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적으로 따스함을 찾아 파고들던 란아는 번쩍 눈을 떴다.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나신 전체를 감싼 야릇한 감촉,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느낌을 확인했다. 마찬가지로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연후의 목을 두 팔로 꼭 껴안고 있었고, 다리는 그의 다리 사이에 얽혀 있어 맞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산을 헤매며 죽음과 맞먹는 공포에 시달린 그녀를 안심시키기는커녕 설교만 늘어놓았던 야속한 사람이었다. 일정에 차질을 빚고 모두를 고생시킨 장본인인 그녀로 하여금 섭섭함에 짜증을 부리고 화를 내게 했다. 그런데 밤새 추위를 앓는 그녀에게 온기를 나눠 주고 안아 주었다니……. 란아는 그제야 세찬 빗속, 깊은 산속에 갇힌 자신을 찾아내 준 그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비는 그쳤고 곧 날이 밝을 터였다. 이제 그만 그의 품에서 벗어나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어야 했다.' 그러나 앞으로 서로의 맨살을 느끼며 그의 얼굴을 이렇듯 가까이 할 날이 있을까, 스스로를 향한 연민에 이르렀다. 저절로 그의 목을 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그와 뜨겁게 입 맞췄던 추억이 떠올라 입술을 가져가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음…….”' 란아의 입맞춤에 옅은 신음소리를 내며 반응하던 연후가 잠에서 깨어났다. 입 맞추고 있는 란아를 보자마자 그녀의 어깨를 밀어냈다.' 그대로 몸을 일으켜 비껴 앉은 연후는 평소처럼 어떤 미련도 남아 있지 않은 무표정한 얼굴이었다. 내내 그 차디찬 표정에 상처 받았던 란아는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제발!”' 연후는 란아의 울먹이는 호소에 그녀에게서 등을 돌려 버리려던 동작을 멈췄다.' 란아는 그를 따라 일어나 앉았다. 관절이 드러나도록 주먹 쥔 연후의 손등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쓸었다. 무정하게 돌아선 정인의 마음을 어떻게든 잡아 보려는 부질없는 시도 같았다.' “차가운 건…… 이제 다 싫습니다. 저를 더는…… 춥게 만들지 마세요.”' 아픈 가슴을 내어놓는 란아를 보는 연후의 표정에 비애감이 서렸다. 무슨 말로 그녀를 위로하고 자신을 변명할까 복잡한 심경에 괴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