처럼 날름거리며 남자의 젖꼭지를 핥고 점점 내려가 엉덩이 선에 반쯤 걸쳐진 팬티의 밴드를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 역시 이 남자의 매력은 뭐니 뭐니 해도 탄력적으로 올라붙은 엉덩이다. 그 섹시한 엉덩이가 옷맵시를 더욱 살리는 일등공신이라는 것을 잠에 푹 빠져 있는 이 남자도 알고 있을까? 청바지를 즐겨 입지는 않지만 가끔 캐주얼한 차림을 하기라도 하면 어떤 여자라도 그 환상적인 엉덩이 라인을 슬쩍 훔쳐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잠든 남자를 요염한 손길로 유혹하고 있는 이 여자의 경우, 남자가 청바지를 입는다면 코피를 터뜨려 줄 용의가 있었다.'빨간 매니큐어가 남자의 온몸을 기어 다니다가 팬티 안으로 슬금슬금 침입하기 시작했다. 딱 달라붙는 재질이 남자의 상징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고급 원피스 차림의 여자의 손이 막 원하는 목표 지점에 진입하려는 찰나 남자가 희미하게 눈을 떴다.'“음…….”'막 잠에서 깨어난 남자는 잠시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다가 몸이 무거운 것을 느끼고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구미호 한 마리가 자신의 배 위에 당당히 올라가 앉아 있었다. 그것도 두 다리를 벌린 채.'“언제 왔어?”'남자는 구미호의 빨간 립스틱을 흘끗 쳐다보고는 손을 뻗어 담배를 찾았다. 조금만 늦게 깼으면 무의식중에 잡혀 먹힐 뻔했다.'“내려가. 무거워.”'“자기가 너무 탐나잖아. 그래서 참을 수 있어야지.”'구미호가 아이라인을 맵시 있게 그린 눈매로 살짝 웃는다. 난 한 번 시작한 건 절대 멈추지 않는다는 뜻이 담겨 있다. 그 남자, 정시하는 담배를 물다 말고 구미호의 작은 엉덩이를 두 손으로 힘껏 쥐었다. 구미호가 얼굴을 붉히며 신음을 흘렸다. 즐거워. 더해 줘. 바로 그거야. 붉은 입술 틈으로 유혹적인 신음이 흘러나왔다.'시하는 여자의 엉덩이를 양손으로 천천히 주무르며 리듬을 탔다. 여자의 나긋나긋한 몸이 시하의 몸 위에서 뇌쇄적으로 움직였다. 두 다리를 벌리고 시하의 배 위에 앉은 여자의 은밀한 부분이 그대로 느껴졌다. 여자의 긴 손가락이 시하의 탄탄한 가슴을 짙게 애무했다. 역시 이 여자의 테크닉은 국보급이다. 지금이 아침이라는 것도 잊은 채 허리 아래가 뻐근해져 왔다. 여자는 더욱 농밀하게 시하에게 접촉해 오고 있었다. 가늘고 긴 두 다리로 시하의 허리를 꽉 조이더니 빨간 혀로 가슴을 핥기 시작했다. 시하는 눈을 감은 채 질척한 혀의 감각을 느꼈다. 여자의 엉덩이는 시하의 손바닥에 꽉 찰 정도로 작고 앙증맞다. 시하의 두 손이 천천히 엉덩이를 지나더니 여자의 허리를 힘 있게 움켜쥐었다. 여자는 과장된 신음을 뱉으며 자신이 이만큼이나 흥분했음을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바로 그 순간 시하는 여자를 덜렁 들어 옆으로 쿵 내려놓았다.'졸지에 맨 바닥으로 쫓겨난 여자는 흥이 가셔 버린 눈으로 시하를 쏘아보았다.'“자기, 이럴 거야?”'“아침부터 힘 빼고 싶지 않아.”'시하는 시트를 획 걷어 젖히고는 방금 전 피우려다 만 담배를 다시 물었다. 시하의 벗은 등을 노려보던 여자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금세 샐샐 웃으며 그의 손에서 라이터를 빼앗아 불을 붙여 주었다. 화나지 않는 것은 아니었지만 저 구릿빛 나신을 보고 있자니 도저히 후일을 기약하지 않을 수 없었다.'오늘은 물러서지만 다음번엔 잡아먹고 말 테다.'이 남자는 항상 이런 식이다. 마지막에 가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리는 것이다. 사람 혼을 빼놓을 대로 빼놓고 마지막에 바람 빠진 풍선처럼 구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오기가 더 생기는 것이겠지.'“그나저나 내 집 열쇠는 어디에서 난 거야?”'남자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무단 침입을 한 범죄자를 다그치는 것치고는 별로 타박하는 투도 아니다. 여자는 보안키를 흔들어 보이며 웃었다.'“자기 취했을 때 살짝 빼내서 복제했지.”'시하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위험한 여자군.”'그게 끝이었다. 별로 상관없다는 투다. 무관심한 것인지, 자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여자의 눈에 비친 남자는 늘 저런 식이었다. 보안키까지 복제했다는데도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럴 거면 묻기는 왜 물었니? 하지만 남자는 질문은 해도 대답은 듣지 않는 주의였다. 눈동자는 열기를 담은 것 같으면서도 순간순간 무심해지곤 한다. '“어제 술 마셨어? 자기한테 술 냄새 난다?”'“좀 마셨어.”'남자는 담배를 비벼 끄고는 트레이닝복 바지에 다리를 밀어 넣었다. 저 미끈한 다리가 바지 너머로 사라지니 여자는 참으로 안타까웠다. 국회에서 꼭 통과되어야 할 특별법이 있다면 남자들에게 ONLY 팬티를 일상화하는 것이다. 단, 저렇게 아름다운 몸만이 해당된다. 아……. 멋진 나신으로 가득 찬 남자들의 거리, 원초적인 아름다움으로 가득한 열기 가득한 공간, 속옷 패션쇼를 그대로 거리로 옮겨 놓는다면…… 이 얼마나 아름다운 낙원이란 말인가.'여자는 여자대로 망상에 빠져 있거나 말거나, 시하는 신문을 집어 들었다. 일할 때만 쓰곤 하는 은테 안경을 걸치고 설렁설렁 신문을 넘기던 시하의 손이 멈칫했다.'“이게…… 뭐야.”'욕지거리가 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고서 신문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만약 그의 눈동자에 튀고 있는 불길이 붙는다면 신문을 홀랑 태워 버리고도 남을 만한 분노였다. 신문을 쥔 그의 팔 근육이 부들부들 떨렸다. 힘줄이 솟는 팔 근육은 시하에게는 분노의 반사 작용이었지만 여자에게는 쏠쏠한 구경거리였다.'“왜 그래? 신문에 자기 나체 사진이라도 공개됐어?”'여자가 종알거리며 남자의 벗은 등에 가슴을 붙이려는 순간 시하가 벌떡 일어나는 바람에 여자의 몸이 매트리스에 푹 박혔다. 덕분에 여자의 물컹한 가슴이 헤딩한 곳은 시하의 넓은 등이 아니라 침대 시트가 되었다.'“젠장.”'시하는 낮은 중얼거림을 내뱉고는 신문을 구겼다. 잘생긴 얼굴이 찌푸려지면서 끊임없는 욕지거리가 올라왔다. 구겨 버린 것도 모자라 신문을 아예 찢어 버린 그는 안경까지 벗어서 내팽개쳤다. 툭 소리를 내며 안경이 떨어지자 여자가 놀란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시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옷장 문을 열고는 잡히는 대로 정장을 꺼내 갈아입었다. 대충 입는 것 같아도 몸에 피트하게 붙는 디올 옴므 라인의 정장은 스타일리시했다. 무엇이 그리 다급한지 그는 넥타이를 맬 여유도 없이 손에 쥔 채 침실 문을 열었다.'“자기 어디 가?”'머리카락을 대충 손가락으로 쓸어 정리한 시하는 대꾸도 없이 구두에 발을 구겨 넣었다.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다시 이마 위로 흘러내렸다. 여자가 현관까지 따라 나가서 소리쳤지만 시하는 들리지도 않는 모양이었다.'“제기랄.”'계속해서 낮은 욕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자기야!’를 수없이 외쳤지만 현관문은 매정하게 닫혔고 시하의 모습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