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지독한 욕망

“자, 솔직하게 얘기해. 당신의 대답에 따라 결정될 일이 아주 많으니까. 우리 결혼, 좀 더 미루고 싶어?”'“현준 씨…….”'“대답해. 대답하지 않으면 내 마음대로 결정해 버릴 거야. 결혼식을 미루었으면 해?” '“그래요……. 미루고 싶어요.”'짓눌려 나온 연희의 음성이 몹시도 떨렸다.'“역시 그렇군. 그래, 좋아. 한 번 더 미뤄 보지.”'연희로선 현준이 격노한다 해도 할 말이 없을 상황인데 그는 너무도 선선히 응해주었다. 마치 결혼식을 좀 더 미루고 싶다는 연희의 대답을 기다린 것 같았다.'“미룬다는 건, 언젠간 반드시 결혼을 하겠다는 뜻이겠지?”'“네, 그런 뜻이…… 되겠네요.”'연희는 옴짝달싹 못할 구석으로 몰린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그렇다면 당신 뜻의 증거가 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겠는데.”'“증거……요?”'“아, 내 긴 기다림에 대한 보상일 수도 있겠군.”'보상…….'연희는 그제야 현준의 말을 이해했다. 그는 자신이 지금껏 지켜주었던 것들을 원하고 있는 것이다.'“내가 당신과 약혼한 후에 다른 여자를 만났을까? 안 만났을까?”'“네?”'“내가 지난 2년 동안 약혼녀를 두고 아무 여자와 섹스를 했을까? 안 했을까?”'“아…….”'그녀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말들은 처음부터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윤연희의 처지를 상기시키기에 충분했다.'연희는 사나운 맹수와 맞닥뜨린 연약한 짐승처럼 부들부들 뒷걸음질 치며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현준을 올려다보았다.'당신에게 날, 내 몸을 주면 내 미안한 마음이 덜어질까요?'“남녀 사이 갈팡질팡 마음이 헛갈릴 땐 섹스가 좋은 해답을 주기도 해. 우리 사이는 당신만 고민 중이니 좀 더 빠르게 답에 도달할 수 있을 거야.”'연희의 불안한 심중에 메아리치는 의문을 듣기라도 한 듯, 현준이 현실적인 타협점을 제시했다.'“나와의 섹스가 참을 수 없게 끔찍하다고 말하면 이 결혼에 아직도 확신을 갖지 못하는 당신 고민에 동참할 의사…… 있어. 섹스가 황홀했든 지옥 같았든, 결혼을 미루자는 당신 생각에는 무조건 찬성할 거고. 어때, 이만하면 나쁘지 않은 거래가 될 것 같은데?”'거실을 가로질러 침실 앞으로 간 현준이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타오르는 불꽃처럼 강렬한 그의 시선이 말해왔다.'들어올 것인지 말 것인지는 당신이 결정해.'선택권은 온전히 그녀에게 넘겨졌다.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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