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의 주인''''그 숲에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정령이 있어'함부로 입구를 들어서는 사람들에게 경고하지.'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덤불 속으로 끌고 들어가'다시는 마을로 돌아올 수 없게 된단다.''아멜리아는 숲의 입구에 섰다. 한쪽 팔에 바구니까지 걸려있는 것을 보니 아주 작정하고 찾아온 모양이었다. 아카시아의 기둥에서 뽑은 목청인 듯 신비롭게 굽실거리는 담갈색 머리카락이 숲의 미풍에 휘날려 하늘거렸다. 그 바람에는 깊은 숲 속에서부터 베어든 풀과 흙과 열매의 냄새와 비밀스런 향기가 묻어있었다. 그것이 아멜리아를 부드럽게 유혹하며 안쪽으로 들어오라고 손짓했다. 실제로 얼마 전 몰래 숲 속에서 따간 산딸기로 만든 잼은 최고였지 않은가. 아버지와 다른 사람들에겐 마을 외곽 풀숲에서 따온 것이라고 둘러댔다. 그러나 그날 처음으로 들어온 숲 속에는 마을에서 구하기 어려운 진귀한 과일과 열매들이 가득했다.'또다시 여신의 속삭임처럼 달콤한 바람이 불었다. 아멜리아는 자기도 모르게 한발 내딛었다가 마을 쪽을 돌아보았다. 아버지한테는 오늘도 산딸기를 땄던 수풀에 간다 하고서 나온 길이었다. '- 괜찮을 거야.'아멜리아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난번에도 아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아무 일이 없다면, 어쩌면 다음에도 괜찮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어른들이 숲에 대한 괴물의 얘기를 해주는 것은 밤에 쉽사리 잠자리에 들지 않는 아이들을 달래거나 흔들리는 이빨을 사수하려는 아이들을 겁주기 위해서였다. 지금 뽑아버리지 않으면 밤에 숲의 괴물이 찾아온다고. 아멜리아도 일곱 살이 되던 해 그렇게 앞니를 잃지 않았던가. 스무 살이 된 지금은 그런 건 그냥 옛날이야기일 뿐이라는 것을 알아버렸지만. '- 조금만 가져가는 거야.'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누구든 숲을 두려워했고 가까이 가는 것을 경계했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바람이 나른하고 그늘이 시원해지는 계절이면 젊은 총각들에게 숲의 마력에 사로잡히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리고 젊고 발랄한 처녀를 딸자식으로 둔 집의 부모들은 아리따운 처녀가 총각들과 함께 미혹을 쫓아 숲으로 들어가 경솔한 짓을 저지르지 않을지 애를 태웠다. 숲은 마을 사람들에게 공포와 경외의 대상이었다. 까닭을 물으면 누군가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지만, 그 누군가를 확실히 본 사람은 아멜리아가 알기에 한 사람도 없었다.'아멜리아는 두 번째 발자국을 내딛었다. 여름의 햇살을 받아 새롭게 돋아난 부드러운 잔디가 단단한 복사뼈를 간질였다. 부드러운 바람은 두 번째 발자국에 나른한 승리의 미소를 짓는 것처럼 살랑이며 불어왔다. 아멜리아는 숲 속으로 들어섰다.'대낮이었으나 숲 속은 거대한 녹색 종유석처럼 우거진 나무들 때문에 어두컴컴했다. 오랫동안 사람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때문이었다. 자유롭게 뻗은 줄기와 덤불과 잎사귀들이 저마다의 질서를 가진 채 만끽하며 사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푸른 이끼가 덮인 바위, 어디선가 물이 흐르는지 졸졸졸 하는 맑은 소리, 시종일관 불어오는 기분 좋은 냄새를 가진 바람과 알 수 없는 향기. 숲의 바닥은 성당의 쪽유리 세공 창문처럼 연녹색의 잎사귀에 투영되어 에메랄드빛과 레몬 빛으로 반짝였다. 기묘함과 두려움과 비밀스런 아름다움이 뒤범벅된 공간이었다. 아멜리아는 조심스럽게 한발 한발 내딛었다. 하지 말라는 짓을 저지르는 심장은 언제나 비밀스럽게 두근거리기 마련이었다. 날렵한 발끝이 향긋한 미풍 한줄기에도 오싹 일어설 만큼 조심스럽게 융단처럼 깔린 이끼 위를 디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