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미리보기''이틀 뒤 만월의 밤, 이날 밤도 어김없는 서휴의 거칠고 강렬한 손길에 수려는 거친 숨을 몰아쉴 수밖에 없었다. '“하아, 하아…….”'그녀의 타액을 모조리 흡입해버릴 듯 격렬하고도 아찔한 입맞춤이 잠시 공백을 드러내는 사이, 그녀의 거친 호흡이 공기 중을 갈랐다. 그러는 사이, 그의 입술과 길고 매끄러운 혀는 어느새 그녀의 봉긋한 가슴과 그 정점을 희롱하고 있었다. 입 안 가득 수밀도를 머금고 흡입하기를 반복하던 그가, 이번에는 그의 길고 매끄러운 혀로 쉴 새 없이 그녀의 유두를 간질이고 있었다. 온 몸의 신경이 그곳을 중심으로 퍼져가듯 저릿한 전율이 발끝까지 닿기를 반복했다. 그 진저리나는 전율에 저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가 활처럼 휘고 고개가 뒤로 꺾이었다. 그녀의 솔직한 반응이 그를 더욱 자극한 듯, 그의 혀 놀림과 손길은 그 속도를 더욱 높이었다. '“흑…….”'어느새 촉촉이 젖어버린 그녀의 중심을 가르고 그의 부푼 분신이 한 번에 깊숙이 파고들어가자, 곧바로 신음을 토해내는 그녀의 붉은 입술이 매혹적이었다. 그 매혹을 기꺼이 흡입하며 그녀 안으로 깊이 파고드는 그로 인해 수려는 금일 밤에도 침상 위 너부러진 야금(夜衾)을 꼭 움켜쥐어야만 했다.'한 차례 열정이 휩쓸고 지나간 지 얼마 되지 않은 깊은 밤, 잠이 든 수려의 얼굴을 그윽하고도 안타까이 바라보고 있던 서휴의 지척으로 갑자기 무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모습에 놀람을 표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 서휴는 이미 그러한 무윤의 기척을 읽어냈음이 분명했다.'수려를 향해있던 그윽한 눈길이 무윤에게 돌려졌을 때는 더 이상 그윽했던 눈길은 남아있지 않았다. 지극히 예리하고 서늘한 눈빛이 자리해 있을 뿐이었다. 그는 눈으로 묻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원으로부터의 전갈입니다.”'과거, 서휴는 원에게 특별임무를 지시함과 동시에 지밀호위인 무윤과 무율에게도 특별한 명을 내렸었다. 원으로부터 임무에 관련된 전갈이 도착하거든,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곧바로 알리라는 것이었다. 지금껏 꾸준히 전서구를 통해 전달되어진 원의 전갈에는 새로운 소식이 전무했었다. 헌데, 이 늦은 밤 평소와 다른 시간에 도착한 전서구가 가져온 전갈에는 그토록 기다리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문장이 적혀있었다. '원의 임무가 무엇이든 그의 소식을 황제께서 얼마나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지 아는 그인지라, 전갈을 읽어 내리자마자 황후와 함께임을 알면서도 기쁜 마음으로 황제 앞에 모습을 드러낸 무윤이었다.'“입구를 찾았다 합니다, 폐하!”'서휴의 서늘한 눈빛이 단번에 반짝였다.'“어디라더냐?”'“가란의 황궁과 접해있는 묘산 절곡이라 하옵니다.”'드디어 찾았다! 무윤 그가 읽어낼 수 있는 황제의 생각은 그게 다였다. 그 후로 한일자로 입매를 굳힌 그가 깊은 생각에 빠져들자 무윤은 조용히 예를 취하고 그 자리를 물러났다. 원의 다음 전갈이 어서 빨리 도착하기를 바라는 마음과 함께.'무윤이 물러간 지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서휴가 생각을 정리하고 시선을 수려에게로 향하자, 좀 전까지 깊이 잠들어있던 그녀의 눈이 열린 채 그를 가만히 응시하고 있었다. 헌데, 그 조용한 눈빛이 되레 그의 심장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무얼까?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이 불안함의 정체는…….’'커다란 원형 창을 투과하여 들어온 휘영청 밝은 만월의 빛 아래, 그녀의 모습이 아스라한 빛을 머금고 신비로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던 서휴의 눈이, 어느 순간 화등잔만 하게 커다래졌다. 그녀의 몸이 서서히 희미해지더니 마침내 안개처럼 스르르 사라져가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게 무슨……!”'그동안 달빛 아래에서의 그녀는 항상 신비로운 아름다움과 더불어 아스라이 사라져 버릴 듯 묘한 불안감을 동시에 자아내고 있었다. 헌데, 그 불안감의 정체가 바로 이것이었던가? 저 바닥으로 추락하고 있는 심장을 움켜쥘 생각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붙잡기 위해 화급히 그녀에게 팔을 뻗어보는 서휴였다.'“은애합니다. 하여, 이것이 저의…… 최선입니다.”'처음이자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말을 선물로 남겼다. 은애……한다고.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그의 모습을 수려는 흐릿해지는 전경 너머로 아스라이 바라보았다. '“아니 돼……!”'절망적인 외침을 동반하며 그녀를 향해 화급히 손을 뻗어 붙잡았지만,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바로 눈앞에 있는 희미한 그녀의 모습이 손에 잡히지 아니했다. 단지 아스라하게 부서지는 달빛 한 조각밖에……. 믿을 수 없었다. 이러한 상황이, 이리 떠나가는 그녀가! '그러한 서휴에게 단려한 미소를 보내며, 수려는 스러져가는 전경에서 끝까지 시선을 돌리지 아니한 채 낮게 읊조렸다. '“원하옵건대, 훌훌 멍울을 떨치시고 홍복(洪福)을 누리소서. 은애하는 나의 지아비여…….”'비록 거의 사라져가는 모습에서 흘러나온 그녀의 음성이었지만, 서휴 그는 또렷이 들을 수 있었다. '“안 돼, 수려어어어어어―!”'그녀의 이름을 처절히 부르던 그의 음성과 그의 모습이 서서히 사라지고, 완전한 암흑이 주변을 덮은 후에도 수려의 시선은 그가 있던 자리에 고정된 채 한동안 움직이지 아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