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또 다른 신세계가 펼쳐진 밤하늘 높게 떠 있는 수많은 별들 중 어느 하나는 이미 수백 년 전에 폭파해 자멸한 빛이라 한다. 설탕 가루처럼 뿌려 놓은 별 들과 깃털처럼 가벼운 산들 바람이 불어오는 한적한 시골길에 몸을 맞기고 터덜터덜 걷다 보면 무성한 숲을 헤치고 작은 동네가 나온다. 바로 이장 댁 딸 연홍이 사는 집. 오늘따라 유달리 적막하고 고요하다. 어스름한 어둠이 삼켜 버린 듯 집안은 온통 검은 색이 지배하고 있었다. 오십이 코앞인 이장은 마을 회관에 나가서 철전 화투를 치고 있을 테고 그 댁 딸 연 홍은 어느 돈 많고 고상한 취미로 권투를 즐기는 자의 스파링 역할을 하기 위해 불야성을 이룬 서울 어느 유명한 체육관에 있었다. 스파링 전에 뭉친 근육들을 푸느라 목을 좌우로 툭툭 꺾으면서 뿌득 소리가 날 정도로 어깨를 이리저리 틀어 가볍게 몸과 긴장을 완화 시켰다. 다시 튕기듯 바닥을 차고 오르는 연홍의 눈동자가 그 어느 때보다 차고 건조하게 식어있었다. 마치 대패로 밀면 얼음가루가 갈려 나올 것 같은 싸늘한 기운이 그녀 전신에서 바람처럼 풍겼다.'“오늘은 보호 장비 없이 그냥 뛰지.”'‘벌써 치매나 노망은 아니시겠죠? 그러시면 무척 곤란합니다. 아직 못 다한 말이 남았는데…….’'젊게 사는 것도 좋지만 나이도 의식하지 않고 막연하게 상대를 이겨보겠다는 도전의식으로 점철된 강한 어조의 음성이 연홍의 귀속을 은근히 압박했다. 사흘 내리 앓아눕고 싶으세요? 연홍은 어린아이 달래듯 힐끗 육십을 바라보는 로맨스그레이의 풍모인 하성지 회장을 쳐다보았다. 뭐 하긴 지금껏 운동으로 다져지고 죽자 사자 운동을 좋아했으니 무리는 아니지 싶다. 맞고 싶어 환장하셨다면 소원대로 들어 드리죠. 나는 오로지 당신을 패기 위해 이곳에 있는 거니까! 연홍의 눈빛이 차고 짓궂게 번들거렸다. 두고두고 이날을 후회하게 될 겁니다. 쳇!'“괜찮으시겠습니까?”'슬쩍 상대를 얕잡아 보는 의기양양한 여자의 어투에 신경이 거슬리는지 스파링 상대의 미간이 심술 사납게 좁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몇 달간 연홍에게 쥐 터지고 깨지고 사내라는 체면에도 불구하고 번번이 아니, 되레 연홍의 스파링 상대가 된 비참한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오기로라도 깡으로라도 가냘프고 연약해 보이지만 젊은 생기로 무장한 아가씨를 깨부수는 게 아세 그룹 하성지의 일치단결 된 불굴의 투지이자 단 하나의 목적과 일념이었다. 그렇게 링 아래 세 아들을 일렬로 세워놓은 하성지 회장은 마지막 사력을 다해 전력투구하기 위해 이를 꽉 깨물었다. 어지간히 터져본 경험으로 나온 방어성이 다분한 표정이다.'“다치십니다. 마우스피스라도 끼시죠?”'“괜찮네.”'빈정대고 약 올리는 게 분명한 연홍의 생글거리는 얼굴에 심한 분노를 느끼면서 하성지 회장은 빨간 글러브를 낀 팔을 앞으로 내 뻗었다. 틱. 마땅찮은 기색으로 연홍의 글러브와 부딪쳤다. 시작. 일 라운드. 2분 내에 패배 대신 십년 묵은 체증과 변비로 고생하는 장이 뻥 뚫어지도록 시원스레 딱 한방만 먹여보는 게 그의 소원이었다. 딱 한방만!'“다치셔도 저는 책임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